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0. 25. 선고 2021노2279 판결

주문

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2.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4. 12.경부터 2017. 11.경까지 고소인 B(이하 ’고소인‘이라 한다)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이하 ’(주)C‘이라 한다) 산하의 ‘D매장’의 점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인바, ‘D매장’의 직원들이 2015년경부터 고객들의 명의를 도용하여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여 위 고객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액이 1억원을 상회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8. 1. 21. 천안시 서북구 E에 있는 ‘F 카페’에서 고소인에게 “나에게 6,500만원을 주면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명의도용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고소인으로부터 2018. 1. 22. 천안시 소재 공증인가 법무법인 H에서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6,500만원의 대여금 채무가 있고,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2018. 1. 22.부터 2019. 11. 22.까지 매월 2,826,086원씩 분할지급하는 방법으로 위 채무를 변제하고 고소인이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취지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교부받았다. 그러나 사실 당시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고소인과의 사이에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6,500만원을 지급받더라도 위 명의도용 사건을 해결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고소인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고소인으로부터 즉석에서 채권 금액 6,500만원 상당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 1부를 교부받고(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위 공정증서의 취지에 따라 2018. 2. 14.부터 2018. 5. 16.까지 4회에 걸쳐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합계 11,304,344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고소인을 기망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원심판단 및 항소이유의 요지

가.

원심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을 근거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데, 그 증거의 요지 및 법령의 적용에 이어서 다음과 같은 유죄 인정의 근거 –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를 덧붙였다.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6,500만원에 대한 공정증서 및 그에 따른 돈을 지급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부당해고 문제 합의금으로 6,500만원을 받기로 하였을 뿐, 명의도용 사건 해결을 약속하고 돈을 받기로 한 것이 아니다.

2.

판단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명의도용 사건을 해결해주기로 약속하고, 6,500만원을 받기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이 받은 6,500만원은 부당해고 문제의 합의금으로는 과도하다. 나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고소인이 무려 5개월 치 수입을 지급할 의무를 인정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또한, 피고인을 해고하고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재취업 시기를 3개월로 예상하여 5개월분 수입을 지급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피고인은 해고예고수당이라고 주장하다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액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자 해고예고수당 및 합의금 명목으로 위 돈을 받기로 하였다고 입장을 변경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 다(주)C의 간부직원들은 일치하여 고소인으로부터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하였으니 해당 문제가 생기면 피고인에게 알려서 해결하라”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그렇게 일처리를 하였다고 진술한다. 명의도용 사고를 낸 직원 M 조차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라 위 합의 이후 (주)C의 직원인 K・L과 피고인 사이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피고인은 고소인과 함께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된 후에도 명의도용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 고소인은 2017. 11. 17. 피고인에게 문자메시지로 명의도용 문제를 피고인이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였고, 피해 금액 역시 피고인의 책임이라는점을 밝혔는데, 피고인은 해당 대화에서 그에 대하여 이의한 사실이 없다. 바 피고인은 단순히 (주)C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지점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었고, 해당 지점 직원들에 대하여 본사로부터 독립적인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감독하에 있는 직원들이 일으킨 명의도용 문제를 책임지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 고소인은 그런 지위에 있는 피고인을 상대로 명의도용 문제를 비용문제까지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였던바, 실제 피해액보다 적은 금액만 받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해결할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방식으로 처리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액보다 적은 돈으로 합의할 수 있다. 사 위 합의 당시 지점 직원들의 명의도용 사건이 크게 문제화되고 있었고, 고소인은 피고인에게 그 해결을 촉구하고 있었다. 또한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가 고용 관계인지 위수탁 관계인지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위 만남에서 명의도용 해결 문제, 해고 문제, 각종 미지급한 돈문제에 대하여 전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비록 피고인과 고소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계기로 만남을 가졌고 그 직후 피고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합의가 반드시 부당해고 문제에 국한되었다고 추측할 수 는 없고, 오히려 전후 상황에 비추어 보면 명의도용 문제 해결 방법에 관하여도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 이 사건 공정증서에는 단순히 차용금이라는 명목만 기재되어 있을 뿐 그것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부당해고와 관련이 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기로 명확히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고소인은 따로 이를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여지도 있다. 자 (주)C이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합의가 있은 후에도 명의도용 사건 문제 해결을 위하여 돈을 직접 지출한 것에 대하여, 고소인과 (주)C의 간부직원들은 피고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불가피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차 고소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명의도용 사건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피고인에게 6,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 진술은 구체적이며 위 다른 정황에도 부합하여 신빙성이 높다.

나.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당심의 판단

가.

직권판단의 필요 항소법원은 직권조사사유가 아닌 것에 관하여는 그것이 항소장에 기재되었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소정 기간 내에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경우에 한하여 심판의 대상으로 할 수 있으나, 직권조사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제기가 적법한 이상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었는지 여부나 항소이유서에 그것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가릴 필요 없이 반드시 심판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 여기에서의 직권조사사유에는 법령적용이나 법령해석의 착오 여부는 물론이고 명백한 사실오인, 양형부당의 점이 모두 포함된다(대법원 2006. 3. 30.자 2005모564 결정, 2003. 5. 16.자 2002모338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원심판결에는 뒤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명백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이유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원심판단의 당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나.

판단

(1)

기본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고(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등 참조),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1686 판결 등 참조). 아울러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심리과정에서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편의 주장을 경청하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상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가)

