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 1. 1.자 대기발령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 7. 1.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0. 7. 1.부터 원고가 원직에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4,963,143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2, 3항 및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 1. 1. 대기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0,094,958원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서울 마포구 C에 주사무소를 두고 방송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07. 1. 1. 피고의 음악PD로 특별채용되어 대전지사에서 근무하다가 2015. 1. 1. 차장으로 승진하여 그때부터 차장직급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18년 인사고가평가에서 고과점수 57.4점, 최종점수 47.4점으로 E등급(170명 중 2명)을 부여하였고, 2019년 인사고가평가에서 고과점수 50.3점, 최종점수 45.3점으로 E등급(177명 중 3명)을 부여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0. 1. 1. 피고의 인사규정 제32조 제1항 가. ‘업무수행 능력이 회사가 기대한 바에 비하여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회사에 해가 되는 경우’ 및 나. ③항 ‘2년 연속 고과 등급 E등급 이하 등급을 받은 자’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대기발령조치(기간 2020. 1. 1.부터 2020. 6. 30.까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
피고는 2020. 5. 20. 인트라 이메일로 인사위원회 개최통보를 하면서 원고에게 출석통지서(이하 ‘이 사건 출석통지서’라 한다)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였다. 이 사건 출석통지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20. 5. 21. 이 사건 출석통지서를 수령하였고, 그 다음날인 2020. 5. 22. 피고에게 ‘인사위원회 참석 통지에 대한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원고는 위 내용증명을 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인사조치에 대한 사용자측의 정당한 사유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회신해 줄 것과 2020. 5. 26.자 인사위원회 개최 일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대기발령 인사조치의 사유 회신 후에 사용자와 근로자간 합의가 경료된 시점에 인사위원회 개최를 진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20. 5. 25. 오전에 원고의 내용증명을 수령하였는데, 피고측(D 차장)은 같은 날 15:42경 원고에게 ‘인사위원회 참석 통지에 대한 내용증명 발신에 따른 회신 및 인사위원회 참석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인사위원회는 대기발령의 기한 도래에 따른 원고의 향후 인사 처리사항을 논의 및 결정하기 위해 개최되는 것이고, 대기발령 사유는 사규 제2장 인사규정 제7절 제32조 대기발령 요건(2년 연속 고과등급 E등급 이하)과 직원들과의 지속적 분쟁 및 상사에 대한 지시불이행 외 업무태도 불량으로 대기발령을 받았고, 대기발령 이후 인사 처리 사항을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며, 피고의 인사위원회를 공지한 일시에 개최됨을 알린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원고는 2020. 5. 26. 오전 피고에게 피고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인사위원회에 불참할 것을 통보하였는데, 피고는 2020. 5. 26. 예정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다.
피고의 인사위원회는 2020. 5. 26. 대기발령 기한 도래를 앞둔 직원(원고, E)에 대한 인사 처리 사항을 논의하였는데, 원고에 대하여 ‘① 2년 연속 근무평정 최하위(E) 등급, ② 지속적인 상사, 동료들간의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여 징계에 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하였음에도 상사의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수차례 거부, 외부인과의 마찰 등으로 부서 업무 수행과 조직 운영 부담 및 방송사 이미지 실추, ③ 대기발령 중 개선을 위한 의지나 노력 전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면직(해고)을 비롯한 강등, 정직(6개월)의 3가지 안으로 의결, 상신’하였는데, 최종적으로 원고에 대하여 해고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2020. 6. 1.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해고통지(이하 ‘이 사건 해고통지’라 한다)를 하였다.
