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2. 9. 1. 선고 2021구합10611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1. 12. 10. 하사로 임관하여 2010. 5. 1. 원사로 진급하였고, 2016. 4. 26.부터 2019. 12. 23.까지 제21보병사단 B대대(이하 ‘이 사건 부대’라 한다)에서 주임원사로, 2020. 5. 21.부터 아래 나.항 기재 처분 당시까지 C중대 행정보급관으로 각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1. 3. 8. 아래와 같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성희롱)의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로 피고로부터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는 2021. 3. 31.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항고하였으나, 국방부 군인징계항 고심사위원회는 2021. 9. 30. 원고의 항고를 기각하였고, 국방부장관은 그 무렵 원고에게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8, 16,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가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 “너는 문란행위인거야.”라고 말한 사실이 없음에도 전문진술에 불과하여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참고인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한 이 사건 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부존재하여 위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군인사법 제56조 제2호는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고 있고, 같은 법 제59조의4 제2항,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의3에 의하면, 품위유지의무 위반 비위행위의 유형에는 ‘성희롱’이 포함된다.

2)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3)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피해자는 2017. 11.경 하사로 임관하여 이 사건 부대에 전입하였고, 2019. 2. 21. 원고에게 개인면담을 신청하여 ‘이 사건 부대 내 다른 중대 소속 군인과 교제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아 결혼할 예정이다.’라는 취지로 보고하였다.

2)

피해자는 2019. 3. 2. 춘천시 소재 ○○산부인과 의원에서 ‘임신 6주 절박유산으로 인한 안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단을 받고 같은 달 4.부터 8.까지 병가를 사용하였다.

3)

피해자는 2019. 8. 21. 국가인권위원회에 원고를 피진정인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다.

4)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 9. 2. 피해자에 대한 면담 조사 등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20. 2. 26. 원고가 소속된 부대장인 육군 제12사단장에 대하여 ‘원고가 2019. 2. 21. 피해자에게 “너는 문란행위인거야.”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피해자에게 성적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해자의 이 사건 부대 내 직위 및 그 우열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여성인 피해자에게 적대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고,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 및 피해자 복직 후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2차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인 판단

가)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이에 의하면 원고가 2019. 2. 21. 주임원사실 안에서 피해자와 면담하던 중 피해자에게 “너는 문란행위인거야.”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해자는 2020. 10. 29. 특전사령부 법무실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 당일 원고에게 개인면담을 신청하여 임신 사실을 보고하자 원고가 피해자에게 “너는 문란행위인거야.”라고 말하였다. 이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나 원고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눈물을 계속 참았다. 원고는 피해자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질문하였고, 피해자가 “복무연장을 신청하고 싶고, 출산하고 난 뒤에 계속 복무하고 싶다.”라고 대답하자, 피해자에게 “누가 너 복무 연장 시켜준대?”라고 말하였다. 원고와 보직변경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면담이 끝날 무렵에는 원고 스스로도 실수를 하였다고 생각했는지 피해자에게 “내가 아는 아줌마의 딸 3명 모두 그렇게 시집을 갔다. 요즘에는 그게 별건 아니더라.”라고 말하였다. 면담이 끝난 후 화장실 안에서 혼자 울고 있었는데, E 하사가 문을 두드리면서 피해자에게 ’왜 울고 있냐.‘라고 물어보아 E 하사에게 피해사실을 알렸고, 같은 날 남편에게도 피해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원고가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 했던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 및 그 맥락, 이에 대한 자신의 반응과 감정까지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쉽게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에 나타난 사건의 진행 경과와 전체적인 흐름에 특별히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없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한 피해사실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그 내용과 상황적인 맥락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으며, 객관적인 상황과 어긋나거나 모순되는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부대에서 근무한 E, F 하사의 목격 진술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 즉, E, F는 피고 징계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019. 7. 19.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피해자에게 왜 울고 있냐고 물었더니 주임원사인 원고로부터 “너는 문란행위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라고 각 진술하였는바, 그 내용은 피해자가 진술하는 사건 발생 직후의 상황과 일치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한다.

(3)

피해자가 피해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도 무척 자연스럽고, 특별히 그 경위나 의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2019. 8. 21.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신고를 할 당시 피해신고가 늦어지게 된 경위에 관하여 ‘성희롱 관련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는 하사니까 참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들어도 버텼는데 더 이상은 너무 힘들고 군 생활에 의미를 잃어 용기를 내어 신고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고, 특전사령부 조사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초임 하사로서 부사관 복무연장 심의 절차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2020. 5. 30.경 계약기간 만료로 전역될 예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사관으로서 계속하여 근무하기를 희망하던 피해자로서는 이 사건 부대의 주임원사이자 자신의 평가권자인 원고로부터 당한 성희롱 피해사실을 쉽게 공론화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 처지에 놓인 피해자가 피해신고를 하였을 때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두려워하면서 이를 주저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이 사건 징계사유에 나타난 비위행위는 원고와 피해자 단둘이 있던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인바,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피해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을 것이라고 여겨 큰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꼈을 수 있다.

다른 한편, 피해자는 안정기인 임신 중·후반에 접어든 후 남편인 G의 권유와 설득을 받아들여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당시 피해자의 처지와 피해신고 당시의 임신 주수, 피해자가 임신 초기에 유산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상황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인다.

(4)

원고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에도 원고에게 산부인과 진료 및 결혼 준비 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임신 기간 중 종전 보직(분대장)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어려워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직을 받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지휘관인 원고의 건의 및 대대장의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원고에게 산부인과 진료 및 결혼 준비 상황 등에 관하여 세세하게 보고한 것은 피해자의 지위 및 상황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인 것으로 보일 뿐,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이 성희롱 피해를 당한 피해자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보이지 아니한다.

(5)

원고는, 피해자가 2019. 7. 19. 부사관 복무연장 심의 절차에서 탈락하자, 피해자의 지휘관인 원고가 피해자에 대하여 부정적인 내용의 의견서를 작성한 탓에 탈락한 것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앙심을 품고 허위의 진술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허위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군대 내의 보수적인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여군인 피해자가 지휘관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하였다는 것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인데, 그와 같은 수치스러운 내용을, 그것도 무척 상세하게 거짓으로 꾸며 피해자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일관되게 진술한다는 것은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건 발생 당시 이 사건 부대에는 피해자의 남편인 G도 함께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공론화할 경우 G에게도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해자가 그러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내어야 할 이유나 동기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아니한다.

나)

나아가 이 사건 징계사유에 나타난 비위행위의 내용 및 경위,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보인 심리적 반응, 원고와 피해자의 인적 관계, 여군으로서 결혼 전에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피해자가 처한 상황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설령 원고에게 성희롱을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고의 발언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이로써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의 성적 굴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품위유지위반의 비위행위인 성희롱에 해당한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묵(재판장) 이원진 김주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