대법원판결

대법원 1993. 8. 13. 선고 92다44725 판결

판결요지

1.

단체협약상 노사인사관계 합의조항의 효력은 단체협약의 전체적인 체계 및 내용과 그 규정형식에 비춰볼 때 회사측과 노조의 합치된 의사에 따르게 함으로써 사용자측의 인사ㆍ징계권을 제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회사측으로 하여금 노조의 승인 또는 동의를 얻거나 노사 쌍방이 협의하여 공동결정토록 인사ㆍ징계권의 실체적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라, 노조간부에 대한 사용자측의 자의적인 인사ㆍ징계권의 행사로 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회사측으로 하여금 노조의 간부에 대한 인사ㆍ징계의 내용을 노조에 미리 통지하도록 하여 노조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제시된 의견을 참고로 고려하게 하자는 단순한 절차적 규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여 회사측의 징계면직(해고)처분이 효력에 영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원심은 판단하였다.

그러나 단체협약상 인사협의(합의)조항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는 인사권에 대해 노사간의 교섭의 결과에 따라 이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그 문구는 노사 어느 일방의 주장만에 기초해 채택된 것이 아니고 노사 쌍방간의 협상에 의한 최종적 합의로 채택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같이 단체협약상 인사협의(합의)조항에 조합간부의 인사에 대해서는 사전합의를, 조합원의 인사에 대해서는 사전협의를 하도록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단체협약상 인사협의(합의)조항 교섭 당시 조합간부와 조합원을 구분하여 제한의 정도를 달리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노조원에 대한 인사권의 신중한 행사를 위하여 단순히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라는 뜻인 사전협의와는 달리 노조간부의 인사에 대해서는 노조와 의견을 성실히 교환하여 노사간에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에서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회사측이 노조간부에 대해 징계면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사전에 이같은 노사간 의견교환에 의한 의견의 합치가 없었다면 회사측의 일방적 징계면직처분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반면 단체협약상의 인사협의(합의)조항이 노조간부의 노사 및 징계의 전반에 관해 사전합의를 거치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용자에게 있는 인사권을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행사하도록 제한한 것에 불과할 뿐 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는 법리이므로 노조의 합의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신의칙에 입각해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에 노조간부에 대한 징계를 하는데 있어서는 노조와 사전합의토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노조측이 스스로 이러한 합의절차를 포기했다거나(1992.12.8, 대법 92다 32074 참조), 피징계자가 사용자인 회사에 대해 위법행위를 하여 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함에 있어서 회사가 노조측과 사전합의를 위해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징계에 불참하거나 반대함으로써 사전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는 회사에게 있는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고, 이 또한 합의거부권을 남용한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사정이 이렇다면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없이 행한 해고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81.2.1 피고회사에 기능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생산직 2급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1988.3.9경부터 피고회사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의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노동조합을 이끌어 오던 중 1989.4.11~1989.4.22 여러차례에 걸쳐 피고회사가 단체협약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치는 등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선동함으로써 피고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 ××지역 노동조합총연합의 간부들과 공동하여 ○○중공업에의 공권력투입사건에 항의한다며 ××시에 있는 당시의 국회의원 황×주의 사무실에 난입, 농성하고 노동조합원들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여 이적표현물인 ○○, ×× 등의 도서를 구해 보관하면서 이를 탐독하는 한편 다른 조합원들에게 대출, 그들로 하여금 이를 열독하게 하는 등 과격한 노동운동을 하여 오다가 1990.3.8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사당국에 구속되어 같은해 9.18 ○○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업무방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등의 죄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자, 피고회사는 이를 이유로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상벌규정 및 단체협약의 제규정에 따라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같은해 10.26 개최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면직하기로 심의하고 피고회사의 인사권자인 사장의 재가를 얻어 같은해 11.21자로 원고를 징계면직하기로 결정한 후 그날 이를 노동조합에 통보한 사실을 확정하고, 원고가 위 죄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된 사정은 피고회사의 상벌규정 제13조 제11호 소정의 징계면직(해고)사유에 해당됨은 물론, 위 형이 선고된 판결의 내용에 나타난 바와 같은 원고의 소위로 보아 근로기준법상 해고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되고, 원고의 위 징계비행의 대소와 그에 대한 위 징계처분의 경중간에 있어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균형성 내지 타당성을 잃은 위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면직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는 이 사건 징계면직(해고) 당시 노동조합위원장으로 근무중이었으므로 피고회사는 노동조합간부인 원고를 징계해고함에 있어서는 단체협약에 정한 바에 따라 사전에 위 노동조합과 합의를 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합의없이 원고를 해고한 것은 절차에 위법이 있어 무효라는 원고 대리인의 주장에 대하여, 단체협약(단체협약 제37조 제2호)상 위 인사관계 합의조항의 효력은 단체협약의 전체적인 체계 및 내용과 그 규정형식에 비추어 볼 때, 피고회사와 노동조합의 합치된 의사에 따르게 함으로써 피고의 인사권이나 징계권을 제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피고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승인 또는 동의를 얻거나 노사 쌍방이 협의하여 공동결정하도록 인사권(징계권)의 실체적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간부에 대한 피고의 자의적인 인사권(징계권)의 행사로 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피고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간부에 대한 인사(징계)의 내용을 노동조합에 미리 통지하도록 하여 노동조합에게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제시된 의견을 참고로 고려하게 하자는 단순한 절차적 규정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 