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B공사법에 근거하여 은행권, 주화, 국채, 공채, 각종 유가증권 및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용할 특수제품의 제조와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법인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이다(이하 '피고 또는 피고 공사'라 한다).
원고는 1982. 피고 공사에 입사하여 2014. 6. 1.부터는 상임이사로, 2014. 12. 20.부터는 부사장 겸 기획이사(상임이사)로 근무하였다. 피고 공사의 상임이사로는 원고, C, D, E이 있었다.
피고 공사는 2016. 5. 30.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위 4명 상임이사의 만장일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였고(이하 위 결의를 '이 사건 결의'라 한다), 다음날인 2016. 5. 31. 원고 및 D 상임이사의 임기를 1년 연장하였다(2016. 6. 1.~2017. 5. 31.).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제28조 제2항에 의하면 피고 공사의 임원은 1년을 단위로 연임될 수 있다.
피고의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2016. 5. 30.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 다음날부터 '무법무능 경영진 연임이 웬말이냐', '더러운 돈 받기 싫다 노예연봉 철회하라',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연임이사 퇴진하라' 등의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였다.
원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결의에 참석한 상임이사들 전원은 2016. 9. 6. 피고에게 '사직희망사유: 일신상의 사유'라고 기재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이하 원고가 제출한 사직원을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
원고 및 D 이사의 사직원은 수리되었고, 피고는 2016. 9. 23. '원에 의하여 원고 및 D 이사의 직을 2016. 9. 30.자로 면함'이라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내렸다(이하 원고에 대한 위 인사발령을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 4, 5, 16, 19 내지 23, 2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의 상임이사 전부는(원고, C, D, E) 2016. 5.경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피고 사장의 의사에 찬성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실패하는 경우 임원들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차원에서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위 사직원 제출은 위와 같은 의사를 밝히는 차원의 것에 불과하여, 사직원에 첨부되어야 하는 서약서도 없었고 사직희망일자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위 사직원은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한편 피고 공사 내부에서는 2016. 5.경부터 D 이사의 사임, 해임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피고의 사장은 2016. 9. 6.경 E 총무이사를 통해 피고의 이사 전원에게 '노동조합에서 연임 반대를 하는 D 이사 의원면직의 원만한 처리를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이사 4명 전원의 사직원 제출이 필요하니 사직원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이러한 사정 및 원고의 임기가 법률로 보장되어 있는 사정 등으로 인해 원고는 이 사건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음에도 피고는 이를 수리하였다. 원고의 사직원 제출은 비진의표시로서 무효이다.
원고는 형식적인 사직원 제출 후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사직원 수리를 강행하였는바, 이 사건 인사발령은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라 할 것이어서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 인사발령은 비진의표시에 따른 것이고, 그 후 원고가 사직의사를 철회하였으니 어느 모로 보나 무효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의원면직 처분일 다음날인 2016. 10. 1.부터 원고의 임기 만료시인 2017. 5. 31.까지 기본연봉, 성과급, 퇴직금 등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판단
먼저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비진의표시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어떠한 의사표시가 비진의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증명책임은 주장자에게 있는 것이고(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295 판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을 제6 내지 10, 12 내지 15, 17 내지 23, 26, 40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① 피고는 2016. 2.경부터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에 따라 성과연봉제 추진팀을 설립하고, 노동조합에 성과연봉제 관련 교섭요구를 하며,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해 온 사실, ② 노동조합은 2016. 4.경 이후로 계속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여 온 사실, ③ 피고의 상임이사 전부는(원고, C, D, E) 2016. 5.경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였으나, 위 사직원은 수리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앞서 본 증거, 갑 제5, 6, 8, 12, 16, 20, 21호증, 을 제43, 45 내지 49호증의 각 기재, 증인 D, C, E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과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2)항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비진의표시로서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016. 5.경 피고 상임이사 전원의 사직원 제출이, 사직의사 없이 단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오히려 위 사직원을 제출한 사람 중의 1명인 증인 C은 이 법정에서 "그 때 성과연봉제 이사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사장도 '이게 안되면 나도 옷 벗을지 모른다.'고 하였고 4명의 상임이사가 사장에게 힘을 받쳐주기 위해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2016. 5.경 사직원 제출 당시도 노동조합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16. 5.경 사직원 제출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하여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사직한다는 의사에 의한 제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활동에 관련된 모든 증거(갑 제4호증, 을 제10, 15, 17, 19 내지 23호증)를 살펴보더라도, 노동조합이 연임에 반대한 대상이 D 상임이사에 한정된다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을 제47, 49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에 의하면, 노동조합이 연임을 반대한 대상은 원고 및 D 상임이사 2명임이 분명하다.
