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1980. 12. 31.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산업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분야에 관하여 깊이 있는 이론과 실제적인 응용력을 갖춘 고급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정책적으로 수행하는 중·장기 연구개발과 국가과학기술 저력 배양을 위한 기초·응용연구를 하며, 다른 연구기관이나 산업계 등에 대한 연구지원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는 1991. 8. 13. 피고에 입사하여 2001. 1. 31.까지 피고의 B팀에서 기술기사로 근무하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서 정부는 2000. 11. 17. 공공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피고를 포함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경영혁신방안으로 C업무를 민영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피고는 위 지침을 이행하기 위하여 2010. 12.경부터 2011. 1.경까지 피고의 노동조합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과학기술원지부와 사이에, 피고의 B팀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되 B팀 퇴사 근로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에게 C용역의 도급을 10년간 보장해 주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2001. 1. 27. 피고에게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과 퇴직금청구서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2001. 1. 31. 이 사건 사직원을 수리하고 교직원 명예퇴직 시행지침 제12조(희망퇴직)에 의하여 원고의 직을 면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D는 2001. 2. 1.부터 2013. 12. 31.까지 피고로부터 C용역을 도급받아 영업을 하였고, 원고는 2001. 2. 1. 부터 D에 소속되어 C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0년경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의 이 사건 사직원은 원고가 피고의 사직권고를 거부할 경우 입게 될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제출한 것으로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무효이다.
판단
관련법리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 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한편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판단
사직의 의사가 없었는데도 사용자의 강요 등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은 해고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을 제2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과학기술원 지부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이 사건 사직원을 포함하여 E, F의 사직원은 피고가 제공한 것으로서 형식이나 내용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사실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피고의 강요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내심의 의사와 다르게 이루진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달리 이의를 보류하거나 조건을 제시함이 없이 이 사건 노사합의에 동의하여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고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별다른 이의 없이 수령한 점, 피고와 D는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2001. 2. 1.부터 2013. 12. 31.까지 C용역계약을 유지하였는데, 원고는 2001. 2. 1.부터 D에 소속되어 9년여 동안 C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0년경 퇴사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여기에 원고는 피고로부터 퇴직 후 아무런 이의가 없다가 그때로부터 17년 6개월 정도 지난 2018. 7. 23.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당시 희망퇴직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 당시의 국내 경제상황, 피고의 구조조정계획,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른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사숙고한 결과 당시의 상황으로는 희망퇴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의 이 사건 사직원 제출 및 피고의 수리에 의한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되었다 할 것이고,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규(재판장) 박지은 이성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