사건 징계면직(해고)처분의 효력에 영향이 있다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회사의 단체협약은 그 제37조 제2호에서 '조합간부의 인사 및 징계는 조합과 사전합의한다'고 규정한 반면 그 제3호에서 '조합원에 대한 징계, 해고, 파견근무는 조합과 사전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합간부의 인사 및 징계에 대하여는 사전합의를, 조합원의 인사 및 징계에 대하여는 사전협의를 하도록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고, 이렇게 합의와 협의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태도는 이밖에도 그 제45조에서 '회사는 조합원의 경고, 견책, 감봉 및 정직은 상벌규정에 따르며 조합과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그 제46조 제2항에서 '조합의 임원 및 간부의 해고는 조합과 사전합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단체협약상의 인사협의(합의)조항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는 인사권에 대하여 노사간의 교섭의 결과에 따라 이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그 문구는 사용자나 노동조합 중 어느 일방의 주장만에 의하여 채택된 것이 아니고 노사 쌍방간의 협상에 의한 최종적 합의로 채택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이 단체협약의 인사협의(합의)조항에 조합간부의 인사에 대하여는 사전합의를, 조합원의 인사에 대하여는 사전협의를 하도록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면, 교섭 당시 피고의 인사권에 대하여 조합간부와 조합원을 구분하여 제한의 정도를 달리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노조원에 대한 인사권의 신중한 행사를 위하여 단순히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라는 뜻의 사전협의와는 달리, 노조간부의 인사에 대하여는 노동조합과 의견을 성실하게 교환하여 노사간에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사전합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노동조합간부인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사전에 위와 같은 노사간의 의견교환에 의한 의견의 합치가 없었다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은 단체협약 제37조 제2호 소정의 사전합의절차없이 행하여진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인 바(1992.5.22, 대법 91다 22100;1992.9.25, 대법 92다 18542;1992.12.8, 대법 92다 32074), 위 인사합의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이와 견해를 달리한 원심은 단체협약상 인사합의조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나 노동조합의 간부를 비롯한 모든 조합원에 대한 인사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은 근본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 위 인사합의조항이 노동조합간부의 인사 및 징계의 전반에 관하여 사전합의를 거치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용자에게 있는 인사권을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쳐 행사하도록 제한한 것에 불과할 뿐 그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는 법리이므로 노동조합의 합의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신의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에 노동조합간부에 대한 징계를 함에는 노동조합과 사전에 합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측이 스스로 이러한 합의절차를 포기하였다거나(1992.12.8, 대법 92다 32074 참조) 피징계자가 사용자인 회사에 대하여 위법행위를 하여 그것이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함에 있어 회사가 노동조합측과 사전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징계에 불참하거나 반대함으로써 사전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이는 회사에게 있는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결과로 되고 이 또한 합의거부권을 남용한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사정하에서는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없이 행한 해고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파업을 선동함으로써 피고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여 피고회사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국가보안법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업무방해,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등의 죄를 저질러 제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원고에 대한 위 형은 원고의 항소, 상고가 각 기각되어 이 사건이 제1심에 계속중이던 1991.3.27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회사 상벌규정 제13조 제11호 소정의 징계면직사유인 '종업원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피고회사에서는 1990.3.26 위의 사유를 들어 원고를 피고회사 대회의실에서 개최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고 이를 노동조합에 통보하였다가 위 노동조합에서 그 통보서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위 징계위원회 개최의 연기를 요청하자 그 요청에 따라 같은해 9.28 위 징계위원회를 같은해 10.11, 10:00에 개최할 것임을 서면통보하고, 원고에 대하여는 수감중이므로 서면에 의한 방법으로 소명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피고회사는 원고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장 앞으로 소명서를 첨부하여 재소자 서면질의 협조요청서를 발송하여 원고에게 사실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으나 같은날 개최된 징계위원회에는 노동조합측 징계위원 전원이 불참하였고, 원고는 위 징계위원회 개최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소명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하였으며, 피고회사에서는 위 징계위원회 개최시에 노동조합측 위원들이 불참하였고 원고 또한 수감중인 점을 고려하여 원고에게 다시 한번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같은달 23일 원고에 대한 제2차 징계위원회를 같은달 26일 10:00에 피고회사 대회의실에서 개최할 것임을 위 노동조합에 통지하였던 바 그날 개최된 징계위원회에서는 노사 각 징계위원 전원이 참석하였으나, 노조측 위원 3인이 원고에 대한 형이 확정되지 아니하였음을 들어 징계심의를 반대하고 원고 또한 피고회사의 두번째 서면질의 협조요청에 대하여도 앞서 본 바와 똑같이 징계위원회 개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서면진술을 하였다는 것인 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할 것이고 피고회사측은 노동조합측과의 합의를 이루기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도 없이 무턱대고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에 반대함으로써 노사간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는 노동조합측이 위 인사합의조항에 기한 합의거부권을 남용한 것이라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회사가 비록 노동조합과의 사전합의에까지 이르지 못한 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인사합의조항의 합의의 뜻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므로 상고 논지는 결국 이유없음에 돌아간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