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소론이 지적하는 점들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원심판결이 설시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판단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 회사의 고소에 따라 업무방해죄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어 노동조합 조합장으로서 반전임 근무를 하는 원고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원고가 그 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도피생활을 하느라 출근할 수 없었다면 원고의 결근은 피고 회사나 노동조합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출근하지 않은 기간은 모두 단체협약 소정의 해고사유인 무단결근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당원 1993.8.24.선고, 92다34926 판결 참조).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피고 회사 단체협약상의 해고사유인 "업무외 사건으로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있어서의 "업무외 사건"이라 함은 택시운수회사인 피고 회사 근로자들의 경우 택시운전업무의 수행과 관련없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원 1991.9.24.선고, 90누5696 판결 참조),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다.
그런데 원심은 위 해고사유 중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의미에 관하여 동단체협약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있고, 근로자가 범죄의 의심으로 조사받거나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징계를 당한다면 근로자에게 가혹한 반면 판결확정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요할 경우도 있는데, 그 확정을 기다려야 비로소 징계할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 필요 이상의 인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니 근로자가 제1심에서 유죄의 판결이 난 경우라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는 규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원고가 제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고 항소하였음에도 피고 회사가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이 정당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 자체가 해고사유로 되는 경우에는 그 범죄사실의 존부에 관하여는 살피지 않은 채 유죄판결의 존부만을 따져 징계를 하게 되므로, 근로자로서는 징계사유에 대한 실질적인 소명의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해고를 당하게 되고, 제1심 또는 제2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기만 하면 상소하여 상급심에 계속중이더라도 위 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경우 제1심이나 제2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이를 이유로 해고된 후에 상급심에서 원심판결이 취소되어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구제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점과 헌법상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할 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이 미확정 유죄판결도 해고사유로 삼고 있음이 분명한 경우에(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의한 제한은 별론으로 하고) 그 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 하여 무효라 할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해고사유로서의 "유죄판결을 받은 자"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그 범죄사실이 명백하고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면 회사로서는 그 확정 전이라도 "유죄판결"이 아니라 "범죄사실 자체"를 이유로 하여 해고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에게 필요 이상의 인내를 요구한다고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징계처분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처분 당시에 징계사유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므로 처분 당시에 형이 확정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에 의하면, 이 사건 징계해고 당시 원고는 제1심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중이어서 위 형이 확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단체협약 제52조 제7호 소정의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이 원고가 이에 해당한다고 한 것은 위 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단체협약 제52조 제7호(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와 함께 단체협약 제52조 제2호(격일제 근무시 계속 3일, 1일 2교대시 계속 4일 또는 월 3회 이상 무단결근)와 취업규칙 제21조 제1항(근무성적 또는 능률이 불량한 자로서 계속해서 취업함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원고는 1991.9.5.부터 같은 해 10.23.까지 무단결근을 하였다는 것인바,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위 나머지 징계사유에는 해당함이 명백하고, 이는 기록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해고사유로서의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 중인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한 것은 단체협약 제52조 제7호의 해석을 그르친 것이지만 그러한 법리오해는 판결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위 상고이유 역시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4. 6. 24.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윤영철(주심) 김상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