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우즈베키스탄인으로 2019. 12. 1.부터 피고 회사에 고용되었다.
피고 회사는 ㈜ C(이하 'C'라고만 한다)로부터 자동차용 범퍼 외피 포장 용역을 도급받았고, 원고를 비롯한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C의 공장동(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 3층 작업장(이하 '이 사건 작업장'이라 한다)에서 범퍼 외피를 포장하는 작업을 수행해왔다.
이 사건 작업장에서 포장된 범퍼 외피는 위 작업장에 보관되다가 C 물류팀 작업자들이 화물용 저속승강기(이하 '이 사건 승강기'라 한다)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공장 1층에 위치한 출하장으로 이동시키게 된다. 이 사건 승강기는 아래 사진과 같이 입구 벽면에 있는 조작버튼을 눌러 작동시키는 전면 오픈형으로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입구 양쪽에 안전봉이 설치되어 있으나 도착을 표시하는 전자표시판 문구나 알림소리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다.
원고는 2020. 1. 6. 16:00경 이 사건 공장 3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중이던 이 사건 승강기에 뛰어내리면서 탑승하였다가 승강기 바닥에 넘어졌고 오른쪽 외측부반달연골이 찢어지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한편, 이 사건 승강기는 물류작업자 외에는 탑승이 금지되어 있다. 이 사건 공장 1층 승강기 입구 벽면에는 빨간색 큰 글씨로 '탑승금지 절대 탑승하지 마시오'라는 내용이 쓰여 있고 위 내용 위로 대각선이 그어져 있는 표지판이, 승강기 벨이 위치한 벽면에는 '탑승금지'라는 내용이 쓰여 있고 그 위로 대각선이 그어져 있는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다.
이 사건 작업장 바로 옆에는 건물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제5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갑 제6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취지
원고는 이 사건 승강기가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도착한 것처럼 보여 탑승하려 앞으로 나가다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고를 당하였다. 이 사건 승강기는 문이 부착되어 있지 않았고 벽과 승강기 색깔이 유사하여 승강기의 도착 여부를 식별하기 쉽지 않음에도 도착을 표시하는 전자표시판 문구나 알림소리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등 근로자들의 추락위험이 있음에도 피고 회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3항 위반).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해태한 과실로 원고가 상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 17,606,819원(=일실수입 26,378,559원+기왕치료비 765,110원+위자료 5,000,000원-이 사건 사고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휴업급여 14,536,85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 및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사용자로서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모두 이 사건 작업장 안에서 이루어졌고 이 사건 작업장 바로 옆에는 이 사건 공장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계단을 통하여 공장 외부로 이동하기까지의 소요되는 시간도 길지 않다.
이 사건 승강기는 C의 물류작업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화물용 승강기로 C의 소유 및 점유 하에 있고 C의 하청업체인 피고 회사의 지배 관리 범위에 머무른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승강기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이 정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승강기가 정상적으로 각 층에 정지한 경우 탑승하였을 때 어떠한 위험이나 사고발생이 예견되는 등으로 이 사건 승강기 자체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이 사건 공장 3층에서 이 사건 승강기를 출발시키기 위하여는 벽면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 할 뿐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전면 오픈형인 위 승강기에는 C 물류작업자 D이 탑승하고 있었으므로 D의 신체 일부가 보이지 않는 점과 승강기 위쪽 각종 장치들이 노출된 점에 비추어 위 승강기가 운행 중인 사실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고는 이미 운행 중인 승강기에 원고가 갑자기 뛰어들면서 발생하였다. 원고는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가 정한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피고 회사에게 근로자의 위와 같은 돌발행동까지 예상하여 위험한 행위를 하지 말도록 주의시킬 안전교육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피고 회사의 작업이 전적으로 이 사건 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승강기 벽면에 우즈베키스탄어로 탑승금지 문구를 적어놓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위 안전표지판은 빨간색 글씨 위에 특정행위를 금지한다는 의미인 사선이 그어져 있고 원고는 피고 회사 및 제3의 회사를 통해 이 사건 작업장에서 수년간 근무해온 경험이 있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판사 강문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