본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지적할 사항은, 원심판결의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의 설시로만 보아서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천명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 내지 ‘거증책임 배분의 원칙’에 반하는 판단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피고인의 주장이 전후 모순되거나 변경되는 등으로 전체적으로 그의 주장 내지 변소를 믿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구성요건 사실의 존재가 증명되는 효과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피고인의 주장 즉 ‘법관이 최종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하는 피고인의 변소’와는 별도로 ‘법관으로 하여금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충분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엄격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위와 같은 헌법상의 무죄추정을 복멸(覆滅)하고 유죄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 위와 같은 별개의 증거에 의하여 법관이 가지는 확신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이어야 하며, 이때의 합리적인 의심은 반드시 피고인에 의하여 제기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위에서 본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의 수준과 동등한 증명정도에 도달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피고인의 변소 중 일부가 전후 모순과 변경으로 믿을 수 없는 경우라고 하여도 나머지 일부만으로 합리적인 의심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경우<1>라면 당연히 그 의심을 불식(拂拭)시키기에 충분한 본래적 증명이 없는 한 위 무죄추정의 복멸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판시 중에는 이러한 채증법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다. 예컨대, 원심 판결 이유 제4쪽의 나.항(이 판결 이유 제3쪽의 나부분에 대응하는 것)에서 고소인의 주장과 입장(그 판시 1, 2 부분)에다가 피고인 진술의 변화 양태를 더하여 곧바로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서로 대립하고 있는 두 사람의 주장 중 어느 하나가 타당할 경우, 그것과 양립불가능하거나 모순관계에 있는 다른 하나의 주장은 정당성을 부인당하게 될 것이니, 위와 같은 형식(방식)을 따르는 논증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형식 내지 논증의 방식(체계)으로 판단을 진행하려면 왜 고소인의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검증하고 논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원심처럼 “앞서 본 고소인의 입장을 고려하면,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무려 5개월 치 수입을 지급할 의무를 인정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와 같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고소인과 피고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그와 같이 대립적인 입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피고인의 주장이 고소인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당시는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일을 그만둘 것을 통보한 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3개월분의 수입을 더 지급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이 역시나 고소인의 주장이나 입장을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일 경우에만 타당한 말이다. 부당해고 내지 불법해고를 자행한 경우에 피해자인 근로자와 합의를 하려면 경우에 따라서는 3개월이 아니라 30개월분 상당의 금원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형사합의금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사이에 청산하여야 할 수당이나 퇴직금 등 다른 금원이 존재할 수도 있다<2>. 이러한 다양한 명목의 체불임금 등을 ‘해고예고수당’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그것이 비록 법률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용어를 사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이를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평가할 일도 아니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6,500만원을 단번에 받는 것도 아니고 2년에 가까운 23개월간에 걸쳐 분할 지급받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인데 그 6,500만원이 워낙 ‘거금(巨金)’이라서 그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단정하여도 상관없는 것인가? 그것은 단지 고소인의 생각(입장)으로만 불합리한 일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논증오류 내지 논리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합당한 사정을 근거로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 혹은 진실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검증한 다음 그것과 모순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는 대신 고소인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표적인 형식적 논증오류(formal fallacy)를 범하는 일이다. 심지어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공소사실이 사실일 것이라고, 또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단순히 논증법칙을 어긴 것에서 끝나지 않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근간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인데, 위와 같은 판시가 바로 이러한 복합적인 오류를 범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임을 차제에 지적하여 두기로 한다. 이하에서는 항을 바꾸어가면서, 원심 판시를 재검토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없이 인정하기에 족한 정도의 증명이 있는지 따져보기로 한다.

(나)

원심 판시 가와 나는,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지급하여 주기로 한 6,500만원이 거액이라서 부당해고 문제의 합의금으로 과도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심은, 『고소인은 ’피고인을 근로자로 고용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위탁판매약정을 체결하였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었고, 따라서 부당해고 사실 및 퇴직금 지급의무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고소인이 6,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부당해고 문제에 대한 합의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가 「고소인은 피고인에게 체불임금과 퇴직금으로 6,000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음에도 지급기한 연기의 합의 없이 그 지급을 지체하였다」라는 취지로 공소제기하였음은 앞서 본 바(이 판결 이유 제9쪽의 「각주2)」 참조)와 같다. 부당(불법)해고로 인한 위자료나 합의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당시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지고 있던 채무가 위와 같았다는 것인데, 다른 이유 설명도 없이 6,500만원이라는 돈이 부당해고 문제에 대한 합의금이라고 보기에는 그 액수가 너무 크다고 단언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청산하여야 할 체불임금 등이 수억원,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우는 결코 드물지 않다. 해당 근로자의 급여 수준과 재직기간, 평소 체불 여부 등의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사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고소인은 위와 같이 주장하고 있었다지만 피고인은 그와 달리 “자신이 (주)C의 직원 중 한명이었고,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고 근무하여 왔으므로 당연히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왜 고소인의 주장만 받아들이고 피고인의 주장은 배척되어야 하는가? 심지어 노동・임금문제 전문가인 근로감독관과 그의 기소의견을 받아들인 검사마저도 고소인 주장이 아니라 피고인 주장이 옳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그와 반대의 결론을 낸 위 판시에는 그와 같이 판단하는 연유에 관한 설명이 없다. 그저 6,500만원이 거액이라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2014. 1. 1.부터 2017. 11. 12.까지 겨우 3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근속한 직원이 무려 6,000만원에 달하는 퇴직금 등을 받는 상황이 이상하게 보일 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전문직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일개 회사원‘이 받는 ’보상‘치고는 너무 크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지극히 편협한 평가일 뿐만 아니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지극히 감각(感覺)적인 속단(速斷)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

그리고 ’고소인의 입장만을 고려하여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무려 5개월 치 수입을 지급할 의무를 인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적인 논증법칙에 반한다는 점은 앞서 지적한바(이 판결이유 제9~10쪽 참조)와 같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덧붙일 사항은, 피고인 주장의 일관성과 관련된 점이다. 즉,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경찰 및 검찰에서 여러 차례 이루어진 피고인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일관적이지 못하여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피고인은 2018. 9. 17. 19:17부터 21:16까지 2시간 동안 본건과 관련하여 처음으로 경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입으로 ’해고예고수당‘이라는 말을 2차례 한 적이 있다(증거기록 제62쪽의 제3행과 제13행). 그 외에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부당해고예고수당‘이라는, 근거를 알 수 없는 말이 경찰관에게서 나오거나(증거기록 제63쪽, 제65쪽) 피고인에게서 몇 차례 반복적으로 나온다(증거기록 제63쪽). 위 단어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가장 불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진술이 바로 아래와 같은데, 이러한 진술을 가지고 위와 같은 평가를 하는 것은 결코 적절치 못하다. 이 답변에서 피고인이 “고소인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30일 전에 예고하지 아니한 경우 지급하여야 하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 주면, 피고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신청을 한 것을 취하하여 주겠다고 말하였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시 경찰관은 이 사건 합의금 6,500만원이 명의도용 문제 해결대가로 약속받은 것인지를 물었고(그렇기에 위 답변을 들은 경찰관이 곧바로 피고인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한 것이다), 피고인은 그것이 아니라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취하해 주는 대가로 약속된 금원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바, 위 해고예고수당이라는 단어는 위 ’부당해고예고수당‘이라는 말로 사용이 되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실제로는 피고인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무마하여 취하시키기 위해 고 소인이 이 사건 합의를 하고 6,500만원을 2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매월 분할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의미에서 일종의 ’형사합의금‘으로 관념되었던 사정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원심은 증거기록 제133쪽에도 ’해고예고수당‘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하였으나, 여기에 나오는 말 역시나 본래적 의미에서의 해고예고수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해고예고수당‘ 또는 ’부당해고구제신청 취하를 위한 합의금‘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3>.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원심이 ’증거기록 397쪽‘이라고 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원심이 피고인의 입장변경이라고 지목한 검찰에서의 진술(증거기록 제403쪽) 부분은 바로 이러한 용어의 의미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의 진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단지 어떠한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말이 나오게 된 전후 맥락을 도외시한 채, 그 진술이 전후 모순된다거나 입장이 변경되었다고 볼 일이 아님에도 원심은 이러한 논리원칙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 부분 피고인 주장은 일관적이지 못하여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는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라)

