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4. 12. 17. 선고 2013가합9486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5. 5. 25.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는 계약직직원채용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철도전산정보사업단 B부 및 정보기술단 C팀에서 2006. 6. 20.까지 근무한 이래, 피고로부터 2009. 5. 25.자 위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한다는 통보를 받기까지 매년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3차례 갱신하면서 피고의 계약직 또는 전문직<1> 직원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피고는 2009. 4. 23. 원고에게 2009. 5. 25.자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지함으로써 원고와의 이 사건 근로계약의 추가적인 갱신을 거절하였다(이하 위 갱신 거절을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라 한다).

다.

이에 원고는 2009. 12. 24. 원고와 같은 시기에 채용되었다가 같은 날 근로계약이 갱신거절된 D, E과 함께 피고를 상대로 하여 대전지방법원 2009가합14344호(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로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라.

그 후 원고는 2011. 2. 15. 관련 사건의 소를 취하하였고, 2011. 3. 1.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해오고 있다.

마.

한편, D, E은 관련 사건에서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11나5613호)에서 위 승소판결 중 '금전 지급을 명한 부분'의 일부를 취소하여 기각하고, 피고의 나머지 항소(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는 기각하는 판결을 받았으며, 위 항소심 판결은 2014. 2. 13. 피고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갑 제1, 3, 4, 6, 15호증, 을 제1, 11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는 원고에게 실질적으로는 정규직이 담당할 상시필수적 업무를 부과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근로계약상 계약기간의 설정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위 근로계약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된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기간 만료를 전제로 한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무효이다.

2)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3차례에 걸쳐 갱신하면서 약 4년 동안 계속 근무함으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근로계약의 갱신이 계속하여 이루어질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갖게 되었는데, 피고는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부당해고나 다름없는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을 하였으므로, 이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의 법리에 따라 무효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 없이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중 중간수입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원고는 관련 사건에서 이 사건 소와 동일한 소를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점,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일로부터 약 4년 6개월, 소취하일로부터 약 2년 9개월이 지나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점, 소취하 직후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계속 근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

2)

가사 이 사건 소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명시적으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고, 이를 형식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위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며,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몇 차례 갱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로 하여금 위 근로계약의 갱신이 계속하여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갱신거절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적법하고, 나아가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임금청구는 1년의 한도로 인정되어야 하며, 이 부분 임금에 대하여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에 있어서는 징계 사유와 그 징계해임처분의 무효 사유 및 징계 해임된 근로자가 그 처분이 무효인 것을 알게 된 경위는 물론, 그 근로자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사용자가 신뢰할 만한 다른 사정(예를 들면, 근로자가 퇴직금이나 해고수당 등을 수령하고 오랫동안 해고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든지 해고된 후 곧 다른 직장을 얻어 근무하였다는 등의 사정), 사용자가 다른 근로자를 대신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의 여부 등을 모두 참작하여 그 근로자가 새삼스럽게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결과가 되는지의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사유가 있음을 알면서도 장기간 이를 문제삼지 않고 고용관계를 계속하였을 경우 많은 경우에 사용자는 위 해고사유를 들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묵시적으로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새삼스럽게 그 해고사유를 들어 근로자를 해고함은 그간 근로자에게 부여한 신뢰를 배반하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한다 할 것인바, 이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 있어서도 해고를 당한 후에 그 해고에 이르게 된 경위나 그 의미를 알면서도 그 처분에 승복하거나 일단 불복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 다시 승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장기간 그 효력을 다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당해 근로자로서는 그 해고의 그 효력을 다툴 의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당해 근로자의 위와 같은 행동에 의하여 사용자는 당해 근로자가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툴 의사를 포기하였다는 신뢰를 부여받아 그에 기하여 인사질서 등을 구축하여 오게 된다 할 것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근로자가 돌연 이전에 받은 해고처분의 효력을 다투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위와 같은 노사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나.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2009. 4. 23. 피고로부터 2009. 5. 25.자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 사실을 통지 받은 후 2009. 12. 24. 관련 사건의 소를 제기한 사실, 원고가 2011. 2. 15. 스스로 관련 사건의 소를 취하하고, 2011. 3. 1.부터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6, 19호증, 을 제2, 11, 15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09. 6. 19.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 원고가 2011. 3. 1.부터 현재까지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서 정규직인 차장 직급으로 전산업무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오면서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 이전에 피고로부터 받았던 급여와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아온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가 2013. 11. 21.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효력을 다툴 의사를 표시하면서 관련 사건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 피고의 근무조건과 비슷한 조건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자, 스스로 위 관련 사건의 소를 취하한 후 의정부경전철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면서 관련 사건 소 취하일로부터 약 2년 9개월(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거절일로부터 약 4년 6개월)의 기간이 경과하도록 더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관련 사건의 소 취하 및 그 후의 위와 같은 제반 행위로써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거절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따라서 원고가 부여한 위 신뢰에 기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인사체계를 구축하여 온 피고에 대하여 돌연 다시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효력을 다투면서 그 무효확인을 구하고 그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현우(재판장) 전호재 박예지

각주1) 피고의 직제규정에 의하여 2006. 9. 21. 계약직의 명칭이 전문직으로 변경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