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판결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5. 2. 5. 선고 2013가합3315 판결

2013

주문

1.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10,296,708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11. 8.부 터 2015. 2. 5.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 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서 25%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고원 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래들제작 및 납품

1)

원고는 2012. 7. 18.경 피고와 계약금액 1억 4,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40톤(ton) 래들(laddle)제작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별지 도면과 같이 래들(크기 : 외경 2,188mm × 높이 3,290mm, 중량 : 약 14톤)을 제작하여 2012. 8. 22. 피고에게 납품하였다(이하 '이 사건 래들'이라 한다).

2)

이 사건 래들은 래들 몸체, 원통 웜 기어(worm gear), 기어드 모터, 원통 웜 샤프트, 핸들 휠, 메인 샤프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파워 록(power lock) 2개가 외측면과 내측면의 마찰력에 의해 원통 웜 기어와 메인 샤프트를 일체형으로 고정하는 구조이다[이하 '래들 몸체(국자 모형)'를 이 사건 래들과 구별하여 '래들'이라 한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1)

2012. 9. 10. 07:40경 정읍시 C에 있는 피고 작업장에서는 쇳물이 담겨있는 이 사건 래들을 천장크레인에 매달아 주형틀 쪽으로 이동시킨 후 쇳물을 주형물에 주입하기 전에 래들에 담겨있는 쇳물 표면의 슬래그(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2) 피고 직원들이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해 래들을 슬래그 통(높이 약 1.1m)으로 기울이던 중 래들이 180도로 뒤집혀 그 속에 담겨있던 쇳물이 쏟아졌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래들 옆에서 이를 조작하던 D(28세)과 슬래그를 걷어내기 위해 슬래그 통 옆에 있는 고소작업대(높이 약 1.2m ~ 3m) 위에 서있던 E(27세)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3)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래들을 처음 사용하던 중에 발생하였다(이 사건 래들을 납품받은 날에 원고가 입회한 가운데 시운전을 하였으나, 당시 이 사건 래들에 웠물을 넣지 않은 상태로 시운전이 이루어졌다).

다.

보상금의 지급

1)

피고는 2012. 9. 12. 망 D, 망 E의 유족과 각각 '법정퇴직금 및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한 산재보험일시금 환산액,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 회사에서 가입한 LIG 손해보험의 단체정기보험 등 제반 금품을 합한 금액이 4억 8,000만 원이 되도록 합의하고, 유족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 및 피고의 이해관계인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상청구를 포기하며 어떠한 소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합의하였다.

2)

피고는 2012. 11. 6.까지 위 합의에 따라 위로금으로 망 D의 유족에게 252,086,100원, 망 E의 유족에게 248,536,050원을 지급하였고, 망 D의 장례비용으로 15,786,900원, 망 E의 장례비용으로 20,031,100원을 지출하였다.

라.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의 대표이사 F는 '① 구입한 래들의 설계 및 사용부품, 제작상태 등을 정밀히 검토하고 래들에 대한 부하테스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래들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래들 주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래들에 있는 쇳물이 쏟아질 가능성에 대비하여 쇳물이 미치지 않거나 쇳물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하게 하며, ② 방열복 등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하게 하는 등 다량의 고열물을 취급하는 곳에서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 필요한 위험방지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D, E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업무상과실치사의 범죄사실, '피고 회사 공장에서 법률상 규정된 안전상의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범죄사실 및 '근로자들로 하여금 한도를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고,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교부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피고는 대표이사인 F의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양벌규정에 의하여, 피고의 생산팀장인 G는 위 ②항 기재 업무상 주의의무를, 피고의 보전팀장인 H은 위 ①항 기재 업무상 주의의무를 각 위반하여 D, E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업무상과실치사의 범죄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원고는 'I라는 상호로 래들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자로서 이 사건 래들을 제작함에 있어서 파워 록 부품을 사용하였고, 파워 록 부품에 그리스(grease, 윤활유) 성분이 묻으면 마찰력이 감소하여 지탱할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리스 성분을 묻게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래들의 기어박스 내에 설치된 베어링에서 흘러나온 그리스가 파워 록 부품에 묻도록 래들을 제작하고 제작 후 부품 및 제작상태 점검을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로 D, E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업무상과실치사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3고단25).