원심 판시 의 내용(위 다가 그 요지이다. 이해 편의를 위해 아래에 다를 다시 옮겨놓는다)은, 『원심 법정에 출석한 3명의 증인(J, K, L)이 일치하여 고소인의 주장과 같은 말(이 사건 합의금은 부당해고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명의도용 문제해결의 대가라는 요지)을 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좀 풀어서 적은 것이다. 그런데 고소인과 피고인은 정면으로 이해가 상충되는 관계이다. 그 3명의 증인은 공히 (주)C 즉 고소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이다. 간단히 말해서 고소인의 직원들이다. 피용인이 업무처리에 관한 회사대표 즉 고용주(고소인)의 지시인 ’업무지시‘를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중에 그들이 법정에 나와서 “대표인 고소인이 일정한 말을 하면서 그에 따른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기에 그대로 따랐다”라고,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증언‘한다고 하여 대표자가 한 말 자체도 진실이 된다는 것인가? 피고인이 자신의 말을 들은 아내와 형제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그들이 법정에 나와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는 말과 그 말을 진실이라고 믿고 자신들이 한 행동에 관하여 증언이라는 방식으로 말하기만 하면, 피고인이 그들에게 한 말은 진실이라고 판단하여야 하는가?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결국 “고소인 말과 배치되는 피고인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소인의 말은 사실 검사의 말이다. 검사의 말과 배치되는 피고인의 말은 믿을 수 없다면, 무죄추정원칙이나 자기부죄거부권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물론 이 부분 원심 판시에는 고소인 회사의 직원인 3명의 증언 외에 다른 한 사람의 ’말‘이 더 등장하기는 한다. 아래가 그것(원심판결 제5쪽 제1~3행)인데, 이 말을 하였다는 ’M‘은 바로 명의도용이라는 범법 행위를 자행한 직원 본인이라서 보기에 따라서는 위 3명의 직원들과는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M도 ’피고인이 명의도용 민원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민원을 처리하는 조 건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6,500만원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을 들은 적 있다 ‘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727쪽 등). 그러나 그 ’진술‘이 수집・제출된 경위를 보면, 그렇게만 보아서, 믿을만한 진술이라고 보아줄 만한 것이 아니다. 즉, M이 그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증거기록 제1727쪽의 사실확인서는 증거순번 119로 제1회 공판기일에 신청된 증거이다. 위 사실확인서는 M 본인이 아니라 고소인이 2020. 3. 16. 검찰수사관을 통하여 검사에게 제출한 것들 중 하나이다(증거기록 제1665쪽 및 제1671쪽 참조). 그런데 그것이 작성된 날짜는 위 제출일 한참 전인 2019. 1. 29.이고, 문서 하단의 ’을 제25호증‘이라는 표시가 대변하듯이 이것은 피고인이 고소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8가단106971호) 사건<4>에서 고소인 측이 방어를 위한 증거로 제출하였던 문서이다. 위와 같은 검사의 증거신청에 당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당초 부동의한다는 증거의견을 냈다. 검사는 그 자리에서 그 작성자라는 M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채택받았다. 위 M은 증인소환에 불응하여 예정된 증인신문기일에 수차 불출석하였으며, 결국 원심 제6회<5> 공판기일에 검사는 위 M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하였고, 원심은 그 증인채택을 취소<6>하였다. 그런데 그 당시 피고인 측에서는 “M이 명의도용 및 사기사건으로 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생겨난 피고인에 대한 오해로 인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의 사실확인서 등을 작성하여 고소인에게 주어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사정 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7>. 그럼에도 원심이 위 취소결정과 함께 피고인측 증거의견을 “번의 동의, 입증취지 부인”으로 변경시켜 증거능력을 부여한 다음 이를 근거로 위 다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였음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명의도용을 당한 고객들 혹은 통신사업자들은 (주)C 또는 고소인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굳이 이들 피해자들이 자력이 불확실한 불법행위자 본인인 위 M과 같은 종업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고소인은 그 손해를 우선 감당하고, 위 M 등의 종업원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자인 고소인과 피용자인 M 등 사이에서 책임제한의 문제가 등장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M 등은 사문서위조 등의 형사책임이야 각자지게 된다고 하더라도<8>, 민사상으로는 고소인과의 관계에서 극도로 수세적(守勢的)인 입장에 놓여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소인의 요구를 뿌리치고, 객관적이며 엄정한 내용만으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러한 M의 사실확인서 수집・제출 및 증거채택 경위 자체로 그것이 가지는 증거가치를 의심하여야 할 필요가 엄존(儼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거수집・제출의 형식 내지 절차상의 문제를 떠나 위 사실확인서의 내용(실체)상으로도 그것의 증거가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내용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이 고소인의 주장 또는 그에게서 들은 말을 M이 「사실확인서」라는 거창한 미명(美名)의 문서에 옮겨 적어 놓은 것에 불과하여 이 사건 명의도용 등의 문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이 사실상 피고인에게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위 M이라는 인물이 언뜻언뜻 보여주는 불성실한 면모를 감안하면 그 사실확인서라는 문서 ’제목‘이 암시하는 것만큼 고도로 유의미한 정도의 증거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위 M이 위와 같은 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소상히 설명하는 원심 변호인의 2021. 6. 24.자 「변호인 의견서」 내용까지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위 사실확인서의 내용은 함부로 믿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마)

