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원고가 이 법원에서 강조하는 주장들에 관하여 아래 제2항과 같은 판단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약어 및 별지 포함)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추가 판단
관련 법리
구 공무원 재해보상법(2022. 11. 15. 법률 제190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수행 중 공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증명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공무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공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한 것이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공무상 질병에 포함되는 것이지만, 이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공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구 공무원연금법상 재해에 관한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두2755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재해에 관한 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이 법원에서도 거듭하여 망인의 과도한 업무와 직장 내 동호회 활동 등 공무수행과 이 사건 상병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내지 16, 18 내지 22, 24, 30 내지32, 35호증, 을 제1, 3, 4,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이 망인의 과도한 업무 및 직장 내 동호회 활동 등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도한 신체활동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거나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추단하기 어렵다.① 이 사건 상병인 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약간 더 흔히 발생하고(1.4 ~ 2.5배), 평균 발병 연령은 50대이나 그 전에도 발병할 수 있으며, 가족성 근위축측삭경화증의 경우에는 47 ~ 52세 정도로 발병연령이 상대적으로 낮다<1>.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은 밝혀져 있지 아니하고, 유전
적 소인, 특수한 바이러스, 환경적인 독성의 작용, 면역기전, 감염, 신경성장인자부족, 호르몬인자 등이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망인은 2021. 3.경부터 근력 저하 증상을 느끼고, 같은 해 4.경부터 12.경까지 수차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산발형 근위축측삭경화증'으로 최종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망인의 연령은 만 47세였다. 앞서 본 연구결과에 비추어 보면, 위 진단 당시 망인의 연령은 이 사건 상병의 평균 발병 연령대에 가까워,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 등 외부적 요인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당시 망인의 연령은 유전적 소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가족성 근위축측삭경화증의 평균 발병연령대에 해당하는데,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의 소견서(갑 제4호증)에 "유전적 원인에 의한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망인의 유전적 소인의 존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망인에 대한 유전자검사가 실시되지 않아 달리 위와 같은 소견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이상, 유전적 소인에 따른 발병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원고들은, 망인이 행정안전부에 파견되어 근무하다가 법제처로 복귀한 2020. 3.경부터 망인의 휴직 직전일인 2021. 5. 31.까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사 스피드게이트 출입기록에 의하여 추정되는 망인의 2020. 10.부터 2021. 3.까지의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월 평균 16시간 28분 (휴가미반영 기준)이고, 이 기간 동안 초과근무 시간이 가장 길었던 2020. 10. 이후에는 초과근무 시간이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기간 동안 망인의 업무량이 과중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망인의 2020. 3.경부터 2020. 9.경까지의 초과근무 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으나, 설령 위 기간 동안 망인의 업무가 다소 과중하였다거나 근무여건이 변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상병 발병일로부터 약 6개월 ~ 1년 이전의 사정이다). 게다가 망인은 2002. 5.경 특허청에서 법 제처로 발령받은 이후 약 20년간 줄곧 법제처에 소속되어 근무해 왔으므로, 법제처에서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법령안 심사, 입안 지원 등 업무에 숙달되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2020. 3.경부터 2021. 5.경까지 수행한 업무나 근무여건 변화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④ 원고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상태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되거나, 위와 같은 스트레스·불안 등에 따른 활성산소 농도 증가(소위 '산화 스트레스')가 이 사건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논문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발췌한 연구논문 기재에 의하더라도 "환자들이 생각하는 질병의 발병 요인으로 스트레스, 정신적 충격 등을 꼽았다"는 것일 뿐<2>,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은 점, '산화 스트레스'는 정상적인 대사 과정에서 외부적인 독소, 바이러스 등 유해환경에 인체가 노출 될 때 활성산소가 다량 생산됨으로써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등의 현상을 가리키는데, 그러한 산화 스트레스가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은 대단히 광범위하여(예컨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암, 심근경색 등), 이 사건 상병 발병과 주요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망인이 업무 수행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원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을 곧장 받아들일 수는 없다.
원고들은 망인의 업무뿐만 아니라 동호회 활동 등 고강도 신체활동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구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공무상 재해의 인정기준) 제1항 본문은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와 그 부상 또는 질병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로 본다."고 하면서, 제2호에서 "공무상 질병"에 대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병"이라고 정의한 다음 "공무수행과정에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질병"(가목), "공무수행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나목), "그 밖에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다목)을 열거하고 있다. 위 규정에 비추어볼 때,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위 동호회 활동 등을 공무수행과정 또는 공무수행과 관련한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가 우선 문제된다.
살피건대, 공무원이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하였더라도,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던 때에는, 그 재해가 앞서 본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08두13620 판결 등 참조)<3>. 그런데 망인이 활동한 직장 내 운동 동호회 활동내역(갑 제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의하더라도, 이러한 활동은 업무시간 외(평일 18:00 이후 또는 주말)에 이루어졌고, 이를 원하는 일부 직원들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던 것으로 보여, 직원들 모두를 대상으로 동호회 활동 또는 행사 참가가 강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갑 제38호증의 확인서에 "위 동호회 활동은 법제처의 상급자도 참여하는 단합대회의 성격도 있어서 상급자의 참가 독려를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
다"는 취지의 기재가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위와 같은 인정을 뒤집기 부족하다). 또한 각 동호회 활동보고서의 '활동계획'란에는 "탁구 레슨 및 개별연습", "친선경기 실시"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특별히 '공무수행'과의 연관성을 찾기도 어려우며, 이러한 직장 내 동호회 활동과 관련하여 통상적인 지원·감독의 정도를 넘어 소속기관의 지배·관리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도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의 동호회 활동 등을 공무수행과정 또는 공무수행과 관련한 활동으로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와 모순된 전제에 선 것으로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설령 망인의 동호회 활동 등이 공무수행과정 또는 공무수행과 관련한 활동에 해당한다고 가정하고 원고들의 위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로 제시될 수 있는 고강도 신체활동이란 "운동선수 등에서 볼 수 있는 활발한 운동<4>", "직업상 과도한 작업이 요구되는 신체 노동자들의 신체활동<5>"과 같은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망인은 사무직이었던 점, 사이클링이나 구기종목 관련 동호회 활동시간은 단시간에 그쳤던 점<6>, 비교적 장기간(약 4일간) 행해진 지리산 등반활동과 같은 고강도 운동도 단 한차례에 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망인의 위와 같은 신체활동이 '고강도 신체활동'으로서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오히려 갑 제2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에 대한 2018년 및 2020년 건강검진결과 "일주일에 2일 이상 신체 각 부위를 모두 포함하여 근력 운동을 수행하십시오."와 같은 검사소견이 기재되어 있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식(재판장) 이혜성 임현태
각주1) 갑 제18호증의3 제3면, 갑 제24호증 제1면, 갑 제30호증 제1면, 을 제1호증 제1면.¦
각주2) 갑 제18호증의1 제3, 8면, 갑 제18호증의2 제1면.
각주3) 이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제정되기 전 구(舊) 공무원연금법이 시행되던 때의 법리이다. 다만 당시의 구 공무원연금법상 관계 규정들과 현행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문언, 체계 및 취지 등을 비교· 대조해 살펴보면, 현행 법령을 해석할 때에도 그 법리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각주4) 갑 제30호증 제3면.
각주5) 갑 제25호증 제1면, 갑 제27호증 제2면.
각주6) 갑 제27호증에는 "직업상 신체 활동량이 많은 것이 아니고 여가 시간에 하는 걷기나 사이클링 운동량이 많은 것은 루게릭병위험 증가와 연관이 없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