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11. 2. 23. 설립되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C 주식회사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D 주식회사(이하 ‘D’라고만 한다) 등 고객사로부터 물품의 운송 및 보관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여 왔다.
원고는 2016. 7. 25.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현물출자하여 피고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차량번호 1 생략) 화물자동차<1>(이하 ‘이 사건 화물차’라 한다)에 관한 운영·관리권을 피고로부터 위탁받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험료, 관리비 등의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고, 피고에게 매월 일정 금액의 운송사업 관리업무 대행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위·수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원고는 2016. 7. 25.을 개업일로 하여 ‘B’의 상호로 화물운수업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무렵부터 이 사건 화물차로 D가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등의 제품을 D가 지정하는 장소로 운송하는 업무를 하였다.
위와 같은 업무 도중 원고는 2021. 4. 14.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운송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23. 3. 8. 원고에게 ‘운송물량 감소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운송계약의 기간만료일인 2023. 4. 14.에 위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14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주위적 청구
원고는 비록 피고와 형식적으로는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임금을 지급받으면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의 운송업무를 수행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피고와의 근로관계에 비추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는바 이는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므로, 위 해고의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예비적 청구
만약 피고의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면, 피고는 퇴직근로자인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운송용역을 위탁받은 개인사업자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업무를 수행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닌바, 원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보아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자가 기계, 기구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여, 곧바로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안는 사업자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2다5704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7 내지 10, 12, 13, 28, 29호증, 을 제4, 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운송계약서에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피고는 자신이 위탁받은 D의 물품운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인바,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원고의 기본적인 업무내용, 시간 및 장소는 피고가 D로부터 위탁받은 물품운송업무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 그런데 D가 위탁한 물류업무는 운송일정과 운송경로가 고정되어 있어 피고가 별도로 원고의 업무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로서 정하여진 운송일정 및 운송경로에 따라 운송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으나 그 업무수행 과정은 원칙적으로 원고에게 일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가 비교적 일정해 보이는 것은, 피고가 위탁받은 자동차 부품 운송업무 자체의 운송일정(1일 3회)이 규칙적이고 운송경로(출발지 및 도착지)도 고정되어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고, 이와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위 운송일정과 운송경로에 관계없이 준수하여야 할 출․퇴근 시간이나 장소를 따로 지정하여 주지는 않았다고 보인다.
피고가 원고를 비롯한 운송기사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를 떠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피고가 사용자의 지위에서 원고의 업무 수행 과정을 통제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화물차에 위치 추적 장치(GPS)를 부착한 것은 관련 법령에 따라 운송경로 이탈 등과 같은 이례적인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일 뿐, 이를 들어 피고가 원고의 업무 수행 과정을 감독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가 원고의 복장이나 차량관리 상태를 통제하고, 이 사건 화물차에 특정한 외장이나 도색을 하게 한 것은 화주인 D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동일성 식별을 위한 것이고, 원고의 근무태도 불량, 단체행동, 교통법규위반, 차량사고 등의 경우에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성실하고 안전한 차량 운행을 유도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제품운송이 정확하고 차질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여 운송업무의 핵심 수단인 이 사건 화물차를 확보하여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보험료, 수리비 등 그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였다.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약정된 운송료(월 750만 원, 부가가치세 별도)는 단지 원고가 수행하는 운송업무에 대한 대가만이 아니고, 위와 같이 원고가 스스로 이 사건 화물차를 마련하고 그 유지·관리비와 책임을 부담하는데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운송계약의 내용상 원고가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의 운송업무를 대행하게 하는데 특별한 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다만 제3자를 물색하고 그에게 인건비를 지급해가며 업무를 완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이를 최대한 자제하였을 뿐으로 보인다), 원고가 정액의 운송용역비를 지급받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운송일정 및 운송경로 자체가 고정되어 있는 데에 기인한다.
원고가 일평균 3회의 운송업무를 수행하였던 관계로 사실상 피고 외의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운송서비스의 수요층을 자력으로 개척하는 것보다 운수회사인 피고가 확보하여 둔 운송물량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원고가 운송사업자로서 누릴 수 있는 독립성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대신 일정 수준의 운송수익을 보장받을 목적으로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원고의 선택에 따른 결과로, 이를 이유로 원고가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종속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와의 정식의 근로계약에 따라 피고에 소속된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피고의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피고를 사업주로 하는 고용보험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되지 않는 대신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여 부가가치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철(재판장) 김용찬 이두호
각주1) 차대번호 E, 이후 자동차등록번호가 ‘(차량번호 2 생략)’로 변경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