원심 판시 라 및 마에서는 피고인과 고소인 또는 그의 직원들(K, L) 사이에서 오고간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 명의도용 문제를 피고인이 해결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음이 강하게 뒷받침된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러나 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피고인은 위 K에게 “같이 잘해결해봐용”이라고 말하는 등(증거기록 제185쪽) 자신이 문제해결에 관여한다는 점을 분명히 피력했지만, “민원제기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기만 하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피고인은 “회사에서 1차케어 부탁드립니다”라거나 “직접 만나서 일차 케어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등(증거기록 제187, 189쪽) 사실상 여전히 상급자(지점장)의 입장에서 업무처리를 지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C의 직원들도 여전히 피고인을 ’팀장님‘으로 호칭하면서 각각의 사건 처리과정을 상의하고 지시를 기다리거나 받아가는 형태로 일처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소인의 말대로라면 “이 사건 합의로 6,500만원을 분할 지급하기로 하면서, 명의도용 문제로 제기되는 모든 민원을 피고인이 해결하기로 하였다”는 것인바, 고소인이나 그 직원들은 그러한 민원제기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주는 것을 끝으로 더이상 그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 오고간 문자대화를 보면, 피고인이 더는 회사에 그들 직원들의 상급자로 근무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상급자 내지 사실상의 최종책임자 입장에서 일처리를 주도하면서 지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대화 중간중간에는 일정한 금전(명의도용 피해자와의 합의금 등) 지출이 필요할 경우 그것을 회사 측이 부담하여 지급하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하여주는 사정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증거기록 제1555, 1557, 1561쪽 등 참조). 요컨대, 명의도용으로 야기된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만큼은 피고인은 퇴사자(退社者)가 아니라 여전히 (주)C의 팀장 내지 지점장 지위에서 휘하 직원들을 통솔하여 주도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될 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명의도용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피고인이 해결하기로 하였고, 그에 따라 향후 2년간에 걸쳐서 총 6,500만원을 매월 280만원씩 받기로 약정하였음을 전제로 최소 1억 5,000만원<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 명의도용 손해배상금도 모두 피고인이 처리하기로 하였음이 강하게 뒷받침된다”라는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바)

원심 판시와 달리, 아래와 같은 원심 판시 마 설시(판단)의 근거가 된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대화를 보더라도, 고소인의 주장이 참이고, 피고인의 주장이 거짓일 것이라는 사정을 알아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위 문자메시지가 오고 갔다는 2017. 11. 17.은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직후라는 점이 문제이다. 당연히 피고인이 이러한 문제로 노동청에 구제신청을 하기 이전이었고, 이 사건 합의를 예상할 수도 없는 시기이었다. 당시 피고인은 그 해고통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자신이 임원이나 수탁자가 아니라 직원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는 극도로 악화되기 시작하는 상황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주고받은 대화내용 역시나 불의의 퇴사조치를 당한 간부급 직원과 대표 사이에서 오고갈 수 있는 업무의 정리와 관련한 사항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기에 별로 무리가 없다. 대화내용 중에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명의도용 문제를 피고인이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피해 금액 역시 피고인의 책임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에 대하여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이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소인의 요구를 피고인이 수긍하는 대목도 없다. 이해가 대립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일정한 요구를 받고, 명시적으로 이의하지 않았다고 하여 책임을 시인하는 것은 아니다. 전후 문맥상 피고인은 고소인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차량을 포함하여 고소인이 사용한 대출금 처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타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보상에 관하여서도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와 관련한 사항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기에 별로 무리가 없다. 대화내용 중에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명의도용 문제를 피고인이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피해 금액 역시 피고인의 책임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에 대하여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이의하지는 않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소인의 요구를 피고인이 수긍하는 대목도 없다. 이해가 대립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일정한 요구를 받고, 명시적으로 이의하지 않았다고 하여 책임을 시인하는 것은 아니다. 전후 문맥상 피고인은 고소인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차량을 포함하여 고소인이 사용한 대출금 처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타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보상에 관하여서도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태도를 보면, 오히려 피고인은 당시 분명하게 고소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음이 명확하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각자의 입장을 말하고 있는 자료의 하나에 불과한 위 대화방 문자메시지 대화<10>에 터잡아 고소인의 주장이 참이고, 피고인의 주장이 거짓일 것이라고 의심할 일은 아니다.

(사)

원심 판시 바에서는 항목은 2가지이지만 실제 3가지 사실(사정)을 말하고 있다. 첫째는, 피고인이 (주)C의 지점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었고, 일반적인 직원과는 달리 해당 지점의 직원들에 대하여 본사로부터 독립적인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자신이 (주)C에 고용된 직원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용된 ’직원‘ 중에도 위와 같은 업무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추론은 부당하다. 대표적으로, 상법 제10조는 “상인은 지배인을 선임하여 본점 또는 지점에서 영업을 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렇게 선임된 지배인은 상업사용인으로서 직원 중 하나이지만 영업주에 갈음하여 그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으며(상법 제11조 제1항), 지배인이 아닌 점원 기타 사용인을 선임 또는 해임할 수 있다(상법 제11조 제2항). 여기에서의 지배인인지 여부는 그 권한의 실질에 의해 판단되므로 지배인이란 명칭은 그 요건도 아니다<11>. 요컨대 이 부분 설시에서 원심이 말하는 광범위한 재량권 즉 지점에 근무할 일부 직원에 대하여 직접 면접을 보고 채용하였다거나 하위 직원들의 보수를 직접 지급하고 직원들의 숙소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포괄적 권한을 피고인이 행사하였다고 하여 그의 지위가 임금・퇴직금을 받는 직원에서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임원의 지위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인이 상법 소정의 지배인에 유사한 권한을 가지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고위직 직원이었다고 하여 그 감독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 일으킨 명의도용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부당한 논리전개이다. 피고인으로서는 원칙적으로 그 직원들을 선임하고 감독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고 있는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따라서만 해당 명 의도용행위를 한 직원과 부진정연대의 관계로 회사 즉 (주)C 또는 그 소유자인 고소인에 대한 관계에서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판가름될 뿐이다. 둘째로, 원심은, “피고인은 명의도용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을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고, 고소인이 이를 이유로 피고인에게 위 문제를 비용 문제까지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던 상황이므로, 피고인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다른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고위직급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주의의무를 해태하지 않는 한 다른 직원이 저지른 위규 또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질 하등의 이유는 없다. 우리 법이 형사영역뿐만 아니라 민사, 상사의 영역에서도 자기책임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12>는 점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었고, 회사의 최상급자인 대표이사가 피고인에게 해결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한들 피고인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할 하등의 필요는 없다. 더구나 피고인이 아직 회사의 고위간부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말이라도 고소인의 그와 같은 요구에 따를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인은 퇴사한 지 여러 달이 지났고, 회사와 고소인을 상대로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까지 한 상황이었으니 회사측의 요구를 따라 줄 하등의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시는 수긍하기 어렵다. 셋째로, 이 부분에서 원심이 지적하는 사항은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비록 피해액이 최소 1억 5,00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6,500만원만 받고 이를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는 있다. 즉, 피고인이 일부는 명의도용 행위를 한 직원 본인이 부담하게 하고 일부는 피고인이 고소인에게서 받는 6,500만원에서 조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가능할지는 몰라도 자연스럽지 않음도 분명하다. 우선, 피고인이 그 직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도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던 문제를 이제 회사를 떠난 상태에서 그렇게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더구나 피고인이 받기로 한 6,500만원은 당장 받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2년 가까운 긴 시간에 걸쳐서 월 300만원도 안 되는 금원으로 분할 지급받는 것이다. 그 6,500만원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였으니 판결 내지 집행권원을 다시 취득할 필요야 없겠지만 임의이행이 되지 않을 경우 그 이행을 담보할 수단이나 장치가 갖추어진 것도 아니다(강제집행 수락문언이 부기된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담보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 이행에 관하여는 그저 고소인의 선의(善意)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고소인의 선의는 끝까지 유지되더라도 그의 자력(資力)에도 그 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반면 명의도용 피해자들과의 합의과정에서는 대개의 경우 이러한 형태의 분할변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들로부터 제기되는 형사고발과 압박은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것일 여지가 매우 많다. 기본적으로, 고소인이나 검사, 원심도 부인하지 못하듯이,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향후 2년간 지급받기로 한 합계금 6,500만원으로 피고인이 제기한 부당해고 문제 및 밀린 임금・퇴직금<13>과 위 명의도용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액이 당시 밝혀진 것으로도 1억 5,000만원이었다는 것이니, 그 43%에 지나지 않는 위 금원에다가 어쩌면 명의도용행위를 한 직원의 일부 부담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피고인이 제기하여 당장 목전(目前)에 닥친 노동청 고발사건의 합의금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부당해고 구제신청 때문에 피고인을 해고하고 여러 달이 지나도록 피고인과 협상 테이블을 펼치지도 않았던 고소인이 피고인을 만나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와 같이 중요한 변곡점이 된 노동청 고발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일원 한 푼 합의금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이러한 기본적인 의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14>에 배치되는 고소인과 검사의 주장은 함부로 받아들여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점들에 비추어, 원심 판시 바의 내용 역시나 수긍하기 어렵다.

