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금속노조 충남지부 F 아산지회 소속 노조원들이다.
피고인들은 피해자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함) F에서 노조원들의 공장 불법 점거 등을 방지하고 공장 내 시설의 안전, 보안을 유지하며 노조원들 상호간의 폭행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CCTV를 설치하자, CCTV에 테이프를 부착하여 현장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을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은 2013. 11. 18. 10:50경 아산시 G에 있는 피해자 회사 검사과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 및 파업가를 제창하며 집회를 하던 중, 피고인 B은 집회현장에서 사회를 보며 "지금 CCTV 다 가려놨던게 다시 또 몇 군데 있네요. 이거는 명백한 조합원들을 감시하는 그런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피고인 C는 "우리가 카메라에 붙여놨던 테이프를 또 뗐습니다"라고 말하며 오른손에쥐고 있는 테이프를 피고인 A, 피고인 D에게 나누어 주고, 피고인 A, 피고인 D은 피해자 회사 소유의 시가 25만원 상당의 CCTV 1대에 테이프를 붙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CCTV에 테이프를 붙여 현장촬영이라는 CCTV 본래의 이용가능성을 침해함으로써 CCTV의 효용을 해하여 재물을 손괴하였다.
판단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검사과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CCTV 1대(이하 '이 사건 CCTV'라 함)에 테이프를 붙인 사실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해자 회사는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검사과 소속장에 대하여 폭력을 행사하며 업무를 방해하고 또 다른 노조인 F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상호 충돌하는 등의 사건이 빈발하던 중 F 노조가 소속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검사과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이 사건 CCTV를 포함하여 총 3대의 CCTV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② 이 사건 CCTV는 위와 같은 설치 경위 및 목적, 설치 장소(공개되지 않은 장소로서 사업장에 해당함), 촬영 가능 범위와 정도(3대의 CCTV로 검사과 사무실의 거의 전체를 상당히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임), 운용 시간(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의 비상시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촬영이 이루어짐) 등에 비추어 근로자(특히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 감시 설비에 해당함을 부정하기 어렵다. ③ 피해자 회사가 이러한 CCTV를 적법하게 설치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④ 그럼에도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CCTV의 설치에 앞서 노사협의회 협의라는 절차를 통하여 노조에게 이 사건 CCTV 설치의 필요성 또는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노조 측으로부터 의견을 제시받은 바 없고,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등을 알리고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친 바도 없다. ⑤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에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를 규정한 이유가 이를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다 F 노조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설립, 운영에 도움을 받는 속칭 어용노조라는 의심을 받아 H지회와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 노조의 CCTV 설치 요청을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대체할 만한 효력을 지닌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⑥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여 F 노조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⑦ 피해자 회사 입장에서는 아산지회 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검사과 소속장에 대한 폭력 행사와 F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의 충돌 등을 예방하고 아울러 시설의 안전, 보안을 유지하는 등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이를 통한 상시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으나, CCTV를 설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들의 사생활의 자유 내지 초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이는 다시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 위 CCTV 설치 및 이 사건 무렵 노사협의회의 협의나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도 CCTV의 설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의 심각한 대규모 폭력사태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이 사건 CCTV 설치 이후 운용 상황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CCTV를 설치한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명백하게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포함한 근로자들 전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로서 피해자 회사의 이익 달성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정도에 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그 설치 및 촬영의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이 사건 CCTV에 의하여 자신들이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계속적으로 감시당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을 포함하여 당시 쟁의행위를 하던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 CCTV에 테이프를 붙였다. ⑨ 피고인들이 이 사건 CCTV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기 위하여 한 행위는 CCTV에 테이프를 붙이는 정도에 불과했을 뿐, 원상복구가 용이하지 않을 정도로 파손하거나 아예 철거하는 정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⑩ 당시 피고인들이 쟁의행위 중이었던 데다 별다른 폭력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건 CCTV 의 설치 및 촬영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피해자 회사의 이익이 피고인들이 설치에 동의하지 않은 CCTV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촬영당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⑪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즉시 이 사건 CCTV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개인정보의 수집이 이루어지는데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이 CCTV 촬영의 부당성을 다투기 위하여 고소,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가처분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법적 구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그 외에 이 사건 CCTV의 촬영을 막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별다른 실효성 있는 조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정당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피고인 A이 동의하지 아니하고 나머지 피고인들로부터는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는 아니한다.
판사 양석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