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D은 피고인으로부터 숙식을 제공받고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며 농사일을 일부 도와주었던 것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 피고인은 D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임금이나 퇴직금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D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은 D이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D이 피고인의 사업장 인근에 거주하며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에게 노동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근로제공 경위, 근로기간, 생활양상 등을 종합할 때, D은 단순히 호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근로의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기 위해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ㆍ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다6438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토대로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위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할 때, D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D은 약 15년간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상추, 깻잎 등의 농작물 재배, 운송, 벼농사 등의 일을 하였다. D은 처음 몇 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피고인의 집에서 떨어진 별도의 장소에 거주하며 특별한 휴일도 없이 하루 7∼10시간 정도 노동을 제공하였는데, 이는 도저히 단순 호의로 농사일을 도와주었던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D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모친이 시키는 일을 하였고, 피고인이 나중에 집을 사줄테니 걱정말라고 하기에 그 말을 믿고 월급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피고인에게 쉬게 해달라고 몇 번 얘기했는데 상추 따면서 쉬면 되지 않느냐고 하며 쉬는 날도 주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더하여 D이 피고인에게 노무를 제공하게 된 경위, 제공한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D은 실질적으로 피고인과의 사용종속관계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며 ‘일을 했으니까 돈은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돈을 얼마 주겠다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나중에 집이라도 한 채 해주든지 하겠다고 한 사실은 있다’, ‘숙식을 해결해 줄 생각으로 데려온 것이기 때문에 임금을 매달 지급할 생각은 없었으나 나중에 집이라도 한 채 사주려고 했었다. D에게 집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은 맞다’라고 진술하였다. 즉, 피고인 스스로도 D으로부터 대가의 지급이 필요한 근로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원심판결 제2면 제6행의 “1. 피고인의” 뒤에 “일부 법정진술”을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판사 문보경(재판장) 김동욱 서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