(아)

원심은 판시 사에서, 『2가지 논점에 비추어 위 6,500만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것에 대한 합의금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위 ’2가지 논점‘이라는 것을 살피기 전에, 기본적으로 보아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즉, 피고인은 2017. 11. 12. 해고되었고, 적어도 그때부터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갈 등은 완전히 수면위로 부상하였음에도 해가 바뀌도록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피고인과 고소인은 전격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하고 아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대화가 대변하듯이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였다. 그와 같은 만남은 피고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이루어졌고 그 만남이 있은 후 곧바로 구제신청을 취하하였다. 이러한 사실 자체가 그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위 만남 및 이 사건 합의 사이에 밀접한 상관이 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다른 모든 문제를 떠나 그 만남의 계기가 된 문제부터 먼저 협상테이블에 올려 졌을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常識)‘이다. 그와 같은 ’상식‘을 벗어나, 그날의 만남이 이루어진 계기가 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피고인이 과거 지점장으로 재직 중일 당시 그 지점의 다른 종업원이 저지른 고객 명의도용으로 야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주로 논의되었다고 하려면 그럴만한 연유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본건에서는 고소인의 주장은 물론이고 그밖의 그 어떤 증거를 통하여서도 그 연유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이제 첫 번째로 적시된 논점을 보건대, 이는, 『피고인과 고소인이 만난 시점에서는 피고인이 관리하는 지점 직원들의 명의도용 사건이 크게 문제화되고 있었고, 고소인은 피고인에게 그 해결을 촉구하고 있었으며, 피고인과 고소인과의 관계가 고용 관계인지 위수탁 관계인지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의 만남은 피고인이 고소인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 부당해고 내지 관계종료에 따른 임금・퇴직금의 청산과 관련하여서는 위 판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사항을 주요한 쟁점으로 두고 다투고 있었다. 그것에 관하여 양인이 주로 논의를 하였을 것임은 당연히 추정되는 사실이다. 반면 명의도용 문제가 당시의 만남에서 주요한 논쟁거리였을 지는 의문이다. 물론 고소인과 피고인 사이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임금・퇴직금과 부당해고로 인한 위자료 등에 관하여 논의하면서 부차적으로 명의도용 문제에 대하여서도 논의가 있었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퇴사 처리가 완료되어 회사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 그리고 그러한 전(前)직원을 상대로 회사대표가 회사에 발생한 문제해결책 모색을 가장 전면에 내세웠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위 설시에서는 이러한 주종(主從)의 관계를 도치(倒置)하여 쟁점을 정리하는 오류가 저질러졌다. 적어도 위 첫 번째로 적시된 논점으로는 ’위 6,500만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것에 대한 합의금‘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이 부분 원심 판시 두 번째 논점을 보건대, 그 판시는, 2개의 문장(이하 아래와 같이 ’제1문‘, ’제2문‘으로 약칭한다)으로 되어 있는데, 제1문인 『이 사건 합의 직후 피고인과 고소인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내용에 의하면, 위 만남에서 피고인과 고소인이 최종적으로 원만히 합의하였던 것은 분명하다』와 제2문인 『위와 같은 만남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상식적으로 위 만남에서 명의도용 해결 문제, 해고 문제, 각종 미지급한 돈(예컨대 피고인이 주장할 수 있는 임금, 퇴직금 등)의 문제에 대하여 전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 제1문에서 말하는 카카오톡 대화(원심 각주1)는 아래와 같다. 서로 좋은 관계로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갈 것임을 밝히면서 상호간 축복과 격려를 보내고 있으니, 원심의 평가처럼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서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사정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 이상의 내용, 즉 어떤 문제에 대하여 어떤 합의가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볼 수는 없다. 그저 ’원만히 합의가 되었다‘는 것 정도를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인지를 따지는 이 부분 2번째 의 논점과 관련하여서는 제1문은 의미가 없다. 같은 이유로 제2문의 초반 문구 ’위와 같은 만남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이라는 부분 역시나 별다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다. 기실, 원심이 이해한 것처럼,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강렬한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 맞는다면, 그것은 피고인의 요구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던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니, 명의도용 문제를 피고인이 책임지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님을 말하여 주는 것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러한 경우라면, 당시 1억 5,000만원 가량의 손해가 생겼다는 것 외에는 장차 얼마가 들어갈지 알 수도 없는 명의도용 문제해결을 떠안게 된 피고인이 그와 같이 심대한 감사를 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부분 판시의 요체는 제2문의 중반과 후반이다. 이것을 다시 요약하면 “상식적으로 위 만남에서 명의도용 해결 문제, 해고 문제, 각종 미지급한 돈 문제에 대하여 전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상식적으로‘라는 말과 ’경험칙‘이라는 말은 ’역전앞‘이라는 말과 같이 부적절한 중복 표현<15>이니 위 판시는 결국 “위 만남에서 명의도용 해결 문제, 해고 문제, 각종 미지급한 돈 문제에 대하여 전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칙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협상의 장이 마련되었고, 거기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항상 모든 문제가 논의되어 합의되었을 것이라는 경험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칙이 존재한다면, 이 사건에서 원심이나 당심이 하는 것처럼 당시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하등의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피고인과 고소인이 피고인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여기에는 많은 경우에 노동청의 형사고발이 뒤따른다)을 계기로 만남을 가졌고 그 직후 피고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였다면 아마도 그 문제에 관하여는 논의와 합의는 있었겠지만 그 이상의 문제들 즉 명의도용 문제 해결 방법에 관하여도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인지는 그 사실만으로는 여전히 알 수 없으므로 이를 인정하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즉,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과 고소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계기로 만남을 가졌고 그 직후 피고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였다면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서 부당해고 문제에 국한하여 합의하였을 가능성도 다분하고, 이는 형사재판에서 입증책임을 논함에 있어 빈번하게 등장하는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 바로 그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원심 판시 아부분에는 2가지 방향의 논점이 뒤섞여 있다. 하나씩 살핀다. 이 부분 첫 번째 판시는, 『공정증서 문구는 피고인이 작성하여 고소인이 이에 동의하였을 뿐이고, 피고인 주장대로라면 해당 공정증서에는 ’해고예고수당‘ 또는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5개월분‘, ’부당해고 구제신청 취하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도 전혀 기재되어있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공정증서에 6,500만원의 성격이 차용금으로만 기재되어있고, 명의도용 문제 해결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위 6,500만원은 명의도용 문제 해결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정증서의 문구를 피고인이 작성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본건과 같은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는 초안부터 완성본까지 기본적으로 공증인이 작성한다. 관계자인 채권자와 채무자가 공증인에게 합의의 내용을 말하고 강제집행수락 문언이 부기된 공정증서의 작성을 요청(의뢰)하면, 공증인이 그에 따른 공정증서 초안을 작성하여 관계자인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내용확인을 시키고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서명날인을 받을 뿐이다. 이후 공증인 서명・날인하여 공증을 마친 다음 채권자에게는 정본을, 채무자에게는 등본을 교부하는 것으로 공증작업이 완료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서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공정증서가 작성되었음은 아래와같은 공정증서의 내용자체로부터 명확하다. 원래가 통상적으로 합의의 결과를 반영하는 합의서가 작성되었다면, 그 초안을 누가 작성하였는가는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건의 경우가 초안 작성자를 가려야 할 특별한 경우라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위 판시의 첫 문장은 부당한 사실인정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하게 된 원인관계가 무엇인지를 피고인이 밝혀야 할 하등의 이유(의무)가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정증서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 ’해고예고수당‘ 또는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5개월분‘, ’부당해고 구제신청 취하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 민사소송법상으로도 권리 혹은 일정한 사실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이 통설이자 확고한 판례의 태도이다)하는 것이 원칙이라서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아닌 고소인이 이를 증명할 책임을 지는 것인데, 사실상 일체의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검사에게 지우고 있는 형사소송에서 위와 같은 논리구조를 채택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 부분 두 번째 판시에서 원심은,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피고인에게 그에 대한 확약서(증명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 대하여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고 일을 그만둘 경우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므로, 만일 고소인의 주장과 같이 2018. 1. 21.에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기로 명확히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책임 소재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따로 이를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여지도 있다』라고 말한다. 고소인은 갈망했지만 피고인이 순순히 응하지 않아서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서 내지 증명서를 작성 받지도 못하고 해고하였는데, 비록 2년에 걸친 분할 상환이기는 하여도 총 6,5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기로 하고 그 문제해결을 책임지기로 합의하는 마당에 고소인은 명의도용 문제해결을 피고인이 책임진다는 내용을 문서화하여 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였다는 것인가? 즉, 서로 다툼을 벌이면서 책임을 부인하던 피고인과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을 문서화하여 두지 않으면 그것은 ’말‘뿐이고 그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당시 피고인과 고소인은 단 둘이 만났고, 거기에 다른 입회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시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행을 강제할 다른 이행담보 수단도 아무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구두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고소인이 그 합의의 내용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리(事理)에 맞는가? 그 이상의 상세한 설시가 없어서 그 추론의 과정을 모두 알기는 어렵지만, 당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전개 내지 추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차)

