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 17. 선고 2020가단14386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1) 원고는 1997. 9. 2. 의료기관의 설치 운영 등을 영위하여 위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대전 서구 C, 7층 건물에 있는 ‘D 한방병원’을 운영하였다. (2) 피고는 2016. 2. 1. D 한방병원에 입사하여 진료원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 4월경부터 2019. 4월경까지 병원장의 직책을 맡았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9. 11. 13.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이라 한다)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 의료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인 대전지방법원 2019고단4351 사건에서 2021. 7. 15.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에 불복하여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항소심인 대전지방법원 2021노2572 사건에서 2022. 7. 7. 피고에 대한 공사사실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검사의 공소장변경에 의하여 직권으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관련 형사사건의 피고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1>

다.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의 피해변제를 위하여 2019. 11. 6.부터 2019. 11. 25.까지 각 보험회사에 합계 148,402,323원을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2020. 12. 17.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56,213,871원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진정을 제기하였고, 원고는 2020. 12. 28. 피고 명의의 계좌에 45,723,087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송금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민사책임에서 고의와 과실이 원칙적으로 동가치적으로 다루어지는 만큼, 피고는 미필적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E 등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에 관한 범행이라는 공동의 불법행위를 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E 등과 공동하여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손해액 148,402,32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는 원고와 D 한방병원에서 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퇴직금을 포함하여 순수(net)급여 700만 원을 지급받고, 그 외에 통상적인 진료가 아닌 첩약과 도수치료를 처방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계약서의 월 급여에 퇴직금이 포함되었다는 내용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하여 원고로 하여금 45,723,087원을 지급하도록 하여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 45,723,087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

(가)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 사이에 의사의 공통이나 행위공동의 인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보아 행위자 각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행위가 공동으로 행하여져 피해자에 대한 권리침해 및 손해발생에 공통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자 각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행위가 공동으로 행하여졌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101824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각 행위는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2755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사실과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 판결에서 인정한 여러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이나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과실에 의하여 E 등과 공동으로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의 행위를 하여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는 D 한방병원의 병원장이라는 직책을 맡기는 하였으나, 이는 선임 진료원장이라는 의미에 불할 뿐 실제로는 E가 D 한방병원의 경영상무로서 전반적인 경영이나 운영을 담당하여, 피고가 E 등과 공동으로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의 범행을 용이하도록 하거나 묵인하여야 할 동기나 유인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②

피고가 E 등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의 범행이라는 불법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오히려 관련 형사사건에서 위 각 범행을 주도하거나 가담하였던 E, F, G는 피고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E, F의 각 검찰에서 한 진술은 그 진술내용이 일관되어 있지 않고 전체적으로 불명확한 사실을 추측하여 진술함으로써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된 사실만이 확인된다.

③

D 한방병원은 가퇴원 환자들이 발생하면 간호팀 또는 원무팀에서 먼저 퇴원 조치를 한 후 사후에 의사에게 퇴원 사실을 전달하여 의사가 전산으로 퇴원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여, 이미 퇴원한 환자들이 마치 입원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꾸며 불법 가퇴원 환자들을 임의로 작출하는 행위는 간호팀과 원무팀의 협조를 통하여 충분히 가능하므로, 이러한 행위에 피고의 역할이나 인식이 필수적이라고 보이지 않아 E 등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의 범행에 대한 피고의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는 합리적 근거나 이유가 되지 못한다.

④

D 한방병원에서는 입원환자들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처방방식의 하나로 일괄처방을 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가 가퇴원 환자들에 대하여 일괄처방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E 등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이라는 범행을 알면서 동조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피고가 일부 가퇴원 환자들에 대한 전자진료기록부 메모에 직접 ‘가D’라는 불법 가퇴원 사실을 암시하는 문구를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E 등으로부터 불법 가퇴원 관련 지침 내지 계획을 전달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불법 가퇴원 환자의 존재를 의심하여 이러한 문구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⑤

허위 입원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대부분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을 받거나 신체 부위에 대하여 실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었으므로, 피고가 통증의 진행 경과를 보거나 효과적인 치유를 위하여 입원치료를 결정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반면, 피고가 허위 입원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과장되거나 허위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 보험사기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허위 입원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입원 기간 중 잦은 외출․ 외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외출․외박 현황을 간호팀에서 피고에게 통보하였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피고가 이러한 외출․외박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피고는 2019. 4. 12. D 한방병원의 부서장 회의에서 ‘허위 입원을 시키지 말라’, ‘무단 외출․외박을 시키지 말라’는 의사를 표명하였는데, 그 이전에 피고가 이러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던 이유는 허위 입원 또는 무단 외출․외박 환자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특히 피고가 외출․외박이 잦은 환자에 대하여 퇴원조치를 취하겠다는 지시를 내리기도 하였던 점을 고려하여 보면 더욱 그러하다).

(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성립 여부

(가)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다음 그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이 경우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자는 급부행위의 원인이 된 사실의 존재와 함께 그 사유가 무효, 취소, 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음을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등 참조).

(나)

위에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이나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45,723,087원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받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 의하면, 피고의 D 한방병원의 병원장이라는 지위는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서 실제로는 선임 진료원장이라는 의미에 불과하고, 피고로서는 환자에 대한 진료 등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고정된 급여를 받는 관계에 있었을 뿐 D 한방병원의 경영이나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원고의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고정급여를 지급받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하는 만큼,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인바(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가 퇴직금을 포함하여 순수(net)급여 700만 원을 지급받고, 그 외에 통상적인 진료가 아닌 첩약과 도수치료를 처방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은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으로 인하여 발생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56,213,871원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진정을 제기하자 원고의 대표자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형사 처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하여 45,723,087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는 것임은 원고의 주장 자체로 분명하고, 원고의 대표자에 대한 형사 처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무효, 취소, 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 45,723,087원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환

각주1) 다만 원고는 검사가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변경한 공소사실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손해보험사기방지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관한 보험금이 23,042,010원,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방조의 공소사실에 관한 진료비 및 보험금이 136,660,617원이라고 주장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