피고의 관련 규정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29 내지 31, 33, 35 내지 38, 41, 42, 48호증의 각 기재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대기발령 무효확인청구의 적법성에 관한 직권 판단
관련 법리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은 그 대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되고, 이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
한편, 직위해제처분은 그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다만 그 직위만을 부여하지 아니하는 처분이므로 만일 어떤 사유에 기하여 근로자를 직위해제한 후 그 직위해제 사유와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였다면 뒤에 이루어진 징계처분에 의하여 그 전에 있었던 직위해제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이와 같이 직위해제처분이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인사규정 등에 의하여 승진․승급에 제한이 가하여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5230, 2009다5247(병합)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대기발령이 ‘2년 연속 인사고과 E 등급 이하, 원고의 업무수행능력 부족 및 회사에 해가 되는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이루어졌고,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과 동일한 사유(인사고과성적의 불량 등)를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의 인사규정상 이 사건 대기발령은 직무정지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서 직위해제와 다르지 않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이 사건 해고로 인하여 그 효력이 소멸하였는바, 결국 이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한편,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급여가 감소된 불이익이 있기는 하나, 원고는 그와 같이 감소된 급여의 지급을 구하고 있을 뿐이고,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승진·승급에 제한이 가해진다는 점을 주장·입증하지 않고 있으며,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임금 청구에 있어서도 승진․승급으로 인한 임금 상승분을 반영하여 청구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따로 이 사건 대기발령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원고의 권리나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대기발령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규정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징계절차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고, ② 대기발령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 하더라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의 자연면직 처리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대기발령 기간 중 해고사유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대기발령 당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확정되지 아니한 점, 이 사건 해고가 원고의 업무능력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르지 않은 평가결과를 근거로 한 것인 점, 징계양정의 적정성을 상실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는 위법·부당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해고의 성격
이 사건 해고의 위법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해고가 피고의 인사규정 제38조의 자연면직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징계해고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38조는 ‘대기발령 후 6개월이 경과하여도 업무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취업규칙 제44조(해고)에 근거하여 면직된다’라고 정함으로써 대기발령 후 기간 도과로 인한 자연면직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 중 피고의 인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이 사건 해고가 이루어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16조 제3, 4, 6호에 해당하여 피고의 취업규칙 제44조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결국 원고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38조의 자연면직 규정에 의하여 해고된 것이라기보다 징계해고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후에서는 이 사건 해고가 징계해고임을 전제로 그 위법성을 판단한다.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규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구체적 판단
피고는「원고의 상사, 동료 간의 갈등 및 분쟁 유발, 상사에 대한 하극상, 상사에 대한 불손한 행동 등 조직 위계질서의 훼손 야기, 피고와의 신의 성실의 관계회복 불가, 인사고과 불량, 선교 방송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당 등의 사유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4절 제16조 제3, 4, 6호 및 피고의 취업규칙 제44조 제4호, 제5의 가호에 해당하여 해고한다」는 내용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통지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위 법리에 앞서 인정한 사실, 을 제2, 11, 13 내지 17,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해고통지에 원고의 해고사유로 기재된 ‘상사, 동료 간의 갈등 및 분쟁 유발, 하극상, 불손한 행동, 업무 수행하기 부적당’이라는 표현은 매우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하여 문제 삼고 있는 행위의 발생시점이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은 점, ② 원고가 2012. 1.경부터 2019. 4.까지 10회에 걸쳐서 경위서를 작성하고, 시말서 및 소견서를 피고에게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원고가 작성한 대부분의 경위서는 2012년부터 2014년에 집중되어 있고(1건의 소견서만이 2019. 4.경에 작성한 것이다), 그 사유도 대부분 출근 미체크 및 방송사고 유발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를 통보받을 당시 원고에 대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았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해고통지로써 원고에게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알렸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서면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소명기회가 부여되었는지 여부
관련 법리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징계해고하였다면 이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여부와 관계없이 절차에 있어서의 정의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100919 판결 등 참조).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징계규정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경우 그 통보의 시기와 방법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한 바가 없다고 하여도 변명과 소명자료를 준비할 만한 상당한 기간을 두고 개최일시와 장소를 통보하여야 하며, 이러한 변명과 소명자료를 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촉박하게 이루어진 통보는 실질적으로 변명과 소명자료 제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징계대상자가 그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하였다 하여도 스스로 징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한 그 징계위원회의 의결에 터잡은 징계해고는 징계절차에 위배한 부적법한 징계권의 행사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두1531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는 2020. 5. 20. 원고에게 ’대기발령 기한 도래에 따른 인사 처리를 안건으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므로, 이에 대한 소명을 위해 참석을 바란다’는 취지의 이 사건 출석통지서를 발송한 사실, 원고가 2020. 5. 21. 이 사건 출석통지서를 수령한 이후 그 다음 날인 2020. 5. 22.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의 정당한 사유 회신 및 위 회신 후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사실, 피고가 2020. 5. 25. 오후 원고에게 대기발령 사유에 대하여 고지하면서 ‘대기발령 이후 인사처리 사항을 결정하고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며, 인사위원회는 공지한 일시에 개최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송부한 사실, 피고의 취업규칙 제9장 제60조 제2호가 ’징계위원회 의결 전 소명기회를 부여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출석통지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변명과 소명자료 제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부적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피고의 취업규칙에 징계위원회 의결 전 소명기회를 부여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위 규정에는 징계대상자에게 실질적으로 변명 및 소명자료의 제출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근로자를 징계 내지 해고함에 있어 실질적인 변명과 소명자료 제출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징계혐의자가 최소한 어떠한 사유로 징계 여부가 문제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어서 그에 대하여 소명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는 징계사유에 대한 통보나 고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출석통지서는 ’대기발령 기한 도래에 따른 인사 처리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개최 및 이에 대한 출석요구‘를 그 내용으로 한 것으로, 원고를 징계하기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통지받거나 고지받지 못하였는바, 원고로서는 자신에 대한 불이익한 상황의 전개가능성에 대한 짐작(추측)을 넘어 이 사건 출석통지로 징계(해고)처분을 받을 것임을 구체적으로 예측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원고가 피고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도 대기발령에 대한 정당한 사유 등을 회신해달라고 하였을 뿐 해고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출석통지로 원고가 실질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가 피고의 인사위원회 개최 약 5일 전에야 이 사건 출석통지서를 송달받은 후 이에 대하여 피고에게 자신의 대기발령 사유를 고지받고나서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까지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소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고는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지도 않았고, 어떠한 소명자료도 제출하지 못하였는바 피고의 촉박한 통지로 인하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제약이 초래되었다고 판단된다.
