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11. 29. 선고 2016노374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피고인)

피고인은 주식회사 D(이하 '회생회사'라 한다)의 관리인으로서 회생절차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의 갱생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지만 심각한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근로자들에게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나.

양형부당(쌍방)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참조),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 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1)

회생회사는 김치류, 절임식품, 가공식품 제조 및 판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인바, 2012년경 막대한 영업손실로 인한 자본잠식 상태에서 대표이사의 사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영업을 통한 채무 상환이 어렵게 되었다. 회생회사는 2013. 2. 1. 대전지방법원에 2013회합3호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2013. 3. 13.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당시 대표이사였던 K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그런데 K은 경영진의 횡령문제로 인해 2013. 8. 13. 대전지방법원의 해임결정에 의해 해임되고, 회생회사와 무관한 피고인이 같은 날 대전지방법원의 관리인 선임 결정에 의해 관리임으로 선임되었다(공판기록 제20 내지 22, 58, 59쪽).

2)

피고인은 관리인으로 선임된 후 기존 경영진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진의 횡령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또한 회생계획안을 마련하여 2014. 3. 21.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다. 회생회사는 피고인의 비용절감 및 거래처 확보 노력, 원재료 값 하락 등으로 2014년, 2015년 상반기까지는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하였지만 영업이 어느 정도 되어 희생계획안에 따른 채무를 변제하여 왔으나, 2015년 하반기부터는 계속적 공급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거래처의 이탈 등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자금부족으로 직원들에 대한 급여지급, 원재료의 수급이 어렵게 됨에 따라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되었다.

3)

피고인은 관리인으로서 비용절감, 거래처확보, 인수합병(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인수합병 추진허가를 받아 2014. 5. 14.경부터 3차례에 걸쳐 인수합병을 추진하였으나 적합한 인수희망자를 찾지 못하여 무산되었고, 2016. 3. 16.경부터 다시 인수합병을 추진하던 중 법원으로부터 협상기한 연장허가 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회생절차가 폐지되었다) 등을 통해 회사의 갱생을 위하여 노력을 하였으나(공판기록 제164쪽, 공판기록 제213쪽), 악화된 회사의 자금사정, 거래처 이탈, 인수합병 무산 등으로 인해 회사의 갱생을 도모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또한 회생계획안에 따른 2015년도 변제할 금액 2,019,117,349원 중 298,830,943원만 변제되어(미변제 금액 1,928,152,809원), 회생계획안의 이행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공판기록 제107, 108쪽).

4)

회생회사의 가용자금은 2016년 1월 54,708,724원(다만, 위 금원은 2015년도 회생계획안에 따른 변제금액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고 회사 가용자금으로 남겨둔 것에 불과하다고 보임), 2016년 2월 19,526,675원, 2016년 3월 10,218,165원, 2016년 4월 9,487,356원, 2016년 5월 10,657,025원, 2016년 6월 24,665,235원, 2016년 7월 26,615,323원, 2016년 8월 7,344,521원 정도에 불과하였는데(공판기록 제131 내지 138쪽), 회사운영을 위하여는 최소한 고정적으로 매달 8~9,0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당심에서의 감사 L의 증언). 경리직원 F은 "원재료를 사는데도 자금이 부족할 지경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퇴직금을 줄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다"라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164쪽), 감사 L도 "당시 회사의 재정상황상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려웠다"라고 진술하였다(당심에서의 감사 L의 증언). 따라서 회생회사는 2015년 하반기부터 원재료 구입비 등 회사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도 제대로 지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보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5)

회생회사는 경영난과 자금사정 악화로 인해 회생계획안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2016. 9. 20.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받고 2016. 10. 5. 법원의 파산선고(2016하합6)에 의해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6)

피고인은 2013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는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공판기록 제140, 161, 162쪽), 2015년 하반기부터 위와 같은 심각한 자금난으로 인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7)

피고인은 2016. 3. 중순경 이 사건 근로자인 G, E, M을 포함한 6명의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법원에 퇴직금 지급허가 신청을 하려고 하였으나, 법원 측 관리위원이 감사인 L와 협의하여 회사의 자금 사정상 퇴직금 지급이 불가피한지 여부를 검토하라는 취지로 반려하여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회생회사의 명의로 작성된 2016. 3. 16.자 퇴직금 지급 허가신청서(문서번호: 회생 제2016-016호)에 이 사건 근로자들인 G, E, M을 포함한 6명의 근로자들의 퇴직금 지급 허가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회생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의 문서번호 중 위 퇴직금 지급 허가신청서의 문서번호만 중간에 빠져 있는 점[(즉 법원에 제출된 서류의 문서번호는 회생 제2016-011, 012, 013, 014, 015, 017, 018호 순으로 위 문서 번호만 중간에 빠져 있음), 피고인 제출의 증 제4호증, 증 제5호증의 1 내지 7, 증 제6호증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법원에 퇴직금 지급 허가신청을 하려다가 회사의 자금 사정 문제로 반려되었다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 한편, 근로자 G은 피고인의 관리인 업무에 대해 불만을 품고 법원에 관리인을 교체하여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는 행위 등을 하여 피고인이 G 등의 근로자들과 퇴직금 지급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으로 보이는바(피고인 제출의 증 제3호증 참조), 그러한 상황에서도 피고인은 N를 통해 G 등과 퇴직금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위하여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당심에서의 N 증언).

위와 같이 회생회사가 회생절차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된 사유,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회생회사의 자금사정,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한 업무수행내용, 퇴직금 지급에 대한 피고인의 노력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회생절차개시 이후 법원에 의해 선임된 관리인으로서 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자금사정의 악화 등에 따라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의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충남 금산군 C에 있는 (주)D 금산공장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김치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7. 10. 1. ~ 2015. 12. 31.까지 김치 제조를 담당하다고 퇴직한 E의 퇴직금 12,222,961원을 포함하여 별지 체불금품내역서 연번 2 내지 4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3명의 별지 체불금품내역서와 같이 합계 23,288,875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그러나 위 공소사실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 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고영식 이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