고소인・검사 주장처럼, 이 사건 합의에서 피고인이 명의도용에 따른 문제해결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라면, 그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고소인 또는 회사측이 그 처리에 나서지 않아야 하고 합의금 등을 지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원심도 인정하였듯이, 이 사건 합의가 있은 후에도 (주)C 내지 고소인은 명의도용 사건 문제 해결을 위하여 돈을 직접 지출하였다.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 자부분에서 “고소인, J, K, L은 대체로 일치하여 ’피고인이 명의도용 문제를 처리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회사 차원에서 돈을 선지출한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또한 고소인 역시 P에게 ’피고인이 장애인 명의도용 건에 관하여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현재 아예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있다”라는 점에서, 그 모순이 해소된다고 보았음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고소인의 말이나 고소인이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인 다른 직원들(위 J, K, L, P)의 말만 가지고 위와 같은 문제(모순)가 해소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러한 ’말‘로 해결되기에는 이러한 행동에서 드러나는 언행불일치 내지 전후 일관성훼손의 점이 너무나 심각하다. 더구나 그들이 나눈 대화내용과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는 고소인과 P 사이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면 왼쪽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직원인 P가 고소인에게 “미처리 사건이 없다”, “피고인이 직접 기자를 만나서 공증하여 종결시켰다”는 내용으로 보고를 하자 그에 대하여 고소인이 “정말 그렇게 처리된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원심이 설시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카)

원심의 마지막 판시 사항 즉 차<16>와 관련하여서는, 이 판결이유 제7쪽에서 지적한 것처럼, 법원은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 대하여도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 들이대는 잣대와 적어도 동등한 수준 이상의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여 불일치와 모순, 의문점에 대한 해소와 증명을 요구함으로써 공평하고 공정하게 헌법상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환기 차원에서 적시하여 두기로 한다. 즉, 누군가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등 참조)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특히 본건과 같이 고소인 등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변소)이 상충되는 경우에 형사법원은 “피고인 진술의 불완전성”을 근거로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이 확보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고소인 진술은 피고인 진술과는 별도로 그 자체로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 일관성을 확보하여 최소한의 신빙 요건<17>을 자족적으로 갖추어야만 –즉 그 진술 자체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만–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지, 피고인 주장이 전후 모순된다거나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여 고소인 진술이 신빙할 만한 것으로 되는 이른바 ‘반사효(反射效)’는 인정될 수 없다. 그런데 본건의 경우에서는 피고인의 변소 자체에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모순점이나 불합리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고소인은 여러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리적인 설명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몇 차례 반복한 것이 전부인 상황이다<18>. 그러므로 다른 사정을 통한 충분한 뒷받침이 없는 이상 고소인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고, 그에 배치되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할 수 없다고 속단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타)