2)

제1심 법원은 2015. 1. 8. F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0만 원, 피고를 벌금 1,000만 원, G, H을 각 벌금 350만 원에 각 처하고, 원고에 대하여는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을 묻게 한 행위와 이 사건 래들이 뒤집힌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F, G, H, 피고 및 검사가 항소하여(전주지방법원 2015노84) 항소심 계속 중이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갑 제5호증의 1, 을 제1, 2, 6, 7,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 및 반소에 관한 판단

가.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가 피고와 래들제작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래들을 제작하여 납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래들대금 1억 5,400만 원(= 1억 4,000만 원 + 부가가치세 1,4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2. 10. 1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계약해제 주장에 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래들을 제작함에 있어서 기존에 사용되던 키(key)이음 방식이 아니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파워 록 방식으로 웜 기어와 축을 연결하면서 파워 록 부품에 그리스 성분이 묻게 하였고, 이와 같은 래들의 하자를 이유로 원고와의 래들제작 및 공급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그 대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와 갑 제5호증의 18, 27의 각 기재, 을 제5호증의 9, 10, 11의 각 일부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래들은 래들 몸체, 원통 웜 기어, 기어드 모터, 원통 웜 샤프트, 핸들 휠, 메인 샤프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파워 록 2개가 외측면과 내측면의 마찰력에 의해 원통 웜 기어와 메인 샤프트를 일체형으로 고정하는 구조인 사실,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이 사건 래들을 분해하여 살펴본 결과 파워 록의 내측면에 그리스와 유사한 윤활성분이 다량 묻어 있었으며, 이처럼 윤활성분이 묻는 경우 마찰력이 감소하여 지탱할 힘이 줄어드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래들에는 파워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있는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다[피고의 주장은 파워 록 방식을 차용한 것 자체도 하자라는 취지로 보이나, 을 제3,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키이음 방식이 아니라 파워 록 방식으로 래들을 제작한 것이 하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되는바(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참조), 이 사건 래들은 원고가 피고의 공장을 답사하고 현장 상황과 피고의 요구에 맞춘 사양으로 제작한 것이어서 이 사건 래들제작 및 공급계약은 도급에 해당한다. 도급인은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민법 제668조 본문), 아래 나.항 기재와 같이 피고는 기존에 사용하던 래들(최대 30톤)보다 규모가 큰 설계용량 40톤의 이 사건래들을 신규로 설치하여 사용하면서 실제부하와 동일한 수준의 하중을 부여한 작동시험을 하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처음으로 이 사건 래들을 사용하면서 설계용량을 초과하여 47톤의 쇳물을 주입(용량 40톤의 래들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규정 중량의 80%인 32톤 정도의 쇳물을 담아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하였는바, 이 사건 래들의 하자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정들 역시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 제3,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있는 하자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하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의 계약 해제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반소 청구 및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청구원인 및 항변

