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01년경부터 민간위탁업체인 (주) C와 사이에 대전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의 B사업소에서 검침팀장의 직책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검침팀장으로 일하여 왔다.
대전광역시는 2018. 4. 10. 아래와 같은 사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방안(이하 '이 사건 추진방안'이라 한다)을 수립하였다.
그 후 대전광역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위탁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계획(이하 '이 사건 전환계획'이라 한다)을 공고하였다.
원고는 2018. 5. 16. 피고에게 대전광역시가 추진하는 상수도 검침과 관련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계획에 관하여, 정규직 전환 후의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각 사업소의 검침팀장에 대한 신분과 직책, 급여 수준, 분장업무에 관하여 질의하였고, 대전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2018. 5. 21.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회신하였다.
원고는 2018. 5. 30. 피고에게 정규직 전환 후에도 기존의 검침팀장에 대한 신분과 직책이 유지될 것, 검침팀장에 대한 급여 수준이 유지될 것, 검침팀장의 분장업무가 유지되거나 사무직으로 전환배치 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 이에 대하여 대전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2018. 6. 5. 원고에게 원고가 위 의견서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기관의 조직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위
항에서 회신한 바와 같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회신하였다(이하 '이 사건 회신'이라 한다).
한편, 원고는 피고에게 2018. 6. 1.자 정규직 전환지원서를 제출하였고, 2018. 6. 25. 피고와 사이에 대전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검침, 고지서 배부 및 사실조사, 체납요금납부 독려 등의 업무를 2018. 7. 1.부터 하기로 하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정규직 전환계약'이라 한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사무실에 출근만 하고 현장 검침 업무의 수행을 거부하다가 2018. 12. 28. 해고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주위적 청구
피고는 정규직 전환 후에도 기존의 검침팀장에 대한 신분과 직책, 급여 수준 등이 유지될 것을 요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신청에 응하지 않고 부작위를 하였는바, 이로써 원고는 어쩔 수 없이 피고와 검침업무를 수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정규직 전환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직책이 기존의 검침팀장에서 검침원으로 강등되고, 전보다 급여가 30% 이상이 삭감되는 등 열악한 처우를 받게 되었다. 피고의 위와 같은 처사는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고, 현행 임금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명시한 피고의 이 사건 추진방안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한 피고는 D사업소 검침팀장의 경우에는 일반 사무원으로 채용하였으면서도 원고를 사무원으로 채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기도 하여 위법함을 면치 못한다.
예비적 청구
만약 피고가 이 사건 회신으로 이 사건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한 것이라고 한다면, 위와 같은 거부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급여가 30% 이상 삭감되고, 직책이 검침팀장에서 검침원으로 강등되어 오히려 예전보다 근로조건이 열악해지게 되었는바,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는 목적 즉, 비정규직의 열악한 고용환경과 처우의 개선에 반하는 것으로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해야 한다는 적합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위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사 및 전문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 방식 및 시기 등을 결정하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당사자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기구가 구성·운영될 필요가 있고, 절감되는 용역업체의 이윤관리운영비 등은 반드시 전환자 처우개선에 활용하여 이전보다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인천광역시의 경우처럼 임금이 하락하는 직종에 대해서는 보전수당을 지급하는 등 목적 실현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있는 경우에 행정의 상대방에게 가장 적은 침해를 주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의 원칙, 최소로 침해를 주는 수단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행정 목적에 의하여 추구되는 이익이 행정의 상대방이 받는 손해보다 커야 한다는 상당성의 원칙 등에도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신청으로 요구하는 피고의 조치는 기존의 검침팀장에 대한 신분과 직책, 급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아울러 원고를 검침팀장의 직책으로 채용해 달라는 것인데, 피고가 원고를 공무직 근로자로 채용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인 대전광역시가 사경제 주체로서 행하는 사법상의 법률행위에 불과하고 이는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항고소송인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으로서의 부작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신청에 대하여 2018. 6. 5. 이 사건 회신을 통하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므로 부작위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관련 법리
행정소송법상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인 부작위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처분이란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을 의미하는 것이며(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7두47465 판결 참조),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처분의 신청을 한 자가 제기하는 것이므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통하여 원고가 구하는 행정청의 응답행위는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에 관한 것이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11. 8. 선고 90누9391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신청에 그대로 응하여 원고를 공무직 근로자로 직접 채용하면서 기존의 검침팀장에 대한 신분과 직책, 급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직제와 사무분장을 마련하는 행위는 대전광역시의 인사와 관련된 행정청 내부의 고유한 영역에 관한 행위이고, 또한 그러한 직제와 사무분장을 마련한 후 피고가 원고를 검침팀장의 직책으로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원고를 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채용하는 사법상의 채용계약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신청으로 구하는 행정청의 응답행위는 인사와 관련된 행정청 내부의 고유한 영역에 관한 행위인 직제와 사무분장을 마련하고,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로서 이를 가리켜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피고는 2018. 6. 5. 이 사건 회신을 통하여 원고의 신청에 대하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 거부처분을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부작위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부적법하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인 이 사건 회신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권리가 없이 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는데, 원고에게는 이 사건 전환계획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관련 법리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거부처분의 처분성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 요건이 되는 신청권의 존부는 구체적 사건에서 신청인이 누구인가를 고려하지 않고 관계 법규의 해석에 의하여 일반 국민에게 그러한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는가를 살펴 추상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신청인이 그 신청에 따른 단순한 응답을 받을 권리를 넘어서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이 어떤 신청을 한 경우에 그 신청의 근거가 된 조항의 해석상 행정발동에 대한 개인의 신청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이면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아야 하고, 구체적으로 그 신청이 인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본안에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20638 판결,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3두2945 판결 등 참조).
