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3. 27. 선고 2021가단124826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A은 아래에서 볼 산재 사고의 피해자이고, 원고 B는 그 배우자이며, 원고 C는 원고 A의 모친, 원고 D, 원고 E, 원고 F은 각 그 자녀들이다.

나.

피고는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도급받은 I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사업 중 수로터널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H로부터 하도급 받았고(계약 내용을 보면 수로터널과 관련된 토공사와 철근콘크리트공사를 각 하도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위 공사와 관련해 피고의 직원인 원고 A은 경북 J터널(이하 ‘이 사건 터널’이라 한다)에서 소형 굴삭기로 굴진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수행하던 중 아래의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원고 A은 2020. 2. 1. 18:30경 야간에 이 사건 터널에서 소형 굴삭기로 굴착면 정리작업을 하던 중(이하 ‘이 사건 야간작업’이라 한다) 부석이 떨어지면서 어깨를 강타하여 이로 인해 제11, 12 흉추의 탈구, 제12흉추 방출성골절, 제10흉추 극돌기골절, 제11흉추 극돌기 골절, 하반신 마비 및 척수손상, 다발성늑골골절(우측 6, 8번), 다발성늑골골절(좌측 3-12번), 흉골 골절, 외상성 혈흉, 좌측 쇄골 흉골단의 골절, 좌측 견갑골의 골절, 뇌진탕, 방광의 신경근육장애(부조화)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상해‘라고 한다).

라.

원고 A은 위 사고 후 사고 장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있다가 다음날 아침 무렵 원고와 2인 1조로 근무하던 동료 근로자인 K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9호증, 을 제1, 2, 4,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들

원고 A은 피고 대표이사인 L로부터 사건 당일 저녁에 몇 시간 정도만 연장근무를 해달라는 말을 듣고 혼자서 야간에 이 사건 터널에서 작업을 수행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는 굴착작업 등을 할 경우 지반 붕괴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제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기에(또한, 신의칙상의 보호의무도 위반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호의무 위반(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2)

피고

피고는 평소에 야간작업을 지시한 적이 없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원고 A에게 야간작업을 지시한 적이 없다. 당시 공기가 지연된 것도 아니어서 야간작업을 지시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이는 원고 A이 이 사건 작업을 일찍 마치고 다른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혼자서 강지보공의 설치 등 안전 조치도 없이 야간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해 예측가능성이 없었기에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가사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 A의 과실이 매우 중하여 피고의 책임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나.

판단

1)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0호증, 을 제3, 6, 7, 8, 16호증의 각 기재, 증인 K, 증인 M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해 보면, 피고로서는 오랫동안 터널 굴착전문가로 활동해 온 원고 A이 이 사건 야간작업을 혼자서 수행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그 밖에 불법행위와 관련된 피고 측의 주의의무의 위반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원고들은, ’원고 N이 일당 27만 원을 받기로 하고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기에 원고 N이 자진해서 이 사건 야간작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원고 N은 터널 1m를 굴착하는데 27만 원씩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이고, 해당 근로계약은 형식상 작성된 것이며, 따라서 원고 N은 이 사건 작업을 빨리 마치고 다른 곳에 일을 할 유인이 있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보건대,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8. 1. 1.부터 2020. 12. 31.까지 매 1년씩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당으로 27만 원(2019년), 28만 원(2020년)의 포괄 일당을 받기로 한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한편, 을 제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 N은 2019. 11.경 이 사건 터널을 35m 가량 굴착하였고 그에 따라 m당 26만 원씩 계산하여 9,100,000원이 산정되었으며, 그 외 간식비 등으로 88,000원을 더한 9,188,000원 중 원고 A에게 2,530,000원, 동료 근로자 K에게 2,5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4,158,000원이 원고 A의 처인 원고 B가 사업자로 되어 있는 O(업태가 ’도·소매업, 임대업‘으로 되어 있다.)이라는 상호의 개인사업체에 ’페이로다(원고 A이 굴착작업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이다.)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된 점이 인정된다. 이에 의하면, 을 제3호증 각 근로계약서상의 기재는 믿기 어렵고, 원고 A은 이 사건 터널의 굴착에 있어 1m당 27만 원씩 지급받기로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공사는 2013. 6. 20. 최초 약정 당시 2013. 6. 20. ~ 2013. 12. 31.까지를 공기로 하였다가 매년마다 공기를 그 해의 거의 마지막 날까지로 변경하는 계약이 체결되었고, 2020. 3. 9.에도 해당 공기가 2020. 3. 9. ~ 2020. 12. 31.까지로 변경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2021. 3. 12.에도 해당 공기가 2021. 3. 12. ~ 2021. 12. 31.까지로 변경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 사건 공사는 원도급 공사의 일정에 맞추어 그 일정이 계속 변경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공사도 그해 말까지로 공기가 예정되어 있어 급하게 작업을 완료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원고들도 이 사건 작업이 한시를 다투는 시급한 작업이 아니었음은 자인하고 있다.).