피고는 이 사건 래들에는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는 하자가 있었는데, 슬래그 제거 작업을 위해 래들을 기울이던 중 위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이 사건 래들이 뒤집어져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① D, E가 사망하여 유족에게 지급한 위로금 및 지출한 장례비용 합계 536,440,050원(= 252,086,100원 + 248,536,050원 + 15,786,900원 + 20,031,100원), ② 사고 발생 당시 진화작업 과정에서 소방수가 형틀에 튀거나 침투하여 합형 전의 상형, 하형을 폐기함에 따라 위 형틀을 만들기 위해 지출한 인건비와 레진, 경화제 등 자재비 합계 37,850,500원(= 22,539,000원 + 15,311,500원), ③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래들 안에 담겨 있던 45톤 상당의 쇳물이 쏟아져 폐기함에 따라 쇳물을 만들기 위해 지출한 원료대금 및 전기료 합계 34,470,400원(= 30,487,270원 + 3,983,13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위 가.의 1)항 기재 래들대금채권과 상계한다고 항변하는 한편, 반소로써 같은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2)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래들의 하자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넘어서 수급인인 원고가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피고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배상을 구하고 있으므로, 그 주장의 전제로서 이 사건 래들의 하자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당시 래들이 전복된 원인과 관련하여, 원고는 크레인 운전자가 크레인으로 이 사건 래들을 이동시키던 중 래들과 슬래그 통이 충돌하여 래들이 뒤집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는 이 사건 래들의 파워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있어 파워 록이 제동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이러한 이 사건 래들의 하자로 인하여 래들이 뒤집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갑 제5호증의 6, 11, 13, 18, 25, 27의 각 기재, 갑 제5호증의 10, 23, 24의 각 일부 기재, 을 제5호증의 4 내지 1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래들과 슬래그 통이 충돌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래들의 파워 록 부분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는 하자와 래들이 뒤집혀 쇳물이 쏟아져서 작업자들이 사망한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사고 당시 사망한 D, E와 함께 사고현장에서 이 사건 래들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던 J(용해반 반장), K, L, M(조형반 담당자들)은 사고 경위에 대해 일치하여 '이 사건 래들에 쇳물을 담은 뒤 천장크레인을 이용하여 슬래그 통 근처까지 래들을 이동시켰고, 래들이 멈춰 선 다음 D이 이 사건 래들의 핸들을 조작하여 래들 주입구(nose)를 슬래그 통 쪽으로 기울였는데, 래들이 3번 정도 움직이다가 갑자기 확 기울어 뒤집어지면서 안에 담겨있던 쇳물이 쏟아졌다'고 진술하였다.

(2)

사고 당시 천장크레인을 운전하였던 N 역시 사고 경위에 대해 위 (1)항과 같이 이야기하며, 래들이 확 뒤집어져 쇳물이 쏟아지면서 그 힘에 의해 래들이 자신을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보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스위치를 누르자 래들이 중간 지점에 멈추었다고 진술하였다. 래들은 사고 직후 천장크레인 방향으로 약간 이동하여 거꾸로 뒤집혀있는 상태로 발견되어서 위와 같은 진술에 부합한다.

(3)

위와 같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관련하여, 이 사건 래들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래들과 슬래그 통이 충돌하는 등의 외부적 충격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J, K, L, M의 진술은 사고 발생 당일 09:30경부터 사고 발생 다음날 오전까지에 걸쳐 이루어진 점, N은 피고의 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인 다른 회사의 직원인 점, 이 사건 사고로 동료 직원 2명이 약 1300°C의 쇳물에 타서 사망하였고, 피고의 대표이사 F와 생산팀장 G, 보전팀장 H이 입건되어서 형사책임을 지고 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J, K, L, M이 사전에 진술할 내용을 모의하였다거나 N을 감싸주기 위하여 거짓 진술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4) J은 또한 사고 당시 래들이 확 뒤집어지면서 슬래그 통과 부딪쳤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사고 후 래들에서는 허리 부분에 긁혀 올라간 흔적과 주입구 부분에 찍힌 흔적, 슬래그 통이 찌그러지고 윗부분이 찍힌 흔적이 발견되었는바, 위와 같은 진술에 부합한다.

