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7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결
사건
2023고단2576
판결선고
2024. 4. 25.
범죄사실
피고인은 B노동조합 C지부 아산공장위원회 의장부 대의원 대표이다.
피해자 C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는 D 부분변경 모델의 개발을 완료한 후 그 양산을 앞두고 신차 양산 일정에 따라 C 아산공장에서 ‘양산 전 테스트용 차량’을 생산하려고 하였고, 피고인은 향후 시작될 신차종 양산과 관련하여 피해 회사를 상대로 피고인이 대의원으로 있는 의장부의 인력 증원을 요구하였으나 피해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피해 회사의 생산라인을 정지시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3. 4. 6. 13:03경 아산시 E에 있는 C 아산공장 의장부 트림1반 공정라인에서, 다른 노조관계자 20여 명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C 아산공장 생산실장 F, 의장 부장 G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인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생산라인을 정지시켰고, 이후 비상정지 버튼이 눌린 상태로 유지되도록 청테이프로 비상정지 버튼을 여러 번 감은 다음, 비상정지 버튼을 해지하려고 다가오는 회사관계자들의 접근을 막는 방법으로 같은 날 17:30경까지 의장부, 도장부, 차체 등 C아산공장의 생산라인 전체를 가동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약 257분 동안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게 하여 위력으로 피해 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H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수사보고서(업무일지 및 클레임 적용 금액 알림 첨부)
고소장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14조 제1항(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해 회사는 B노동조합 C지부와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제41조 제5호(회사는 신차종 양산 M/H 및 UPH 조정 시 조합과 사전 협의하여 결정하되,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없고, 충분한 안전조치, 시설 및 환경개선, 인원배치 등을 통하여 시행한다)를 위반하여 노사 간 협의가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감행하였으므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판단
관련 법리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68 판결 등 참고).
그리고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고).
이 사건에의 적용
살피건대 앞서 본 각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고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해 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한 행위가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해 회사는 D 부분변경 모델(이하 ’D 개조차‘라 한다)의 개발을 완료한 후 그 모델의 양산과 관련하여 2023. 3. 6.경부터 2023. 4. 4.경까지 14차례에 걸쳐 M/H(Man Hour, 1인 1시간 노동량) 산정기준 및 생산투입인원 등에 관하여 노동조합측과 협의를 거쳤으나, 노사간 의견 차이로 인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피해 회사는 D 개조차 양산 일정에 따라 용도차(테스트용 차량)를 생산하기 위하여 생산라인에 투입하기로 하였는데, 이에 피고인을 비롯한 피해 회사 아산공장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 일시에 C 아산공장 의장부 트림1반 공정라인에 있는 비상정지 버튼 근처에 모여들었고 피고인은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생산라인을 정지시켰다. 이로 인하여 피해 회사 아산공장의 생산라인 전체가 가동되지 못하였고, 같은 날 17:30경 다시 가동되기까지 위 용도차뿐만 아니라 피해 회사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던 다른 종류의 차량도 모두 생산이 정지되었다.
비록 피해 회사와 노동조합측 사이에 D 개조차 양산과 관련한 인력 충원 여부 등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하였으나, 피해 회사가 약 1개월 간 노동조합측과 14차례에 걸쳐 M/H 산정기준 및 인력 충원 등에 관하여 논의하는 협의절차를 거쳐 왔고, 피해 회사측에 의하여 협의가 결렬되거나 중단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이와 같은 상태에서 D 개조차를 양산하기 전 테스트 목적의 용도차 생산을 시도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위반되거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당시 피해 회사의 피고인 또는 노동조합측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쟁의행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피해 회사와의 협의절차에 있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생산라인의 가동을 정지시키는 행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하여 D 개조차의 용도차 생산뿐만 아니라 피해 회사 아산공장에서 생산 중이던 다른 차량들의 생산도 중단되었는바, 그와 같이 생산라인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향후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근로자들의 권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심각하거나 그 침해가 긴급하여 생산라인 중단 이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그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해 회사 아산공장 의장부 대의원 대표인 피고인이 D 개조차의 양산을 앞두고 피해 회사와의 협의절차에 있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위력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켜 피해 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써,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었던 시간이 비교적 길고 그로 인하여 피해 회사에게 가한 손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이 사건 업무방해 행위에 있어 물리력이 동원되기는 하였으나 폭력 내지 손괴행위 등이 동반되지는 않은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여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며,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허미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