다)

이 사건 공사는 굴삭기로 조금씩 터널을 뚫어가면서 뚫린 부분에 부석을 제거하고 강지공보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고, 이는 해당 작업자가 설치 등을 직접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2인 1조에 의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원고 A은 보조 직원인 K을 대동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야간작업을 혼자서 강지공보의 설치 등도 하지 아니한 채 수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라)

증인 K은 이 법원에서 ’피고 대표이사 L이 저녁식사를 마친 후 원고 A과 K이 있는 자리에서 L이 원고 A에게 이 사건 야간작업을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증인 K의 위 증언 부분은 증인 K와 원고 A과의 관계, 일관성의 부족(증인 K은 ’원고 A이 어디 바쁘다고 하면서 다른 데 넘어간다고 하면서 며칠 한 것을 내가 알고 있다.‘라고도 증언했다.), 증언 내용의 번복, 증인 K 작성의 을 제6호증 진술서 내용과의 불일치 외에도, 증인 K의 일부 증언 내용에 의하면, K 자신은 그러한 야간작업을 거절하였다는 것인바, 피고 대표이사 L이 보조인력도 없이 원고 A 혼자서 야간작업을 수행하라는 취지의 무모한 지시를 하였을 것이라고는 사뭇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쉽사리 믿기 어렵다.

마)

이 사건 야간작업이 피고 측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원고 A은 야간근무수당 약정, 그러한 야간작업을 수행한 것에 대한 보고를 포함해 피고로부터 그에 대한 수당 등을 지급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원고들은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장·입증을 하지 아니하였다(증인 K의 증언 취지에 의하면, 그러한 야간작업이 그때 한번 발생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는 기존부터 그러한 야간작업이 수행되었음을 보고받고 그에 대한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였을 것이므로, 최소한 문자메시지 등의 보고 체계나 그러한 지급 등에 대한 금융거래내역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바)

원고 A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가 제공한 안전모 등은 착용하고 있었고, 사전에 안전보건교육도 받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굴삭기에 헤드가드가 없었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용수로용 터널의 높이가 매누 낮고 폭도 좁은 등 이 사건 작업 현장 상황에 비추어 헤드가드를 달게 되면 굴삭기의 이동이 불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헤드가드가 없더라도 만약 원고 A이 강지공보가 있는 곳에서 보조인력과 함께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하였다면 이러한 사고가 예방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원고 A은 그러하지 아니하였다.

사)

또한,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 현장에 방호망의 설치가 없었고, 작업장의 출입금지 통제도 없었으며, 작업계획서의 작성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방호망의 설치는 강지공보의 설치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방호망 설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작업의 특성상 이 역시 작업자인 원고 A, P 등이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해 나가면서 방호망을 설치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업장의 출입금지 통제가 설령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 A은 이 사건 작업을 직접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착암전문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 사건 터널의 출입이 자유로웠을 것인바, 피고가 야간에 공사 수행자들이 작업계획서와 무관하게 피고 몰래 공사를 수행할 것까지 예상해 현장을 아예 아무도 접근 못하도록 원천 봉쇄할 필요까지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우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