(5)

사고 당시 망 D은 수동으로 이 사건 래들을 조작하고 있었는데, 수동으로 이 사건 래들을 조작할 때 작동 순서는 사람이 핸들 휠을 돌리면 원통 웜 샤프트가 회전하고, 이에 원통 웜 기어가 회전하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메인 샤프트가 회전하면서 래들이 좌우로 기울어 움직이는 것이다.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래들을 분해하여 본 결과 파워 록 2개의 내측면과 외측면에서 미끌린 흔적이 발견되고, 내측면에는 그리스 성분이 다량 묻어있었다. 또한 파워 록 2개에는 내측면, 외측면에 각 하나의 홈만이 있으나 파워 록과 결합되어 있는 메인 샤프트 표면에서는 파워 록의 홈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두 곳에서 식별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2. 9. 25.경 위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 파워 록 2개의 마찰부위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래들의 무게와 래들 내부 쇳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메인 샤프트가 원통 웜 기어에서 회전하여 래들이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6)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북지도원 소속 P 등은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원인과 관련하여, ① 위 (5)항과 같이 파워 록의 마찰면에 묻어 있던 윤활성분 때문에 축결합의 마찰력이 감소하여 래들이 기울어지는 순간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전복되었을 가능성, ② 이 사건 래들에 설계용량을 초과한 쇳물을 주입한 것이 원인이 되어 파워록 부분이 래들이 기울어짐에 따른 무게중심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끄러짐이 발생하여 전복되었을 가능성, ③ 천장크레인으로 이 사건 래들을 운반할 때 이동 시의 관성이나 쇳물의 출렁거림에 의해 래들이 주변의 물체(슬래그 통 등)에 충돌하고 이 반력에 의해 전도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다만 그 중 위 ③항과 관련하여서는 '추정'이라고 별도로 기재하여 보다 조심스러운 의견임을 표시하였다.

