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21. 12. 23. 선고 2021나12108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의 반소에 관한 부분 중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2.

반소에 대한 소송 총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제1심에서 원고는 징계파면무효확인 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병합하여 본소청구를 하고, 피고는 약정금 지급을 구하는 반소청구를 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본소청구 중 징계파면무효확인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본소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반소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고, 나머지 반소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만이 제1심판결의 반소에 관한 부분 중 원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반소청구 중 원고 패소 부분에 한정된다.

2.

기초사실

이 부분에 관하여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제3면 제1행부터 제8면 '표' 아래 제2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피고의 반소청구에 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서약서에 '원고는 이 사건 관리요령 제10조, 제11조, 제12조 등의 규정을 준수하고 만일 원고가 위 규정을 위반하여 환급의무가 발생하였을 경우 피고에게 소정의 금액을 환급하기로 약정한다.'(이하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이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관리요령 제12조 제4항은 'CFE가 제1항에 의한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고가 IAEA에 지불한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반환액은 다음의 산식에 따라 산출한다. 반환액 = IAEA에 지불한 비용 × [(의무복무기간 - 실복무기간) / 의무복무기간]'(이하 '이 사건 반환규정'이라 한다)이라 규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IAEA에서 2016. 8. 3.부터 2019. 6. 30.까지 근무하였고 피고는 이에 맞춰 원고의 고용휴직 기간을 연장하여 준 사실, 원고가 2019. 7. 3. 피고에 사직원을 제출한 사실, 피고가 원고를 CFE로 파견하고 IAEA에 보낸 돈은 유럽연합 통화 304,000유로(이하 '이 사건 환급금'이라 한다)인 사실, 피고는 2019. 7. 12. 원고에게 이 사건 공문을 보내 2019. 7. 19.까지 이 사건 관리요령 제12조 제4항에 따라 이 사건 환급금 304,000유로를 환급할 것을 요청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 및 반환규정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환급금인 유럽연합 통화 304,000유로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 및 반환규정이 무효'라는 원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IAEA에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IAEA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IAEA 회원국으로서 IAEA에 현금기여, 활동기여를 할 법적인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IAEA에서 피고에서 수행하였던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원고가 IAEA에서 근무한 것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사건 환급금은 회원국의 분담금이고 피고는 IAEA 회원국 지위에 따른 전문기술 공여의무를 완료하였으므로 피고나 대한민국에 어떠한 손해도 없다.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 및 반환 규정은 원고에 대하여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제하고, 원고의 근로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임금 상당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 및 반환규정은 근로기준법 제7조, 제20조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환급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따라서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위 조항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약정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때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약정까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에서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2, 23, 40, 41, 42,47, 51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 및 반환규정은 원고에게 일정 기간 동안 피고의 근로자로 일할 의무를 부여하고 원고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피고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원고가 지급받은 임금 상당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입법 목적에 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비용반환약정 및 반환규정에 기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환급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원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1)

원고는 IAEA에 CFE로 파견된 기간 동안 '핵안전관리관'[Nuclear Security Officer(Theat Assessment)]의 직책 하에 ① 핵물질 및 핵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 지침의 이행 지원, ② 핵 안보에 관한 위협평가 및 설계기준 위협에 대한 IAEA 핵안보국 프로그램 발굴, 제안, 계획 및 관리, ③ 핵 안보와 관련된 전문적 자료 개발 및 교육훈련, ④ 핵 안보에 관한 위협평가 및 설계기준 위협에 대한 회의를 개최 및 주도하고 워크샵, 교육훈련 및 컨퍼런스 등 활동을 지원, ⑤ IAEA 회원국 전문가와 함께 해당 분야의 핵 안보 가이드 문서 개발을 주도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받았고, IAEA에서 매년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는 IAEA에 파견된 기간 동안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가 IAEA에서의 근무 경험을 통하여 전문가로서의 역량이나 지식 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해서, 이를 가지고 원고가 IAEA에서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2)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환급금은 CFE의 보수 및 체재비 등의 금원을 피고가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라고 자인하여(2021. 8. 17. 자 준비서면), 이 사건 환급금이 임금 명목으로 책정된 돈임을 인정하고 있다. IAEA는 내규에 따라 전문가 직원들에게 부양가족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IAEA가 원고에게 부양가족 수당을 지급할 경우 피고가 확보한 예산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피고는 원고를 파견하기에 앞서 IAEA와의 사이에 원고가 스스로 부양가족 수당을 포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1년간 파견하기로 사전 협의하였다. 이후 원고는 IAEA와의 사이에 2년차 계약을 갱신하면서 부양가족수당을 포함하기로 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의 예산으로는 2017. 8. 3.부터 2018. 4. 2.까지 8개월밖에 지원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는 원고가 나머지 4개월분의 예산을 외교부 등 다른 부처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는 원고가 IAEA에 파견된 기간 동안 실질적인 임금의 부담 주체로서 원고가 수령할 보수의 내용과 그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3)

