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3. 6. 13. 선고 2012노2769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공인노무사의 조언을 믿고 통상의 관행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을 공제한 것이어서 그와 같은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량(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1)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도6316 판결 등 참조).

2)

한편,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등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어서,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단체협약으로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한 임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그에 관하여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201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의 경우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상시 7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과거에도 단체협약 내용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여 2008. 6.경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는 등 2회에 걸쳐 노동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이 사건 임금 미지급과 관련한 금지규범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다고 보인다.

나)

공인노무사 H는 이 사건 단체교섭 당시 각 교섭기일에 사용자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하였던 자로서 이 사건 임금 소급공제 문제에 관하여 피고인 등 사용자 측에게 "단체교섭에서 체결된 협약 내용은 전 직원에게 그 효력이 확장되고, 임금협약이 소급적용되는 기존의 관행을 고려하면, 2011. 1. 1.부터 이미 지급된 임금의 10%를 삭감할 수 있으므로, 2011. 10.분 임금 지급시부터는 그 차액을 공제하여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조언을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임금을 공제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그와 별도로 관계 관청에 질의하는 등으로 공적기관에 구체적으로 이 사건 임금협약의 효력 유무나 임금 소급공제의 적법 여부 등을 진지하게 조회하였다는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4)

위와 같은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공인노무사의 조언에 따라 임금을 공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변호사나 변리사 기타 전문적인 법적 지식을 가진 법률학자 등은 법률전문가라 할지라도 형벌법규의 해석이나 집행 등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아닌 사인이므로, 만약 그들의 견해를 믿고 행위한 경우까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면, 사인의 의견에 의하여 형벌법규의 적용이나 집행이 좌우되어 법제도의 운영에 통일성을 기할 수 없게 될 수밖에 없고(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702 판결,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894 판결 등 참조), 특히 위 공인노무사 H는 이 사건 당시 노사 간의 이해관계를 중립적인 지위에서 조절하거나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 측 교섭위원 중 한 명의 역할을 담당하여 그 사용자 측 이익을 대변하였던 자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그의 조언이 노동관계 법령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정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만연히 H의 조언만을 믿고 통상의 관행에 따랐다는 것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에 있어서, 그와 같은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

피고인이 공인노무사의 조언을 신뢰한 나머지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등 그 범행동기 및 경위 등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부당하게 공제된 이 사건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모두 지급한 점 등은 인정되나, 한편 이 사건 근로자들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점, 지급되지 않았던 임금의 액수가 적지 않은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죄전력,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검토해 보면,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완(재판장) 이혜민 구자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