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4. 5. 29. 선고 2013노2393 판결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명의신탁이 계약명의신탁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매매계약의 경위 및 명의신탁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명의신탁이 계약명의신탁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토지에 대한 횡령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50만 원)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은 부도난 G 측으로부터 재산 처분에 관한 위임을 받아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처분한 것이어서 권한 없이 임의로 처분한 것이 아니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대전 중구 K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피고인 앞으로 명의신탁 받은 후 실질적으로 관리하다가 임의로 2008. 11. 21.경 N 명의로 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에 의한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서는 명의수탁자의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인데, 피고인이 계약명의신탁의 방식으로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위 토지 소유자인 Q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상 피고인에게는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그러한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졌다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나아가 그 경우 명의신탁자는 부동산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아니하고 또 명의신탁약정은 위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그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으로부터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참조). 한편,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48154, 48151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계약명의자가 명의수탁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계약당사자를 명의신탁자로 볼 수 있다면 이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된다. 따라서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라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의 명의신탁관계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2)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1) 피해자인 G 내의 E(대표이사는 피고인의 형 C)은 C의 사돈인 Q에 대한 회사의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대물변제조로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건물을 받기로 하였는데, E의 입장에서 개인주택을 소유할 경우 따르는 세무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C의 친동생이자 부사장으로 있었던 피고인 앞으로 이 사건 토지 명의를 등기하기로 한 사실, 2) 이에 1997. 7. 10. 매도인 Q, 매수인 피고인으로 하는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었고, 당시 별도로 E을 매수인으로 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은 사실, 3) 계약 체결 과정에서 회계담당자였던 O이 부동산 매매에 필요한 서류 및 인감증명, 도장, 권리증 등을 양쪽으로부터 수령하여 법무사에게 맡겨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피고인이 매도인 Q와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 계약의 효과를 직접 피해자 회사 측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나)

판단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토지 명의가 피고인 앞으로 이전된 이유가 Q와 회사 간 존재하던 공사대금 채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기는 하나, 회사의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대물변제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로 이 사건 토지를 이전받은 후 이를 피고인과 회사 간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는 피고인과 회사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어서 계약의 상대방인 Q로서는 명의자인 피고인이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수인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인과 회사 간 명의신탁약정은 계약명의신탁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명의신탁이 이른바 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한 행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가 인정된다.

(1)

피고인의 친형인 C는 1992년경 주식회사 I이라는 전문건설업체를 출자금 5,000만 원을 투자하여 창업하였고, 위 I은 이후 주식회사 D, E, F, AE, I, J, AF 등 7개 회사로 구성된 'G'의 모체가 되었다. C는 2008. 11.경 G이 부도로 도산할 때까지 E 및 D의 대표이사 겸 G 회장이었다.

(2)

피고인은 2001. 10. 4.부터 2008. 6. 16.까지 G 계열사인 I의 대표이사로, 2008. 6.경부터는 같은 그룹 계열사인 J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위 그룹 부사장직을 겸하여 계열사 전체의 공사 입찰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8. 11. 4. G의 부도로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인감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보관, 관리하면서 회생 관련업무를 처리하였다.

(3)

한편 C와 이 사건 고소인인 O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7개 회사로 구성된 G의 지분을 각 50%씩 보유하면서 동업관계에 있었고, C가 E 및 D의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며 O은 F, AE, AF의 대표이사 겸 그룹총괄 사장직을 역임하였다.

(4)

이처럼 E과 F은 법적으로는 별개의 회사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사무실이 공통되고 모든 공사진행을 함께 하였으며, 직원이나 자산운영체계, 회계 및 자금관리 등을 공유하는 등 사실상 하나의 회사와 같이 운영되고 있었다.

(5)

한편, 피고인은 2000년경 G의 자금으로 이 사건 토지 위에 3층 다가구주택을 신축하여 2000. 8. 9.경 자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나, 위 건물의 관리비용은 E의 법인통장에서 지출되었고, 피고인도 위 주택에서 나오는 임대보증금이나 월세 등을 회사에 주었다.

나.

판단

(1)

이 사건 신축건물은 E의 소유로서 피고인에게 그 명의를 신탁한 것이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E은 G의 한 계열사에 해당하므로 결국 넓은 의미에서 이 사건 건물은 G의 소유에 속한 것이었다. 피고인의 형인 C는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회사를 위하여 75억 원 가량의 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회사 부도사태에 직면하자 부동산이라도 처분하여 피고인 개인의 손해를 보전하라고 한 사실이 있고,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매도할 당시 그 사실을 알았지만 E은 피고인이 위 부동산을 처분한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 제기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와 같은 C의 증언 내용은 E의 동의를 받아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실질적인 법정관리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처분하여 손해를 일부라도 보전하려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 내용에 부합하는 것이기는 하나, C는 피고인의 친형으로서 피고인과의 인적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그 증언의 신빙성을 쉽사리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C가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 및 토지를 처분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회사 소유 재산에 대하여 대표이사 개인에게 처분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더욱이 E은 G 하의 회사이고 E의 자금, 회계 관리가 G과 구별되어 독자적이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G과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은 E의 개별적인 재산이 아니라 G 전체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E의 대표이사에 불과한 C가 그 처분을 허락하였다고 하여 당해 처분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2)

동업재산은 동업자의 합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동업관계가 존속하는 한 동업자는 동업재산에 대한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없고 동업자의 한 사람이 그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또는 동업재산의 처분으로 얻은 대금을 보관 중 임의소비하였다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도17684판결). 또한 동업관계에서 손익분배의 정산이 되지 않았다면 동업자의 한 사람이 임의로 동업재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으므로 동업자의 한 사람이 동업재산을 보관 중 임의로 횡령하였다면 지분비율에 관계 없이 임의로 횡령한 금액 전부에 대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부담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423판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G을 구성하는 여러 회사들이 상호 동업관계와 유사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 신축건물은 실질적으로는 G 하에 있는 여러 회사들의 동업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설사 E의 대표자인 C가 이 사건 신축건물 처분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이것을 처분권한 있는 자의 처분승낙이라고 볼 수 없으며 G을 구성하는 F, I, AF과 같은 다른 회사들의 대표이사로서 C와 동업관계에 있는 O 등의 동의 내지 승낙도 필요하였을 것이라고 보인다. 피고인은 부도가 난 회사의 뒷정리를 도와준 것이라고 항변하나, 정식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위와 같이 자신의 친형이자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의 지위를 가졌음에 불과한 C의 동의만을 얻어 임의로 회사 재산을 매각하는 것이 횡령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또한 피고인은 C로부터 부동산 처분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은 피고인의 E 또는 G에 대한 구상채권에 대한 채무변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회사를 위한 보증채무를 부담하여 구상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별개의 절차에 의하여 변제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지 그러한 공식적인 절차를 모두 배제한 채 사적인 합의에 의하여 회사 부동산을 처분함으로써 구상채무를 변제받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4)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E을 위하여 다액의 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재산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으며, 부도가 난 회사를 정리하기 위하여 노력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인한 1회의 선고유예 전력 외에는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점은 참작할 만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 회사법적 절차를 거치거나 E 외의 다른 계열사들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C와의 사적인 합의에 기하여 임의로 회사 재산을 처분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심에 이르기까지 횡령죄의 성립을 다투며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당초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었으나 원심에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여 이를 150만 원으로 감액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에 규정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여겨지지는 아니하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희(재판장) 박우근 김선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