원고는 피고에서 무급휴직한 후 IAEA에서 위 (1)항과 같이 근로를 제공하였고,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IAEA로부터 임금과 가족수당 등을 지급받았다. 원고가IAEA에게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IAEA로부터 지급받은 위 임금과 가족수당 등은 현지 근무를 통한 근로에 대하여 지급받은 금품에 해당할 뿐, 원래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피고가 우선 부담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금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1996. 12. 6. 선고 95다24944, 24951 판결 참조).

(4)

또한 피고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원자력통제 국제협력 지원'을 그 고유의 목적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CFE 파견은 우리나라가 IAEA의 회원국으로서 IAEA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편으로서 이루어지는 과제 중 하나이다. 이 사건 관리요령 제2조 제2호는 CFE를 '피고의 필요에 의하여 별도의 예산이 반영된 사업을 통하여 IAEA에 임시 고용되는 전문가'로 정의하고 있고, 피고는 이 사건 공고문에서 CFE 파견 사업의 필요성에 관하여 '직원의 국제협력 업무 경험확대를 통한 피고의 역량 강화' 뿐만 아니라 ㉮ 국제기구에의 기여도 제고, ㉯ 국내 전문가의 국제사회 진출 확대로 국가위상 강화에 기여, ㉰ 국제기구 동향 파악 등의 성과를 예상한다고 기재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 사건 관리요령은 아래 (5)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견된 CFE에 대하여 정기적인 보고의무를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피고의 요청에 응하여 자료제공 및 보고를 할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를 CFE로 IAEA에 파견한 것은 그 자체로서 피고의 본래 목적 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5)

피고는, "원고는 IAEA에 파견된 기간 동안 무급 휴직한 상태로서 피고에 대하여 일체의 근로의무가 면제되었고, IAEA에 근로를 제공하였을 뿐 피고에게는 근로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관리요령 제11조는 제1항에서 CFE에 대하여 매월, 매분기별 활동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사업관리부서장이 요청한 자료와 담당업무와 관련한 성과 및 결과를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CFE가 수행한 업무에 관하여 IAEA가 평가한 평가서(Performance Review Report) 또한 제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원고는 이에 따라 파견기간 동안 피고에게 월간, 분기별로 '주요 업무수행내용', '평가 및 관찰', '피고 업무 활용방안' 등이 포함된 활동보고서를 제출해 왔고, 이메일을 통하여 수시로 피고가 원하는 정보나 자료 등을 제공하고, 피고 임직원들의 IAEA 총회 참석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는바, 비록 피고가 원고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대하여 직접 지휘· 감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관리 및 지시 하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6)

피고는 "원고가 IAEA에서 수행한 업무는 주로 행사개최 준비, 교육훈련 자료 검토 · 개발 등의 업무로서 파견 전 피고에서 수행하던 업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원고 개인의 경험과 지식, 역량 등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공고문에서 '핵안보, 물리적 방호 전문가'를 선발한다고 공고하면서 구체적인 과업소개서를 첨부하였던 점, 원고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CFE에 지원하였고, 지원 당시 위 표와 같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와 IAEA에 CFE로 파견되어 수행할 업무 사이의 연관 관계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핵안보, 물리적 방호 분야의 전문가로서 피고에서 수행하던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IAEA에 파견되어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결국, 원고의 나머지 항변이나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피고의 반소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의 반소에 관한 부분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소영(재판장) 박진환 김병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