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당사자의 주장의 요지
원고의 청구원인
청구원인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0. 1. 6. 피고와 기간제 근로계약인 '비정규직 근로자 활용계약'을 체결하고 2010. 1. 11.부터 계속 근무해오다가 2년이 경과한 2012. 1. 11. 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근로자로 간주됨.
위 2012. 1. 11. 당시는 무기계약근로자를 위한 취업규칙이 따로 없었고 원고는 정규직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인 물품관리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즉"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에 해당하므로, 정규직 취업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됨.
그 후 피고가 2014. 6. 23.에야 제정한 '무기계약근로자 관리요령'은 연구활동비와 성과급의 지급 대상에서 무기계약근로자를 제외하는 내용이므로 원고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는 내용이고(기존에 적용되던 정규직 취업규칙과 대비하여 불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 효력이 없음.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9. 2. 21.부터 2022. 8. 21.까지의 연구활동비와 평가성 성과급으로서 미지급된 220,282,50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의 업무는 물품의 이력 및 유지관리/수리 업무 등 비품관리업무에 해당함. 이는 정규직 업무와 명확히 구별됨. 그러므로 원고와 정규직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집단에 속한' 관계가 아님. 즉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
따라서 원고에게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음. 2012. 1. 11.부터 2014. 12. 31.까지는 '비정규직 관리지침'이, 2015. 1. 1.부터는 '무기계약근로자 관리요령'이 적용되기에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아니함.
정규직 급여체계는 아예 무기계약직인 원고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게 설계되었고 원고에게 적용될 수 없음.
쟁점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비교대상 정규직 근로자가 존재하는지에 있다.<1>
그리고 2015. 1. 1. 자 근로계약 당시 원고의 취업규칙 동의 여부는 결론을 좌우하는 두 번째 쟁점이다.
판단 #1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기간제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아니하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두704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와 정규직 근로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노동을 하는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거나 그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는 데에 원고의 증명이 있는지를 본다. 그 밖에 당시 전환방식을 무기계약직으로 하기로 명확히 공고되었는지 등도 살펴보아야 한다.
살피건대, 갑 제9호증 내지 갑 제15호증, 을 제5호증 내지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2012. 1. 11.(원고의 무기계약근로자 간주 당시) 무렵에, 비교대상 정규직 근로자가 자재팀에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2010. 1. 11.부터 피고의 행정부 내 자재팀(2022년 기준 경영기획본부에 경영관리부 소속 구매자산실) 소속으로 근무하며 자산관리 분야 업무를 주로 맡았다. 부수적으로 물품검수나 저장품 수급, 기타 구매 계약 업무를 일부 담당했다.
원고의 위와 같은 담당 업무를 그 전에 자재팀 다른 정규직 직원(C, D 등)이 맡아서 처리한 적 있다. 다른 직원 업무(평가 및 업무개선, 정부권장정책 이행 등)의 부담당을 원고가 맡은 적도 있다.
원고의 업무가 특정 부서인 '자재팀' 업무에 국한되기는 하나, 적어도 자재팀 내 정규직 근로자가 수행하던 업무를 원고가 이처럼 담당하였고, 원고들과 정규직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므로, 자재팀 내 정규직 근로자와 원고 상호간 어느 정도 업무대체성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고가 소속된 자재팀의 특성상 자산 관리 업무가 주된 업무 중 하나이다. 피고의 주장처럼 원고의 자산 관리 업무가 다소 단순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원고와 다른 자재팀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질적으로 구별되는 특수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피고 기관의 목적 업무인 E 및 F에 직접 관련된 연구 부서가 아니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부서이기 때문이다.<2> 피고는 원고 업무 중 일부 검수 업무나 감가상각 산정 업무는 단순반복적인 업무이고, 정규직 근로자가 담당하는 구매계약업무는 복잡하고 위험하여 명백하게 구별된다고 주장하나(2022. 11. 24. 자 준비서면 등), 그 어느 한쪽이 본질적으로 복잡 · 위험한 업무라고 볼 것이 아니다.
피고의 정규직 직급표에는 '행정원'이 존재하는데 그 자격으로 학사 이상을 취득한 자이거나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는 자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원고는 G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자격을 갖고 있어 위 요건에 미달되는 바 없기도 하다(갑16-4).
판단 #2
피고가 2014. 6. 23. 무기계약직 관리요령 제정 당시 무기계약근로자들의 단체적 · 집단적 동의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는 아니하지만, 이는 그 시행일인 2015. 1. 1. 당시 무기계약근로자는 원고뿐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중 2명뿐이었는데 다른 운전원이 2014. 12. 퇴직하여 2015년 이후로는 유일하게 원고뿐인 사실은 피고가 이를 주장하는바, 원고가 이를 명백하게 다투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불요증사실). 그리고 원고가 엄연히 그러한 관리요령 제정 내용을 알고도 2015. 1. 1. 피고와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그 취업규칙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유일한 근로자인 원고가 이에 동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위 무기계약직 관리요령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은 그 부칙 제2조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갑4-2). 그 부칙 제2조 제3항은 직무를 명시해놓기까지 하였는데 바로 원고의 직무를 가리킨다. 2015. 1. 1. 자 포괄임금 근로계약과 연봉계약을 보더라도, 연구활동비와 성과급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가 드러난다(갑5). 원고의 담당 업무를 가리켜 연구활동이라 하기 어려움은 명백하다.
부연컨대, 취업규칙 동의 절차의 적법 여부를 논할 때에 근로자의 과반수가 동의했는지 여부는 기존의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근로자,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자를 포함한 근로자 집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인데, 무기계약직 관리요령 적용대상이 원고 1명뿐인 이 사건처럼 취업규칙 적용 대상인 근로자가 오로지 1명뿐인 특수한 사안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정한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근로자 1명이 취업규칙 내용을 알고도 계약을 맺었다면 그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3>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 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 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용자는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 부하여야 한다.
결국 적어도 2015. 1. 1.부터 원고에게 '무기계약직 관리요령'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옳다. 위 취업규칙의 적용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그 적용이 없음을 전제로 2019. 2.~2022. 8. 기간의 임금(연구활동비와 평가성 성과급)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성립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주장은 타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 오현석
각주1) 2012. 1. 11. 당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위한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했는지 살펴보면, 존재한 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비정규직관리지침'이 당시의 원고에게 적용된다는 피고 주장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2년 경과로 무기계약근로자로 간주되는 원고를,'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체결을 핵심적인 요소로 하는 계약직(비정규직) 근로자'에 당연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주장에 지나지않기 때문이다.
각주2) 이러한 점에서 대전지방법원 2020가단110424 사안과 구별된다.
각주3) 참고로, 관련 판결례들 중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한 여러 사안들은 무기계약근로자 간주 당시뿐만 아니라 그 사실심변론종결일까지 별도의 취업규칙이 아예 마련된 바 없는사안들이다. 대법원 2015다254873 판결 사안의 경우도 회사가 사실심 변론종결일까지도 무기계약근로자에 대한 취업규칙을 마련한 바가 없는사안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