이상의 점들을 모두 종합하건대, 당원으로서는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은 물론이고 여타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자료를 모두 정사(精査)하여 종합하여 보아도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명의도용 사건을 해결해주기로 거짓된 약속(즉 기망행위)을 하고 그 대가로 6,5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한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당원이 「피고인이 향후 명의도용 사건의 해결에 관하여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합의가 성사되었다」라는 사실을 인정한다거나 「이 사건 합의과정에서 명의도용 사건의 해결과 관련한 이야기가 일체 나오지도 않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당원이 이러한 정도로까지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당원이 생각하는 그날의 모습은, 피고인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청에 구제신청을 하여 양인의 만남이 이루어진 이상 그날 논의 내지 협상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부당해고 주장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의 문제였고, 그와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이 일정금액을 보상받되 매월 일정금액을 거의 2년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받는 정도로 고소인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문제를 완전히 일단락 시켰으며, 그와 같이 피고인과 고소인간의 관계가 완전히 청산되어 더이상 (주)C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게 되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피고인이 바라던 대로 합의가 되자 피고인은 자신이 재직하던 중에 자신이 데리고 일을 하던 직원들이 야기한 명의도용 문제는 그 직원이 피고인 자신이 면접을 하여 채용을 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여전히 피고인이 문제해결에 계속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언동(언약)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명의도용 문제의 처리에 관하여는 현장 내지 대리점 현업 수준에서 누군가 책임자의 지위에 서서 일처리를 할 사람이 필요하였을 것인데, 고소인 보다는 피고인이 현장 책임자로서 능숙하게 다루고 조율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와 같은 정도의 양해(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피고인이 받는 돈은 명의도용 문제해결을 약속하고 받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은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고소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그 문제의 해결에 협력하여 주기로 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들 사이에서 작성되는 공정증서에 명의도용 문제해결의 대가라는 기재를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통상적인 일이기도 하다. 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것만으로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금원수수가 이루어진다는 표시가 되므로, 그에 관한 합의사항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즉, 이 사건 합의가 이러한 형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면, 이 사건 합의의 결과 만들어진 공정증서에서 그것이 무엇에 대한 대가임을 별도로 밝히지 않은 사정이 설명될 수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위 제1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김기호 송현섭 각주1)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의 금품공여자나 피고인의 진술 모두 각기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 법관으로서는 금품공여자와 피고인 사이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과장·왜곡·착오를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들을 조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 전부를 신빙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비약으로서 그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논증에 기초하였다고 수긍하기 어렵다는 판시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경우에 따라서는 증인이나 피고인의 진술(주장) 중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검사 측 증인인 금품공여자나 본건 고소인의 진술이 그와 같이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것을 토대로 구성요건 사실이 증명되는가의 문제 즉 당해 증거의 증명력은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명시하듯이 전적으로 당해 형사법관의 자유심증에 따를 문제이다. 반면, 피고인의 진술(주장)이 이러한 경우에는 그것은 자유심증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에 해당하는 일부 사실 또는 허위임이 명확하지 아니한 일부 사실만으로도 여전히 위 채증법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각주2) 실제로 고소인은 2019. 6. 12.자로 피고인에 대한 임금 4,270,000원, 연차수당 4,248,802원, 퇴직금 51,247,036원 등 합계 59,765,838원을 체불한 것을 포함하는 근로기준법위반 등 사건으로 공소제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9고단1219)되었던바, 피고인이나 고소인 보다 훨씬 더 법률전문가인 검사도 그들 사이에 6,000만원 가까운 금품청산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각주3) 여기에서도 ‘해고예고수당’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전후 문맥상 그 단어가 본래의 해고예고수당을 가리킨다고 볼 것은 아니다. 즉, 이 조서는 피고인과 고소인을 대질조사하면서 작성된 것인데, 당시 피고인이 먼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접수하였더니...이 소장을 우편송달받은 고소인이 저에게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하면서...저는 5개월치의 해고예고수당을 요청하였고...”라고 말하자 그에 대하여 고소인이 “부당해고예고수당 신청을 했다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리

