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이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특별한 근거가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됨에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자로서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①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를 대표하여 F를 비롯한 G, H, I 등 임·직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한 후 매월 임금 이외에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특정하여 지급하여 온 점, ② F는 1995. 10. 1.부터 2010. 6. 30.까지는 부장, 이사로 근무하다가, 2010. 7. 1.경부터는 상무이사로 재직하였는데, 특히 직원 및 일반 이사의 급여 및 연봉협상을 맡아서 진행하면서, 퇴직금은 총 연봉의 1/13이며, 매월 급여 지급시 분할 지급된다는 내용도 이야기해 온 점, ③ 이 사건 회사는 IMF를 겪으면서 직원들의 퇴직금을 정산한 후 연봉제로 바뀌면서 퇴직금이 포함되어 월 급여가 상향되었고, 2012.경부터는 F, H, G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퇴직연금을 적립하고 있는 점, ④ F를 제외한 위 회사 임·직원들은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을 문제삼거나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 퇴직금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던 점, ⑤ 이 사건 회사는 설계용역 회사의 특성상 회사 자산의 잔존가치가 적어 회사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퇴직금을 급여에 포함하여 받는 것이 직원들에게 유리한 점 등 위 회사의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어 피고인이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제8조 제1항에서 '퇴직금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전문에서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법 제8조 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나(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그 실질에 있어서 주식회사의 임원에 해당한다면,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위 관련법리에 비추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F는 1995. 10. 1.경부터 이 사건 회사에서 부장, 이사로 근무하다가, 2010. 7. 1. 이 사건 회사를 대표한 피고인과 임원연봉계약을 체결하고 2010. 7. 1.부터 2013. 6. 30.까지는 상무이사로 재직하였는데, 위 상무이사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에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법인카드, 업무용 차량 및 통신비를 지원받았고, 2010. 6. 30. 이전까지 작성하던 업무일지도 작성하지 않은 사실, ② 이 사건 회사 근로자들이 2011. 7.경 퇴직연금에 가입할 당시에도 F는 임원이라는 이유로 가입하지 않은 사실, ③ F가 2013. 11. 19.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인으로부터 1995. 10. 1.부터 2013. 6. 30.까지 발생한 퇴직금 81,957,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정신고서를 접수하였으나,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2010. 7. 1.부터 2013. 6. 30.까지는 F가 실질적인 이 사건 회사 법인등기이사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증거기록 1-4면), 위와 같은 판단에 근거하여 위 2010. 7. 1.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는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데,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① F는 2010. 6. 30. 이 사건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그런데 F는 그 퇴직금 지급청구권의 변제기인 2010. 6. 30.로부터 상당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 또는 피고인에게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 퇴직금 미지급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013. 6. 30. 이 사건 회사의 상무이사 직을 그만둔 이후인 2013. 11. 18. 즈음하여 대전지방법원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신고서를 접수하면서 위 퇴직금 미지급을 문제삼기 시작한 점, ③ 피고인은 과거 오랜기간 F와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고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여 왔고, F도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F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2010. 6. 30. 당시 피고인이 F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해야 함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인식에 상당한 이유 또한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은 인정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태영(재판장) 계훈영 조장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