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 연구원은 C의 확립, D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 및 E, F, G은 피고 연구원에 재직 중인 연구원들이다. 그중 E은 과제명 ‘H’의 소과제(이하 ‘I 팀’라고 한다)의 팀장이며, F, G은 같은 소과제의 팀원들이다(을 제7호증 5쪽).
원고의 연구원 내 메일 전송행위(이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 라고 한다)
원고는 2020. 6. 10. E을 수신인으로, 피고 연구원의 부원장인 J, F, G 등 피고 연구원의 임직원 9명을 참조인으로 하여, I 팀에서 장비비로 배정된 예산을 연구비로 무단 전용한 것을 지적하며 E이 이를 원상복구하고 책임을 지라는 취지의 전자메일을 전송하였다(갑 제5호증의3).
원고는 2020. 6. 14. E, G을 수신인으로, J, G 등 피고 연구원의 임직원 9명을 참조인으로 하여, I 팀에서 장비비로 배정된 예산을 연구비로 전용한 것은 불법적인 행위임을 지적하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갑 제5호증의5, 6).
피고 연구원의 원고에 대한 경고처분의 경위
E, F, G은 2020. 6. 19. 피고 연구원에,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2020. 6.초 연구원 내의 10여명을 대상으로 수차례 편지를 보내 일방적으로 본인과 소과제 연구원 팀원들을 비난하고 책임추궁을 강요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본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피해를 일으켰다”는 취지의 고충처리 요청을 하였다(을 제2호증의1).
피고 연구원의 감사부는 2020. 7.경부터 2021. 1.경까지 전항의 고충처리 요청에 관한 사실관계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는 피고 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 제5조 제3호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판단하였다(을 제4호증 14쪽)
전항의 사실관계조사 결과에 따라, E, F, G은 2021. 2. 19. 피고 연구원에,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와 관련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는 취지의 신고를 하였다(을 제2호증의2).
피고 연구원은 전항의 신고 사안을 조사하기 위하여 2021. 4. 20.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조사위원회는 감사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21. 5. 7.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는 모두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표결하였으며, 원고에 대한 조치로 징계심의에는 회부하지 않되, 기관장 명의로 주의 또는 경고 조치하기로 표결하였다(을 제7호증 5, 6쪽).
전항의 표결에 따라 피고 연구원은 2021. 5. 28. 원고에게 서면으로 “귀하는 원내 직원 3인으로부터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내용의 전자메일 발송(2020년 6월) 등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 되었고, 귀하의 행위는 조사위원회 결과 등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바, 이에 경고 처분을 하니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경고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경고처분’이라고 한다, 갑 제3호증).
피고 연구원의 인사규정
피고 법인의 징계요령,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요령 중 이 사건에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갑 제2호증, 을 제6호증).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5호증, 을 제2, 4, 6, 7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연구원의 본안전 항변
이 사건 경고처분은 피고 연구원의 징계요령 상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신분상, 인사상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경고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판단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연구원의 징계요령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중 경고처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징계요령 제5조).
그러나 인정 사실 및 갑 제4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연구원은 이 사건 경고처분의 전제로서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한 후, 그 후속조치로서 피고 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 제10조에 따라 ① 원고의 사무실을 이동시키고, ② 원고의 실험실에 공간 분리 공사를 진행하고, ③ 원고가 사용하던 장비의 사용자를 변경하는 조치를 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경고처분으로 인해 원고의 권리관계에 현실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경고처분의 무효 여부에 관한 확인 판결을 받음으로써 유효 · 적절하게 자신의 현재의 권리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이를 확인할 이익이 있다.
소결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의 청구원인
피고 연구원은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보고 이에 대하여 경고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각 메일을 전송한 것은 I 팀의 부정한 예산집행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경고처분은 무효이다.
판단
법리 및 피고 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 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 제5조 제3호는 피고 연구원에서 금지되는 직장내 괴롭힘 행위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판단
인정 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는 E, F, G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로서 근로기준법 및 피고 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
원고와 I 팀원인 E, F, G의 생년(연령) 및 연구원 입사연도는 아래 표와 같고, 원고가 연령, 근속연수에 있어 우위에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을 제7호증 4쪽).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은 I 팀이 장비비로 배정된 예산을 연구비로 전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그 불법성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피고 연구원의 감사부 조사결과에 따르면(을 제3호증 34쪽, 을 제4호증 12쪽), I 팀의 연구비 부족 문제로 2020. 1. 16. 연구원 본부장 K과의 회의가 개최된 사실, 당시 원고에게도 회의 참석통지가 되었으나 원고는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본부장님과 I 과제원들께서 협의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 회의 결과 본부장 K이 I 팀에 배정된 장비비 예산을 연구비로 전용하는 것을 허락한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연구원에서 회계연도 기간 내에 예산전용은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점도 인정할 수 있다(을 제5호증의 12쪽). 이러한 사실 관계에 의하면 I 팀의 예산전용이 부정하다거나 불법성을 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각 메일을 전송한 것은 부정한 예산집행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I 팀의 예산전용이 부정하다거나 불법성을 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은 앞서 살펴보았다. 게다가 원고는 이 사건 각 메일에 “(E이) 센터장 및 중과제 책임자로서 장비비는 캡이 씌워져 있고 계정대체(예산전용)가 어렵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면서 시행했다면 문책을 받아야 할 고의적인 권력남용행위이다”, “K 본부장님이 장비비를 사용하라는 불법적인 행위를 허용했다면 이는 당시 I 팀의 당당한 억지 주장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왜 I 과제만 유독 그렇게 특별한 지원을 요구하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엄청난 연구결과가 기대되는 것도 아니고 추구하는 내용이 표준연(피고 연구원)의 핵심미션이나 비전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일들은 부서장으로서 중과제 책임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갑질이고 불법적인 일로서 경우에 따라 징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는 표현들을 사용하였다(갑 제5호증의3, 갑 제5호증의6 3, 4쪽). 이러한 표현들은 부정한 예산집행을 정당하게 지적하는 것을 넘어 I 팀원들의 명성과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당사자인 I 팀원들뿐만 아니라 그 외 다수의 연구원 임직원들에게 이 사건 각 메일을 전송하였다. 따라서 공연성과 전파가능성도 인정된다.
결국, 원고가 I 팀원인 E, F, G에 대하여 관계상 우위에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는 I 팀원들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로서 이들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메일 전송행위는 근로기준법 및 피고 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인정된다.
결 론
그렇다면 피고 연구원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경고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석천(재판장) 박주원 서성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