소결론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고, 원고는 징계해고에 대해 실질적인 소명기회도 부여받지 못하였으므로,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해고는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 따라서 징계사유의 존부 및 그 양정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만으로도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해고무효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임금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대기발령 무효에 따른 미지급 임금지급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인지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지만,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임을 전제로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그 기간동안 삭감된 임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위 임금 청구 당부의 선결문제로서 이 사건 대기발령의 무효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대기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무리한 인사권 남용이고,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이루어졌으며, 원고의 업무능력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르지 않은 평가결과를 근거로 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 또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최소한의 신의칙상 협의절차 없이 이루어졌는바, 이는 부당한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이다.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인사규정 제7절 이하 대기발령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이루어졌는데, 위 대기발령 규정은 2019. 9. 6. 신설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기발령 규정의 신설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개정으로, 이 경우 반드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결국 위와 같이 신설된 대기발령 규정은 원고에게 적용될 수 없고, 더욱이 위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한 신고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바, 이 사건 대기발령은 규정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이다.
관련 법리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 등을 포함한 인사발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판결 등 참조).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 이는 근로자의 과거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성질이 다르므로,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등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당해 대기발령 등의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대기발령 등에 관한 절차규정의 위반 여부 및 그 정도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4226 판결 등 참조).
인사규정에서 보직을 해임하고 대기발령을 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그 형식 및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는 경우, 대기발령은 인사권자의 인사권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그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자체로 대기발령이 무효로 된다고는 할 수 없고,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789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리킨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19928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8078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인사규정 제32조 제1호 나. ③항에 근거한 정당한 대기발령이고, 피고의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대기발령이 피고의 인사권남용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대기발령과 관련된 규정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도 없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25조는 근로자에 대한 징계의 종류로 ‘견책, 감봉, 정직, 강등, 파면, 기관경고, 경고’만은 정하고 있어 대기발령은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바, 이 사건 대기발령은 피고의 인사명령의 하나에 불과하여 피고의 고유권한에 속하고 피고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대기발령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을 할 수 있는바,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른 대기발령과 관련된 조항의 신설이 그 자체로 근로자의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 또는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단순히 취업규칙 조항의 제정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를 두고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인사규정에는 대기발령의 정의 및 그 요건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기간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기간인 6개월이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로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인바, 모든 평가요소를 객관화하기는 곤란하여 원칙적으로 그 평정을 위한 평가기준이나 항목의 설정, 점수배분에 있어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 및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평가가 객관적이지 않고, 공정하지 않은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기발령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징계처분과 같은 절차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하면 대기발령을 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하여 규정하면서도 그 형식 및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어 피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의 사유를 명시할 의무나 원고와 협의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바, 그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여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미지급 임금지급청구 부분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 무효에 따른 미지급 임금지급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니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81. 12. 22. 선고 81다626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가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무효라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데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함으로써 이 사건 대기발령은 그 효력이 소멸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전에 원고가 지급받았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원직에 복직하는 날까지 발생할 예정인 임금 부분을 미리 청구할 필요도 있다.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 전 월 4,963,143원의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 원고가 2020. 6. 30.까지의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으로 이 사건 해고일인 2020. 7. 1.부터 원고가 원직에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4,963,143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대기발령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위 각하 부분을 제외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신혜영(재판장) 이민정 박경환
각주1) 근로자에 대한 해고일까지의 임금은 지급된 것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소급임금 산정의 기산일을 부당해고가 행해진 날의 다음 날부터로 하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해고 당일인 2020. 7. 1.분의 임금을 지급받은 사정은 보이지 않는바, 원고의 임금산정일을 해고 당일인 2020. 7. 1.부터로 기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