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당심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일부 유죄 및 일부 무죄(이유 무죄)로 판단하였고, ㉯ 근로자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공소제기 후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원심판결 중 일부 유죄, 일부 무죄 부분인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만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인 근로자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당심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고, 원심판결 중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만 당심의 심판대상이 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법리오해
근로기준법 제36조에서 정한 금품청산의무는 근로자의 퇴직 시 발생하는 것이어서 근로기간 중에는 청산대상인 금품지급의무 자체가 없어 이에 대한 지급기일의 연장합의가 존재할 수 없다. 피고인 및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와 F 사이에 2018. 10. 26. 작성된 차용증(이하 ‘이 사건 차용증’이라 한다)은 2018. 10.경까지 발생한 미지급 임금액 등을 확정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된 것일 뿐이고, 이 사건 차용증에는 ‘원금의 최종 변제기는 2021. 10. 31.로 약정하고, 채무자의 자금상환능력에 따라 수시로 변제하기로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피고인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이 생기면 언제든지 임금을 지급하되 최종적으로 2021. 10. 31.까지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 사건 차용증을 공정증서로 해달라는 F의 요구를 피고인이 무시하자 F이 형사고소를 진행한 점,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부터 원심 제4회 공판기일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차용증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F이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액을 전부 인정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차용증의 작성만으로 지급기일의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임금․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인정되는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벌금 500만 원)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원심 판시 무죄 부분)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밖에 일체의 금품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2015. 8. 17.부터 2019. 6. 14.까지 연구개발 업무를 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F의 2018년 8월 내지 2018년 10월 임금 합계 7,106,25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는데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피고인은 위 1).항 기재 근로자 F의 퇴직금 9,100,00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는데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2018. 10. 26. F과 사이에 ‘2018. 4.부터 2018. 10.까지 체납급여 19,244,590원, 2015. 8.부터 2018. 10. 31.까지 퇴직금 910만 원, 기타 연말정산, 출장비 등 합계 29,931,296원을 이 사건 회사가 F으로부터 차용하되, 변제기는 2021. 10. 31.까지로 하고, 이 사건 회사의 위 채무를 피고인이 연대보증한다.’라는 내용의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하였고, F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차용증 작성 당시 실제로 변제기를 연장해 준다는 의사가 있었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F의 2018. 8.부터 2018. 10.까지 기간의 임금과 퇴직금 중 910만 원 부분에 관하여는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설령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 등을 근거로 위 약정의 유효성이 문제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으로서는 위 약정의 존재로 인해 2021. 10. 31.까지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체불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도14138 판결 등 참조).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도19760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및 이 사건 회사와 F 사이에 2018. 10. 26. 작성된 이 사건 차용증 제2항에는 원금내역으로 2018. 10.경까지의 체납급여 19,244,590원 및 2018. 10. 31.까지의 퇴직금 910만 원이 기재되어 있고, 위 차용증 제3항에는 ‘원금의 최종 변제기는 2021. 10. 31.로 약정하고, 채무자(이 사건 회사)의 자금상환능력에 따라 수시로 변제하기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공판기록 50면). 이에 대하여 F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차용증 제3항과 관련된 ‘2021. 10. 31.까지 변제기를 미뤄주는 의사도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하여 ‘예’라고 대답하였다(공판기록 117면). 또한 F은 수사기관에서의 2019. 10. 8. 형사조정 당시 ‘피고인과 F 간에 채권금액 중 체당금 예상지급분과 건물 압류에서 우선 지급받을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중 절반은 2년 내에, 나머지 절반은 그 이후 1년 내에 각 지급하고, 2019. 10. 31.까지 공증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증거기록 62면).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F이 2018. 10. 26. 이 사건 차용증을 작성할 당시에 그때까지 발생한 임금과 퇴직금 중 일부에 관하여 그 지급기일 내지 변제기한을 2021. 10. 31.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 F의 퇴직 후 청산기한 내에 이 부분 임금․퇴직금에 관한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기일연장의 합의가 임금 등의 청산기한 이전에 이루어지기만 하면 근로기준법 제36조 단서의 적용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차용증 작성일인 2018. 10. 26. 당시까지 F이 제공하였던 근로에 관한 임금채권은 이미 발생한 상태였으므로, 그때까지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에 관한 지급기일의 연장합의는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차용증에는 F이 2015. 8. 17.부터 2018. 10. 31.까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 910만 원을 최종 변제기인 2021. 10. 31.까지 지급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F이 위 변제기 이전인 2019. 6. 14. 퇴직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차용증에 의한 퇴직금 지급의 합의를 월급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돈을 ‘매달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F은 원심 법정에서 ‘차용증이라는 것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당시에 같이 있던 직원들 모두 차용증을 작성하였고, 저도 그중 한 명이었다.’, ‘차용증을 써달라는 그런 요구가 있기도 한 것 같고, 모두가 그런 의사가 있었던 것 같으며, 한꺼번에 차용증이 작성되기에 저도 같이 받았다.’라고 진술하였는바(공판기록 115면), 이 사건 차용증에 의한 퇴직금 지급의 합의는 근로자인 F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설령 이 사건 차용증에 의한 퇴직금 지급의 합의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F이 근로기간 중이나 퇴직 시점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이 사건 차용증의 효력을 문제 삼는다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F의 퇴직 후 청산기한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검사는 피고인이 수사 당시 차용증을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나, 피고인은 2019. 7. 22. 노동청 조사를 받을 당시 ‘진정인들 대부분에게 채무가 있다는 차용증을 써주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증거기록 17면).
그 밖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당심에서 원심의 판단을 뒤집을만한 추가적인 증거가 제출된 바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 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법제에서 존중되는 제1심의 양형에 관한 고유한 영역과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해볼 때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함이 타당하므로, 그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일부 유죄로 인정된 부분의 임금․퇴직금 합계액이 29,130,191원으로서 피고인이 청산기한까지 지급하지 않은 임금․퇴직금의 액수가 적지 않은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F이 이 사건 회사 소유의 공장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2021. 5. 6. 임금 등 채권의 최우선변제권에 기하여 10,503,715원을 배당받았고(공판기록 101~102, 142~145면), 2020. 4. 24.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임금․퇴직금의 체당금 합계 1,000만 원을 지급받았으며(공판기록 48~49면, 이후 근로복지공단도 위 경매절차에서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체당금 상당의 금액을 전액 배당받아 보전하였다), 피고인이 별도로 은행융자를 받아 F에게 600만 원을 지급하였는바(공판기록 123~124면), 이로써 F이 합계 26,503,715원의 임금․퇴직금을 수령함으로써 그 피해가 실질적으로 대부분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에서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사후적으로 양형을 변경할 정도의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 및 처단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진선(재판장) 권겸 박경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