(7)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분석을 의뢰받은 O 교수는 ① 래들이 전복된 직후 슬래그 통 쪽에서 크레인 쪽으로 이동한 점, ② 래들 표면에 긁힌 자국이 있고, 슬래그 통이 휘어져 있는 점, ③ 쇳물이 슬래그 통이 아닌 바닥에 대부분 쏟아진 점, ④ 고소작업대에서 작업하였던 E가 사망한 점 등을 바탕으로래들이 슬래그 통과 충돌하여 전복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 현장을 목격한 J은 래들이 전복되면서 슬래그 통과 부딪쳤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그 과정에서 래들이 밀려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N의 진술대로 래들 속의 쇳물이 급격히 쏟아지면서 그 반력에 의해 밀려났을 가능성도 있는 점, ㉡ 래들과 슬래그 통의 긁히거나 휘어진 흔적은 위와 같이 전복된 후의 충돌로도 충분히 설명되고, 슬래그 통은 이전부터 사용하던 것이어서 발견된 흔적이 모두 이 사건 사고 당시에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 사고 당시 래들이 슬래그 통과 부딪히면서 래들에 담겨있던 쇳물이 튕겨지듯 쏟아지는 상황이었을 것인데, 쇳물은 점성이 있어서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으므로, 쇳물이 슬래그 통이 아닌 바닥에 대부분 쏟아진 사실이 반드시 래들이 슬래그 통에 먼저 충돌하였다는 O 교수의 견해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닌 점, ㉣ E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고(현장에 있던 다른 작업자들은 래들이 뒤집어지는 순간정신없이 몸을 피하였고 D과 E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 못하였다가 나중에 사망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뒤집어지는 래들을 보고 몸을 피하려다가 넘어져서 사망하였거나 래들이 뒤집어지면서 주입구 부분이 슬래그 통과 부딪칠 때 쇳물이 튀어서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① 내지 ④항의 각 사정만으로는래들이 슬래그 통과 충돌하여 뒤집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책임의 제한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사고 당시 이 사건 래들의 설계용량인 40톤을 초과하여 47톤의 쇳물을 주입하였고(고용노동부의 지침에 의하면 규정 중량의 80%를 넣으라는 것이므로, 이 사건 래들에는 약 32톤의 쇳물을 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래들의 무게중심이 높아져서 전복을 방지하는 복원력이 약해진 점, ② 신규로 설치한 래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 전에 실제 부하와 동일한 수준의 하중을 부하하여 작동시험을 실시함으로써 안전성을 확인하고 잠재적인 위험성을 검토하여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래들을 납품할 당시 래들이 비어있는 상태로 시운전을 해본 것 외에는 하중을 부하한 작동시험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점, ③ 용해로 및 다량의 고열물을 취급하는 장소에서는 근로자의 안전을 위하여 작업 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방호장치를 사용하며 필요한 방열복 등 적합한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함에도, 피고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망 D, E를 비롯한 작업자들은 방화복을 입지 않은 채 안전모와 안전화만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 ④ 원고는 내화벽돌을 2겹으로 쌓아야 함에도 피고가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내화벽돌을 1겹으로만 쌓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처럼 내화벽돌을 제대로 쌓지 않아 베어링에 열이 전달되어 그리스 성분이 베어링에서 파워 록으로 묻어나왔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와 규모, 피해의 대상과 정도, 피해 확대의 원인, 피고의 과실 정도 및 피해 확대 방지를 위한 노력, 그 밖에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고려할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책임비율을 손해액의 25%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피고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망 D, E의 유족들과 한 합의에 따라 2012. 11. 6.까지 위로금으로 망 D의 유족에게 252,086,100원, 망 E의 유족에게 248,536,050원을 지급하였고, 망 D의 장례비용으로 15,786,900원, 망 E의 장례비용으로 20,031,100원을 지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을 제10호증의 1 내지 4의 각 영상, 을 제10호증의 5 및 을 제14호증의 각 일부 기재, 을 제11,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피고 작업장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형틀제작 공정이 진행 중이었고, 피고는 위 공정에 레진 4,740kg, 경화제 1,654kg 등 합계 15,311,500원 상당의 재료비를 투입한 상태였는데, 사고 진압 과정에서 제작 중이던 형틀에 소방수가 튀거나 침투하여 제작 중이던 형틀을 폐기한 사실, ②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래들에 담겨있던 47톤 상당의 쇳물이 폐기되었고, 피고는 위 쇳물의 원료대금으로 30,487,270원 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액은 위 각 금액의 합계인 582,238,920원(= 252,086,100원 + 248,536,050원 + 15,786,900원 + 20,031,100원 + 15,311,500원 + 30,487,270원)이 된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폐기한 형틀을 제작하기 위해 지출한 인건비 22,539,000원 및 폐기한 쇳물을 만들기 위해 지출한 전기요금 3,983,130원 상당의 손해 또한 입었다고 주장하나, 을 제10호증의 5, 을 제14호증의 각 일부 기재 및 을 제13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폐기한 형틀을 제작하거나 폐기한 쇳물을 만들기 위해 각 금액 상당의 인건비 및 전기요금을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상계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에게 145,559,730원(= 582,238,920원 × 25%)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구하는 2012. 11. 7.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15. 2. 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위 손해배상금채권의 변제기가 2012. 11. 7. 도래함으로써 원고의 위 2. 가.의 1)항 기재 래들대금채권과 피고의 손해배상금채권은 모두 변제기에 도래하여 같은 날 상계적상에 있었다 할 것이고, 피고가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래들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2013. 7. 3.자 준비서면 및 반소장이 2013. 7. 5.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이로써 원고의 래들대금채권 중 상계적상일까지의 지연손해금 1,856,438원(= 1억 5,400만 원 × 20% × 22/365, 원 미만 버림)과 원금 143,703,292원은 위 상계적상일에 소급하여 피고의 손해배상금채권 145,559,730원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순차로 소멸하였고, 그 결과 원고의 래들대금 채권은 10,296,708원이 남게 되었다.

마)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10,296,708원 및 이에 대하여 상계적상일 다음날인 2012. 11. 8.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5. 2. 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덕진(재판장) 김지영 경정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