법률전문가인 검사도 그들 사이에 6,000만원 가까운 금품청산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각주3) 여기에서도 ‘해고예고수당’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전후 문맥상 그 단어가 본래의 해고예고수당을 가리킨다고 볼 것은 아니다. 즉, 이 조서는 피고인과 고소인을 대질조사하면서 작성된 것인데, 당시 피고인이 먼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접수하였더니...이 소장을 우편송달받은 고소인이 저에게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하면서...저는 5개월치의 해고예고수당을 요청하였고...”라고 말하자 그에 대하여 고소인이 “부당해고예고수당 신청을 했다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문제인데, 어떤 사용주가 퇴직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피고인에게 주겠습니까. 최초 이야기 할 때는 부당해고예고수당에 대한 말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라고 응수하였고, 그러자 조사자인 경찰관이 “고소인은 피고인에게 부당해고를 한 사실은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였다. 이러한 전후 문맥을 보면 여기에서의 해고예고수당 역시나 ’부당해고예고수당‘ 또는 ’부당해고구제신청 취하를 위한 합의금‘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주4) 고소인 내지 (주)C을 상대로 2018. 6. 11.경 피고인은 약 5,770만원, AA은 약 800만원, AF는 약 920만원 가량의 임금 등 지급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그 1심법원은 2019. 11. 27. 피고인 등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등 원고들 전원이 2019. 12. 6. 대전지방법원 2019나120525호로 항소하였다가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인 2021. 7. 20. 소취하로 종결되었다. 피고인은 2021. 6. 25. 이 사건 원심판결 선고와 동시에 구속되었고, 보석청구를 위하여, 그동안의 모든 주장을 철회하는 것에 더하여 현금 1억 7,000만원을 지급하고 2021. 6. 30. 합의하였다.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면서 위 민사소송은 취하되었고, 앞서 본 고소인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은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주5) 원심 「증거목록(증인등)」의 “제7회 기일 증인신문을 철회・취소” 기재는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각주6) 원심은 제4회 공판기일인 2021. 1. 22. 14:20을 M에 대한 증인신문기일로 정하여 증인을 소환하였다. 그러나 M은 그 기일에 무단 불출석하였고, 원심은 당일자로 M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다음 제5회 공판기일인 2021. 3. 16. 10:30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명하였다. M은 이번에도 아무런 사유 소명 없이 불출석하였다가 그 다음날인 2021. 3. 17.자로 “미열과 함께 두통 및 기침을 동반한 몸살로 인해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하였다”면서 “추후 증인 출석 기회를 주신다면 출석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증인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였던바 있다. 원심은 2021. 4. 30. 17:00를 증인신문기일로 정하여 소환하였으나 이번에도 위 증인은 출석하지 않았다. 6회 공판기일인 그날 원심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증거의견을 번의하게 하고 위 M에 대한 증인채택을 취소한 다음 변론을 종결하였다. 각주7) 위와 같이 2021. 4. 30. 17:00에 열린 제6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원래 예정된 선고기일은 2021. 6. 11. 금요일 09:50이었다. 그런데 원심은 그 직전 월요일인 2021. 6. 7.자로 선고기일을 2021. 6. 25. 금요일 10:00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항, 그동안의 변론과정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던 내용이 담긴 원심 변호인의 「변호인의견서」가 선고 전날에야 제출되었다. 이와 같이 자못 다급하고 촉박하게 돌아간 사정들에서 미루어 짐작되는 바가 없지 않다. 각주8) 그 양형사유의 하나로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회사와의 사이에서는 그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하는 것이 포함되므로, 사실 그들 불법행위자들이 지는 형사책임과 관련하여서도 고소인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형사책임은 행위자 각자가 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각주9)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2021. 6. 30.자 합의금이 1억 7,000만원인 것으로 보아 피고인과 고소인은 명의도용 문제로 인한 손실이 대략 그와 같은 수준에 이른다고 본 것으로 짐작된다. 각주10) 그것은 원래부터 정확하고 충분한 의사표시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은 수단이다. 상세한 내용을 적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언가 대답을 적는 와중에 다른 내용이 전송되면 그에 대한 응대를 먼저 하는 경우와 같이 대화의 순서가 뒤섞이는 경우가 흔하여 전체 문맥을 고스란히 정확하게 반영하여 전달・보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각주11) 실제 거래계에서는 지배인이란 명칭보다는 영업부장・지점장・영업소장 혹은 팀장 등과 같이 기업 내에서의 계선상의 직위를 아울러 표시하는 명칭을 선호하고 있음은 사실상 경험칙에 속한다. 각주12) 같은 취지에서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하고 있기도 하다. 각주13) 비록 피고인과의 합의(본건 원심에서 2021. 6. 25. 피고인이 법정구속되면서 2021. 6. 30.자로 합의되었다)로 공소기각되기는 하였지만, 관련 사건에서 검사는 약 6,000만원에 달하는 임금과 퇴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공소제기하였다. 물론, 그 사건에서 고소인이 피고인의 근로자성 등을 다투었다고는 하지만 그와 같은 내용으로 2019. 6. 12. 공소제기된 위 사건에 대하여는 공소기각판결이 나온 2021. 7. 16.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차의 기일변경을 하면서 6회 이상의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형태로 재판이 진행되었던 점에 비추어 그 사건에서의 고소인 항변(변소)이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것이 아니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각주14)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 피해자와 만났고, 그 만남이 있은 후 구제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보아 위 6,500만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것에 대한 합의금이라고 보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각주15)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전(驛前)앞‘은 ’역의 앞쪽‘을 뜻하는 ’역전‘ 뒤에 ’앞‘이 쓰여, ’앞쪽‘의 뜻이 두 번 나타나는 문제가 있는 표현으로, 관용적 표현과는 관련이 없고, ’역전‘이라고만 쓰는 것이 맞는데, 다시 그 ’역전‘은 ’역 앞‘으로 순화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각주16)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이 부분 원심 판시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각주17) “ 고소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피고인이 명의도용 사건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6,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며 앞서 본 다른 정황에도 부합하여 신빙성이 높다. ” 각주18) 이러한 3가지의 기본요건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진술의 일관성’인데, 이것은 특정사항에 관한 동일인 진술이 여러 개 존재함을 전제로 그 진술 상호간의 관계가 어떠하여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각주19) 이러한 진술의 반복 내지 중첩의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 또는 방향에서의 주의가 요청된다. 하나는, 특정인의 진술이 수시(隋時)로 변경된다면 그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할 여지는 없다는 것으로서, 명확한 변경의 사유가 밝혀지고 다른 측면에서 그 진술의 합리성.상당성이 확보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변경되는 진술 중 어느 하나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해 소송관계인이 외형으로만 보아서는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고 하여 이로부터 곧바로 그 진술의 일관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다시 말하여 ‘반복’ 내지 ‘중첩’의 문제와 ‘일관성 확보’의 문제는 전혀 다른 평면의 문제라는 점이다. 결국, 시공간을 달리하여 이루어진 여러 개의 진술 상호간에 상충과 변경이 없다는 요소는 그 진술의 일관성을 인정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각주20) 이러한 법리는 이때 말하는 진술의 일관성은 단순히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그 때마다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였다고 하여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절차의 전 과정에서 피고인의 부인, 대질, 공소제기, 증인신문, 상소의 제기 등 진술의 배경이 된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쟁점이 된 공소사실에 관하여 진술의 주요내용이 변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는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2011. 4. 28. 선고 2010도14202 판결, 1992. 9. 1. 선고 92도1405 판결 등의 판시를 통하여서도 반복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선언된 바 있다. 각주21) 오히려 고소인의 진술 특히나 원심 법정 증언에는 그동안 수사기관이나 관련 소송사건에서의 진술과 다른 취지의 진술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 하나만 들자면, 원심법정에서 고소인은 재판장으로부터 “이 사건 합의로 모든 문제를 피고인이 처리하기로 하였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서 회사측이 처리한 다음에 피고인한테 연락해서 6,500만원 받아놓고, 왜 우리가 해결하게 두느냐 이런 식으로 항의를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그 정도까지 따지지는 않았고 왜 처리하기로 해서 처리 안 했느냐 돈 받기로 되어 있잖아요. 이 정도의 약한 항의가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 또한 최대한 성환이 성향을 알아서 그냥 타이르듯이 얘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바빠서 그렇지, 이런 식으로 최대한 좋게 풀어서 가보려고 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는 이 사건 고소장이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취지와 맞지 않는다. 수사기관에서 고소인이 보여준 태도를 일관하자면 “비록 현재 물증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강력하게 항의하고 합의이행을 요구하였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어야 마땅하다. 짐작컨대, 이 판결이유 제31쪽의 (차)항에서 언급하였던 사정이 원심 재판과정에서야 정면으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기에 벌어진 현상일 것인데, 여하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소인의 태도에 일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