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9. 13. 선고 2017노43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F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 등을 감시할 목적으로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CCTV 설치는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CCTV 설치를 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CCTV에 테이프를 붙이는 행위는 사실상 CCTV의 본질적인 효용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CCTV 촬영을 막기 위하여 고발,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가처분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법적 구제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검사과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CCTV 1대(이하 '이 사건 CCTV'라 함)에 테이프를 붙인 사실관계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해자 회사는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검사과 소속장에 대하여 폭력을 행사하며 업무를 방해하고 또 다른 노조인 F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상호 충돌하는 등의 사건이 빈발하던 중 F 노조가 소속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검사과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이 사건 CCTV를 포함하여 총 3대의 CCTV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②

이 사건 CCTV는 위와 같은 설치 경위 및 목적, 설치 장소(공개되지 않은 장소로서 사업장에 해당함), 촬영 가능 범위와 정도(3대의 CCTV로 검사과 사무실의 거의 전체를 상당히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임), 운용 시간(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의 비상시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촬영이 이루어짐) 등에 비추어 근로자(특히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 감시 설비에 해당함을 부정하기 어렵다.

③

피해자 회사가 이러한 CCTV를 적법하게 설치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④

그럼에도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CCTV의 설치에 앞서 노사협의회 협의라는 절차를 통하여 노조에게 이 사건 CCTV 설치의 필요성 또는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노조 측으로부터 의견을 제시받은 바 없고,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등을 알리고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친 바도 없다.

⑤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에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를 규정한 이유가 이를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다 F 노조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설립, 운영에 도움을 받는 속칭 어용노조라는 의심을 받아 H지회와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 노조의 CCTV 설치 요청을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대체할 만한 효력을 지닌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⑥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여 F 노조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⑦

피해자 회사 입장에서는 아산지회 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검사과 소속장에 대한 폭력 행사와 F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의 충돌 등을 예방하고 아울러 시설의 안전, 보안을 유지하는 등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이를 통한 상시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으나, CCTV를 설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들의 사생활의 자유 내지 초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이는 다시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 위 CCTV 설치 및 이 사건 무렵 노사협의회의 협의나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도 CCTV의 설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의 심각한 대규모 폭력사태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이 사건 CCTV 설치 이후 운용 상황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CCTV를 설치한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명백하게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포함한 근로자들 전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로서 피해자 회사의 이익 달성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정도에 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그 설치 및 촬영의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이 사건 CCTV에 의하여 자신들이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계속적으로 감시당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을 포함하여 당시 쟁의행위를 하던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 CCTV에 테이프를 붙였다.

⑨

피고인들이 이 사건 CCTV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기 위하여 한 행위는 CCTV에 테이프를 붙이는 정도에 불과했을 뿐, 원상복구가 용이하지 않을 정도로 파손하거나 아예 철거하는 정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⑩

당시 피고인들이 쟁의행위 중이었던 데다 별다른 폭력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촬영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피해자 회사의 이익이 피고인들이 설치에 동의하지 않은 CCTV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촬영당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⑪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즉시 이 사건 CCTV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개인정보의 수집이 이루어지는데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이 CCTV 촬영의 부당성을 다투기 위하여 고소,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가처분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법적 구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그 외에 이 사건 CCTV의 촬영을 막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별다른 실효성 있는 조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

당심의 판단

이 사건 기록을 증거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증거판단을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고영식 이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