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판결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20. 10. 5. 선고 2019고정363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충남 서산시 B에 있는 C대리점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자동차판매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4. 30.부터 2018. 10. 10.까지 위 C대리점에서 총 5회(2018. 4. 30., 2018. 5. 8., 2018. 5. 18., 2018. 10. 2., 2018. 10. 10.)에 걸쳐 D지회의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팩스 및 휴대전화로 수신하였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

2.

판단

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참조).

카마스터(car master)들의 주된 소득원은 대리점주에게서 받은 판매수당과 인센티브 등인 점, 대리점주가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의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서를 이용하여 카마스터들과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점, 카마스터들이 제공하는 노무는 대리점주의 자동차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것인 점, 카마스터들은 여러 해에 걸쳐서 대리점주와 전속적·지속적으로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 온 점, 카마스터들에 대한 직급체계와 근태관리, 표준업무지침 하달, 판매목표 설정, 영업 관련 지시나 교육 등이 이루어진 사정을 종합하면 대리점주가 카마스터들을 지휘·감독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카마스터들이 대리점주에게서 받은 판매수당이나 인센티브는 카마스터들이 대리점주에게 제공한 노무인 차량 판매행위의 대가라고 볼 수 있는 점, 카마스터들이 다른 회사 자동차도 판매하는 등 독립사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리점주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있는 이상, 카마스터들에게 대등한 지위에서 노무제공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E조합 소속 조합원인 카마스터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참조).<1>

나.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운영한 C대리점 소속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부합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단체교섭에 즉시 응하지 않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요구를 해태한다는 인식 하에 부당노동행위를 하였음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E조합<2>(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2018. 2. 14. C 대리점을 운영하는 피고인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피고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하였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8. 28. 'C대리점의 카마스터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시정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②

피고인은 위 초심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4. 2. 초심결정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 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위 재심신청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8. 4. 30.부터 2018. 10. 10.까지 5회에 걸쳐 피고인에게 단체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는데, 피고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두 번째 단체교섭요구 공문을 받은 직후인 2018. 5. 15. 이 사건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4672호),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 8. 24. 보조참가신청서를 제출하여 피고보조참가인으로서 소송절차에 참가하였다. 제1심법원은 2018. 12. 6. 피고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 상고하였으나 2019. 5. 17. 항소기각(서울고등법원 2019누30685호), 2019. 8. 23. 상고기각(대법원 2019두43450, 상고이유서부제출) 판결이 선고되어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④

한편 G대리점주는 카마스터와의 판매용역계약을 해지한 행위가 노동자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017. 3. 9.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불복하면서 2017. 4. 14.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1854호), 제1심법원은 2018. 9. 4. G대리점주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후 2019. 1. 16. 항소기각(서울고등법원 2018누65745호), 2019. 6. 13. 상고기각(대법원 2019두33712호) 판결이 선고되어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가.항에서 인용하기도 한 해당 사건의 상고심인 2019두33712호 판결은 카마스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 이른바 '리딩 케이스'다.

⑤

피고인은 위 2019두33712호 판결 및 자신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상고심에서 패소로 확정된 후 2019. 10. 18.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 등 단체교섭절차를 개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12. 26. C대리점을 비롯한 대전 및 충청 지역의 H, I 대리점들에게 통합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상견례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후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사태로 인하여 대리점주들과 이 사건 노동조합의 합의 하에 단체교섭절차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가 최근 다시 재개되었다.

⑥

위와 같이 피고인 스스로 이 사건 재심결정의 효력을 다투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G대리점주가 제기한 소송을 비롯하여 카마스터의 노동조합법상 지위를 둘러싸고 유사한 법적 분쟁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 역시 피고인과 G대리점의 소송에 보조참가하여 의견을 주장하면서 사건의 경과를 파악하고 있었다.

⑦

종래 대법원은 원론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보다 넓게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동일하게 적용해왔다. 그러다가 최근(2018. 6. 15.) 선고된 위 2014두12598, 12604호 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보다 넓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학습지교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부정하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카마스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리딩 케이스인 대법원의 위 2019두33712호 판결은 학습지교사 판결의 판단기준을 그대로 인용하여 적용하였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으로서는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카마스터들이 가입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자신이 응할 법률적인 의무가 있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⑧

나아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단체교섭 요구 당시에는 아직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에 대한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이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자칫 전국의 다른 판매대리점에게도 일종의 선례로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단체교섭에 C대리점만 피고인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섣불리 응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 한다.

판사 고유강

각주1) 물론 피고인이 운영한 C대리점의 경우 근태관리가 위 2019두33712 판결의 사안보다는 다소 느슨했던 것으로 파악되는 등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개별적, 구체적 사정은 차이가 난다. 다만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된 변론 요지는 피고인의 단체교섭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는지와 그에 대한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에 쟁점이 맞추어져 있고, 실제로 아래에서 위 변소를 받아들이는 이상, C대리점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대하여 별도로 상세한 사실인정과 논증을 통하여 판단하지는 않는다.

각주2) 당초 조합은 전국의 자동차판매 대리점에 근무하는 카마스터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노동조합인데, 2015. 9. 18.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여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가 2018. 5. 30. 그 조직 형태를 E조합의 지회로 변경함으로써 E조합이 그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 다만 서술의 편의를 위하여 본 판결문에서는 포괄승계 전후를 구별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