판단
정부가 2017. 7.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사회양극화 문제를 초래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고 고용·복지·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피고가 2018. 4.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9개 직종 311명에 대하여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공개채용 없이 현 근로자를 모두 전환 채용하되, 현재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로 하는 이 사건 추진방안을 수립하여, 그에 따른 실행계획인 이 사건 전환계획을 공고하였는바, 원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된 후에도 기존의 검침팀장으로서의 신분과 급여를 보장받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가 기존의 검침팀장에 대한 신분과 직책, 급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직제와 사무분장을 마련하는 이 사건 전환계획에 대한 변경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고 위와 같은 직제와 사무분장을 마련하는 내용의 이 사건 전환계획에 대한 변경 신청을 피고가 거부한다면 이는 곧바로 원고에 대하여 검침팀장으로의 채용을 실질적으로 불허하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전환계획의 입안 및 결정권자인 피고에 대하여 그 계획변경을 신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예비적 청구는 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갑 제2, 13, 14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와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된 후에도 기존의 검침팀장으로서의 신분과 급여를 보장받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회신으로 원고의 신청을 거부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이 사건 추진방안에 따라 노측 6명, 사측 6명, 전문가 6명, 이해관계 근로자 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여 협의 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각 사업소의 요금담당 공무원이 검침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 민간위탁업체에 있었던 검침팀장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별도로 검침팀장의 직책을 마련하거나 그에 따른 사무분장을 실시하지 않은 점
대전광역시 소속 5개 사업소의 검침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는 직접고용한 대전광역시의 관리책임자로부터 관리 및 업무지침을 받을 수 있어 위탁업체에 있었던 검침팀장의 직책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피고에게 제출한 점
광주와 인천 같은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검침팀장의 직책을 별도로 만들지 않았고, 원고와 같이 민간위탁업체에서 검침팀장으로 근무하였던 인력에 대해서 대부분 검침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피고가 D사업소 검침팀장에 대해서는 원고와 달리 사무원으로 전환 배치하여 결과적으로 원고를 불합리하게 차별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D사업소의 경우에는 예전에도 사무원이 공석이어서 검침팀장이 사무원의 업무까지 맡아서 수행하였고, 정규직 전환 시에도 사무원이 공석이어서 기존의 검침팀장을 사무원으로 배치한 것으로 원고가 근무하는 B사업소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마련한 이 사건 추진방안에서도 정규직 전환 결정기구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설치하여 정규직 전환대상, 채용방식, 임금 시기, 정년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로 위원을 구성하여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합의점을 도출하며, 현재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에 따른 직책, 직무변동 등에 대해서는 합리적 사유가 있을 시 급여 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하여(갑 제2호증 7쪽 참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조정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는 점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부작위의 위법을 다투는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부적법하고, 아울러 이 사건 신청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회신은 항고소송으로 적법하게 다툴 수 있는 거부처분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사건 예비적 청구 자체는 적법하되,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없어 기각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각하하였으므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제418조 본문에 의하여 이 사건을 제1심 법원에 환송함이 원칙이나, 제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었다고 판단되므로 같은 조 단서에 따라 본안 판단을 하기로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각하하여야 하고, 예비적 청구는 기각할 것이나,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제1심의 소각하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동헌(재판장) 문봉길 이흥주
각주1) 대전광역시 공무직 등 근로자 관리 규정 제2조 제2호는 '공무직 전환채용자'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2018년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채용된 사람으로서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따른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