원고는 원고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진의로 임기만료 전에 사직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2007.경부터 2017.경까지 피고 공사에서 근무한 이사 중 임기를 마치지 않고 퇴임한 이사가 6명이나 있었다. 또한 원고는 2016. 6. 1.부터 2017. 5. 31.까지를 임기로 하는 부사장 겸 기획이사(상임이사)의 인사발령을 받을 당시 피고사장으로부터, '문서상으로는 1년 임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2016. 12.까지가 임기이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1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비진의표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2016. 5. 9. '2016. 6.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2017. 총인건비를 동결하고, 성과연봉제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이에 원고를 비롯한 피고의 상임이사 전부는 2016. 5. 11.부터 그 다음날까지 피고 공사의 각 기관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피고 공사는 2016. 5. 30. 상임이사 전원의 찬성결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였다. 위 결의 후 노동조합의 성과연봉제반대운동 및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고도 연임된 이사에 대한 퇴진운동은 더욱 격화되었고, 2016. 6. 21.에는 검찰에 피고 상임이사들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원고는 노동조합의 성과연봉제 반대시위 등이 계속되자,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D 이사가 귀국하면 상의해서 함께 사표를 쓰겠으니 더 이상의 시위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사직원이 수리된 후 노동조합은 연임이사 퇴진운동과 관련된 현수막을 철거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 임원 중 사장 다음으로 가장 선임 임원의 지위에 있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각종 업무를 하여온 원고로서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하여 경직된 노사관계를 타개하여 피고 공사의 경영에 도움을 주고자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 공사의 상임이사의 지위에 있는 다른 3명 역시 마찬가지의 사유로 2016. 9. 6. 사직원을 제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D 상임이사의 사직원 수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원고도 이 사건 사 직원을 제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D은 2016. 8. 23. 피고 사장으로부터 '노동조합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소명하라.'는 내용의 메모를 받고, 피고 사장과의 신뢰관계가 깨어졌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사직원 제출 전인 2016. 9. 5. 피고 사장에게 구두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즉 D의 위 사직 의사표시에서의 사유와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을 포함한 피고 상임이사 전원의 사직원 제출의 사유는 서로 다른 것으로서, D의 사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굳이 피고 상임이사 전원의 사직원 제출이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 사장이 원고에게 'D 상임이사의 사직원 수리를 위해 형식적으로 필요하니 사직원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설령 원고가 적극적인사직의사로 사직원을 제출한 것은 아니고, 피고 사장이 사직원 제출 지시를 하였다는 인식하에 내심으로는 자신의 사직원은 수리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사장의 경영판단에 따라서는 이 사건 사직원이 수리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원고는 상임이사 전원의 사직원을 자신이 모아 사장에게 전달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제출한 녹취록(갑 제5, 6, 8, 12, 16, 20, 21호증)의 내용은, 원고를 오랜 기간 상사나 직장 선임 혹은 대학 선배로 대해오던 관계에 있는 피고의 직원들이, 원고에 대한 예우와 배려 차원에서 원고의 질문에 유리한 방향으로 간략한 대답을 하고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피고 사장은 2016. 9. 19.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원을 수리한다고 말하였다. 원고는 위 말을 들은 후 D 상임이사를 원고의 사무실로 불러 퇴임행사 일정 등을 협의하였고, 그 후 피고의 간부직원들을 불러 이 사건 사직원이 수리되었다고 알리고, '이사가 나가면 후배들에게는 승진기회가 생기니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비진의표시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원고의 사직원 제출이 유효하게 철회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사직 의사표시의 철회나 취소는 그에 터 잡은 의원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이고, 일단 면직처분이 있고 난 이후에는 철회나 취소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1. 8. 24. 선고 99두9971 판결).
갑 제11, 13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① 피고 공사는 2016. 9. 28. 이사회를 개최하였는데, 원고는 위 이사회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철회를 요청한 사실, ② 원고는 2016. 10. 6. 피고에게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하고,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인사발령이 무효이다.'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는 이 사건 사직원에 관한 면직처분이 있는 2016. 9. 23.까지만 할 수 있는바, 원고의 위 2)항 기재 각 의사표시는 모두 2016. 9. 23. 이후에 있었던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사직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사직의사 철회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원고는 그 외에도 피고의 취업규칙 제57조 제1항에 따르면 사직원의 제출에는 서약서가 첨부되어야 하는바, 피고는 원고로부터 서약서를 제출받지 않았으니 이 사건 인사발령은 위 조항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나, 을 제41호증의 1의 기재에 따르면, 원고는 2016. 9. 6. 사직원을 제출하면서 위 취업규칙에서 정한 보안서약서를 함께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인사발령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임금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노행남(재판장) 최리지 한웅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