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1. 4. 2. 선고 2020고단1311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가.

피해자 B에 대한 사기

피고인은 2018년 8월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B에게 "평택시 C에 발주한 목장 공사 중에 계단설치공사를 완성해주면 공사비와 노무비를 완납해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세금 미납 등으로 통장계좌가 압류된 상황이었고 다른 공사현장의 오시공으로 인해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계단설치공사를 하게 하더라도 그 공사비 및 노무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18년 9월경 980만 원 상당의 계단설치공사를 하게 하고 그 공사비 및 노무비를 지급하지 않아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피해자 D, E, F, G, H, I에 대한 사기

피고인은 2018. 8. 1.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D, E, F, G, H, I에게 "평택시 C 우사 신축공사현장에서 일을 해주면 임금을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피해자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더라도 그 임금을 제때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2018. 8. 1.경부터 2018. 8. 10.경까지 각 200만 원 상당의 우사 신축공사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받고 그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합계 1,2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피고인 주장의 요지

가.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의 점

1)

피고인은 계단설치공사를 J에게 도급하였고 해당 공사대금을 J에게 전부 지급하였을 뿐, 피해자 B에게 위 공사를 직접 도급한 사실이 없다(제1주장).

2)

피해자 B은 견적서에 있는 공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하자가 발생하였으므로 미이행 또는 하자 발생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은 공제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 B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었으므로 이 역시 공제되어야 한다(제2주장).

3)

피고인은 피해자 B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제3주장).

나.

피해자 D, E, F, G, H, I에 대한 사기의 점

1)

피고인은 이미 위 피해자들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사건과 이 사건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제1주장).

2)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제2주장).

3.

판단

가.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의 점

1)

제1주장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B에게 해당 공사를 직접 도급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해자 B은 일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관리사 계단설치공사를 직접 도급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적, 구체적이고 이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신빙성이 높다.

나)

증인 J 역시 본인은 피고인으로부터 축사 공사만을 도급받았을 뿐, 관리사 계단설치공사를 도급받아 이를 피해자 B에게 맡긴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 B이 작성, 제시한 계단설치공사 관련 견적서에 직접 "위 금액을 준공 나면 지급하겠습니다. A"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후 서명하였다.

라)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처음에는 J에게 일을 시켰으나 이를 완성하지 못하여 피해자 B에게 계단설치공사를 하도급하였으며, 피해자 B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다(증거기록 356쪽 등). 그렇다면 백 보 양보하여 피고인이 J에게 도급한 공사에 위 계단설치공사가 포함되어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은 이와 별도로 피해자 B에게 위 공사를 추가로 도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2)

제2주장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 B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공사대금에서 공제될 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앞서 본 것과 같이 계단설치공사 대금이 기재된 견적서에 직접 지급을 약속하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하고 서명하였고, 그 내용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계단설치공사 대금으로 위 견적서에 기재된 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해자 B은 견적서에 기재된 대로 해당 공사를 모두 완료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해자 B이 공사를 미이행하였다거나 완료된 공사에 어떠한 하자가 발생하였다는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 B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인과 피해자 B 사이에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차용증 등 어떠한 문서도 작성된 사실이 없다. ② 피해자 B은 피고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부분에 대하여 'J이 피해자 B에게 C 공사의 자재 대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돈을 도급인인 피고인이 직접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J과 피고인의 관계(피고인은 J에게 C 축사 공사를 도급하였고, J은 피고인으로부터 자재비를 받아 자재를 구입한 후 이를 이용하여 해당 공사를 실시함)에 부합하고, 피해자 B이 수사 단계에서 제시한 세금계산서, 예금거래내역과도 어느 정도 들어맞으므로(증거기록 53쪽 이하), 위와 같은 피해자 B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 B에게 내용증명,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대여금의 변제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 B은 이에 대하여 위 ②항과 같은 취지로 반박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다(증거기록 147쪽).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B에게 1,000만 원을 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제3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B을 기망하여 공사를 도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1)

피고인은 2017년 10월 말경부터 평택시 K 관련 공사에서의 재시공 문제(측량 오류로 건설 중인 건물을 철거하고 재시공하여야 하는 문제)로 약 3억 원의 손실을 입어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다(증거기록 499쪽 등).

(2)

이로 인하여 피고인은 2018년 9월경 국세를 1,000만 원을 체납하여 일부 통장이 압류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339, 359쪽).

(3)

또한 피고인은 2018년 8월경 피해자 D, E, F, G, H, I에게 임금 총 1,2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2019. 10. 14. 이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2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나)

그러나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든 증거 및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비록 피고인이 K 공사에서 재시공 관련 문제가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그 후 이에 대하여 건축주를 상대로 약 3억 원의 추가 공사대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도 하였는데(이 법원 2019가합103389),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당시 건축주로부터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2)

피고인은 당시 평택시 K, 평택시 C, L, M 등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중 K 공사는 최초 공사계약상 공사대금이 4억 4,000만 원, C 공사는 4억 7,800만 원에 이르는 큰 규모의 공사였으며, 피고인은 결국 해당 공사를 모두 완료하였다. 피고인이 진행하던 공사의 규모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체납한 국세의 액수나, 피해자들에 대한 채무액수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큰 금액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통장이 압류되었으나 다른 통장을 만들어 공사에 사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증거기록 359쪽), 위와 같은 통장 압류로 인하여 피고인이 공사 진행에 심대한 지장을 받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4)

이 사건과 같은 작은 규모의 건설사업은 그 특성상 피고인과 같은 수급인이 충분한 자본력이 없는 상태에서 도급받은 공사의 상당 부분을 하도급하여 수행하고, 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 이를 하수급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것이 드물지 않다. 이러한 구조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후발적 사유로 하수급인 또는 근로자에게 일부 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처음부터 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며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 최초 하도급계약 또는 근로계약 체결 시부터 공사대금 또는 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피해자 D, E, F, G, H, I에 대한 사기의 점

1)

제1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위 피해자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것(사기)이고, 약식명령상의 범죄사실은 위 피해자들에게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근로기준법위반). 그러나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은 그 보호법익이나 행위 태양, 범행일시가 전혀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3. 12. 23. 선고 2003도5570 판결).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제2주장에 대한 판단

위 가. 3) 나)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위 피해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위 피해자들에게 노무를 제공하게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

판사 정재우

각주1) 피고인은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면소 사유에 해당하므로 같이 선해하여 판단한다.

각주2) 실제로 피고인이 J에게 도급한 C 축사 공사의 도면에 계단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있기는 하다(증거기록 316, 317쪽).

각주3) 위 재판은 2020. 12. 16. 상호 청구를 포기하는 방식의 화해권고결정이 이루어져 그대로 확정되었다(대전고등법원 2020나14329).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