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18. 10. 10. C으로부터 천안시 동남구 D 소재 E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의 영업을 양수받아 교육서비스업(외국어학원)을 하는 사용자이고, 원고는 2010. 11. 20.경부터 위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근무하다가 2020. 1. 3. 퇴직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이후에도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12,607,5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로 공소 제기되었는데, 제1심 법원(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0고단3039)은 2021. 4. 14.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2,000,000원의 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법원(대전지방법원 2021노1384)은 2023. 4. 12.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다시 상고하였으나 상고심법원(대법원 2023도5384)은 2023. 7. 7. 상고기각결정을 하여,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12,607,504원<1>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인 2020. 1.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 등에 관한 판단
원고의 근로자성에 관한 주장
피고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참조).
또한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참조).
기초사실 및 앞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특히 피고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건에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취지로 주장한 피고 주장에 대하여 판단한 부분)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있고,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와 C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을 제2호증, 1면)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근무기간 동안 주5일 13:30부터 19:30까지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수업시간이나 학생 수의 변동에 관계없이 매월 고정급을 지급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가 이 사건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한 관계로, 원고의 근무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강의시간은 사실상 고정되어 있어 원고에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은 피고가 제공한 본사 커리쿨럼이나 재료에 의하여 결정되는 등 피고가 원고의 업무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 및 감독의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영업을 양수한 이후에도 원고의 근무내용이나 근로형태 자체에 실질적인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의 원장 업무를 일부 이행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원고가 피고의 관여나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학원의 운영 및 관리를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원고가 이 사건 학원에서 오래 근무한 반면 피고는 이 사건 학원을 처음 운영함에 따라 원고가 학원 운영 및 관리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C으로부터 이 사건 학원의 영업을 양수받은 이후 원고와 민법상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며 '확약서', '강사 법적 지위 선택 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을 제2호증 제3 내지 8면), 원고는 제1심에서 위와 같은 문서들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하였고(2020. 8. 31.자 준비서면), 피고는 위 문서들을 위조하였다는 공소사실로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1고단1161). 더욱이, 위와 같은 '강사 법적 지위 신청서'에 원고가 '근로자 지위'와 '위임(자유직업소득자) 지위' 중 후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영업 양수 이후에도 원고의 근로형태가 실질적으로 달라진 바가 없는 이상, 원고가 계속근로관계를 단절할 의사표시를 하였다거나 근로관계 승계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원고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별도의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정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6호증은 피고의 배우자인 F가 작성한 것으로서 선뜻 믿기 어렵고, 을 제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민법상 위임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영업양도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 미승계 주장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학원의 영업을 양수받기 이전의 기간에 대해서는 영업양도인인 C이 원고의 퇴직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말하고,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양도인과 근로자 간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다33173 판결 참조). 한편, 어떤 사업이 다른 경영주체에 양도되면서 물적 시설을 이전함과 아울러 그 양도되는 사업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소속도 변경시킨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경영주체에게 승계되어 그 계속성이 유지된다고 할 것이어서 근로자가 사업을 양수한 기업에서 퇴직하면 그 기업은 합산한 계속근로연수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2다23834 판결 참조).
피고가 C으로부터 이 사건 학원의 영업을 양수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지 아니한다는 반대 특약을 체결한 바 없으며, 오히려 피고는 위 영업을 양수할 당시 "강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약정한 점(을 제3호증 제1면, 영업양도양수계약서 제3조 참조)을 종합하여 보면, C과 원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어 그 계속성이 유지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근로기간 전체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C의 퇴직금 지급 합의 주장
피고는, C이 피고로부터 받은 권리금 잔금 1,000만 원으로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므로 원고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제3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면하게 하는 면책적 채무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채권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454조 제1항), 채권자의 승낙이 없으면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에 면책적 채무인수약정을 하더라도 이는 병존적 채무인수 또는 이행인수로서의 효력밖에 없으며 채무자는 채무를 면하지 못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88303 판결 참조).
을 제6호증을 비롯한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이 피고의 퇴직금채무를 인수하였다거나 원고가 채무인수를 승낙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상준(재판장) 신지은 이효선
각주1) 범죄사실에는 미지급퇴직금이 12,607,500원으로 원고가 청구하는 금액보다 4원 적으나 이는 천원 미만 단위를 버린 결과로보인다. 갑 제2호증의 2 계산식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