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지방자치의 발전과 대전광역시 주민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기업이고, A, B, C(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는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원고의 사업장 중 D에서 경비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이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18. 7. 2.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에 따라 감시적 근로종사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4장 및 제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 제외 승인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2018. 7. 30. 원고의 위 신청을 승인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피고의 위 승인처분을 ’이 사건 승인처분‘이라 한다).
A은 2020. 2. 11. 피고에게 원고를 상대로 2017. 1. 1.부터 2019. 12. 31.까지 기간에 해당하는 미지급 주휴수당, 연장 및 휴일근로가산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2020. 5. 4. 원고에게 A의 주휴수당 등 합계 23,082,880원을 체불하였음이 확인되므로 2020. 5. 25.까지 이를 시정하라고 지시하였다.
피고는 2021. 12. 16.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감시적 업무 외 타 업무(E 운행일지 작성, E 연료 충전전표 정리) 반복수행하였음‘을 처분의 원인 사실로 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휴게시간 등 적용제외 승인을 승인 당시로 소급하여 취소‘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이하 위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처분의 이유제시의무 위반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이유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타 업무를 반복수행 하였음을 제시하였으나, 그러한 행위를 한 기간, 빈도, 시간 등에 대하여는 전혀 특정하고 있지 않았는바, 이는 행정절차법 제23조에서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을 위반한 것이다.
처분 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근로자들이 수행한 E 운행일지 작성이나 E 연료 충전전표 정리는 간단한 업무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본래의 업무를 하는 중 극히 짧은 시간을 할애하여 수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감시적 업무 외 타 업무를 반복수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처분의 소급효 관련 위법
설령 이 사건 처분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승인 이후 이 사건 근로자들이 사후적으로 타 업무를 반복수행하게 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인바, 이 사건 처분은 사후적인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는 행정행위의 철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이 사건 승인처분 당시로까지 소급하는 것은 위법하다.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피고는 2020. 5. 4. 원고에게 A의 주휴수당 등 23,082,88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한 후 1년 7개월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1년 7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아무런 처분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였는바, 이러한 원고의 신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이러한 신뢰를 침해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2019. 12. 31. 이전의 모든 수당을 지급하였고, 2020. 1. 1.이후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타 업무를 지시하지도 않았는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침해된 원고의 이익이 공익에 비해 극심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처분의 이유제시의무 위반 주장에 관하여
관련 법리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과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8571 판결,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8두41907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8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A은 2020. 2. 11. 피고에게 원고가 감시적 업무 이외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거나 겸직하게 하였으므로 2017. 1. 1.부터 2019. 12. 31.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주휴수당, 연장 및 휴일근로가산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주장하는 내용의 진정을 하였다. 원고와 A은 2020. 4. 22. 2017년도부터 2019년도까지의 A에게 발생한 주휴수당, 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장근로가산수당, 약정 휴게시간 2시간 중 1시간 분에 대한 임금 등을 산정하여, 원고가 A에게 23,082,880원을 지급하면 A은 즉시 위 진정을 취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는 위 합의 내용에 따라 원고가 A에게 23,082,880원을 지급하도록 시정지시하였고, 원고는 2020. 5. 25. A에게 위 돈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1. 4. 6. 위 진정에 따라 원고의 D 경비직 직원들에 대한 감시적 근로종사자 적용 제외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자 하니 2021. 4. 14.까지 관련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2021. 9. 17.에도 2021. 10. 8.까지 ’경비원 직접 고용 이후 기간별 D의 E운행일지 및 차량충전전표관리 담당자, E운행일지 사본,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E운행일지 작성의 일부와 차량 충전 전표 정리작업의 일부를 반복적으로 위탁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에 관한 의견 및 이 사건 승인처분이 취소될 경우 소급효와 장래효 가운데 어떤 것이 타당하지와 그 근거‘ 등에 대하여 의견 및 자료를 제출할 것을 재차 요구하였으며, 2021. 12. 1. 이 사건 처분을 사전통지하면서 2021. 12. 13.까지 의견제출기한을 부여하였고, 2021. 12. 16.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원인이 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감시적 업무 외 다른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A과 사이에 임금 등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그 기간 및 내역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로부터 시정지시 및 여러 차례의 의견진술기회도 부여받는바,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처분 사유의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감시적 업무 외 E 운행일지 작성, E 연료 충전전표 정리의 타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였다는 이 사건 처분사유가 존재함이 충분히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의 차장 직위로 근무한 F은 자신의 근무기간인 2016.부터 2018. 12. 31.까지 경비원들로 하여금 D의 약 140대의 E 운행일지 항목 중 작성일자, 차량번호, 전일누계, 전일잔량 등 4개 항목을 매일 작성하는 업무 및 E 기사들이 제출한 E 연료 충전전표를 매월 일자순으로 정리하는 업무를 하게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는 A의 진정내용과 일치한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서 정한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의 적용제외 승인 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2023. 7. 24. 고용노동부훈령 제4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8조 제1항 제2호는 ’감시적 업무가 본래의 업무이나 불규칙적으로 단시간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의 적용제외 승인이 가능하지만, ’감시적 업무라도 타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매일 E 운행일지 항목 중 일부를 작성하고, 매월 E 연료 충전전표 정리 업무를 수행한 것은 불규칙적으로 단시간 동안 타 업무를 수행한 경우가 아니라 다른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비록 그 시간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단시간이라 하더라도 이는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의 적용제외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A에게 2019. 12. 31.까지의 주휴수당 등 합계 23,032,880원을 지급하였고, A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 C, B에게 A에게 지급한 위 금원을 산정할 때 적용한 것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C에게는 11,619,900원을, B에게는 23,002,560원을 각각 지급하였는바, 이는 원고 스스로도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감시적 업무 외의 다른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였음을 인지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위 F이 월권행위를 통해 자신의 업무를 임의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떠넘긴 것이므로 원고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감시적 업무만을 수행할 것임을 전제로 이 사건 승인처분을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E 운행일지 작성 등 업무를 계속 담당하였던 이상 감시적 업무 외의 다른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였다는 이 사건 처분사유는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인 원고에게는 이 사건 승인처분을 받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형태에 관하여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설령 F의 개인적인 부당한 지시로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감시적 업무 외의 다른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원고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처분의 소급효가 위법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관련 법리
행정행위의 취소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행정행위를 그 행정행위의 성립 당시에 존재하였던 하자를 이유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키는 별도의 행정처분으로(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6422 판결 등 참조),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그 소급효에 의하여 처음부터 그 처분이 없었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누3401 판결 등 참조).
판단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2017. 1. 1.부터의 미지급 수당 등을 지급한 사실, F은 이 사건 근로자들과 같은 경비원들에게 2016년도부터 E 운행일지 작성, E 연료 충전전표 정리 업무를 하도록 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적어도 이 사건 승인처분이 있었던 2018. 7. 30. 이전인 2017. 1. 1.부터 이 사건 승인처분 이후까지 본래의 감시적 업무 이외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왔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 근로자들을 감시적 근로자로 보아 근로시간 등의 적용제외 승인을 하였던 하자는 이 사건 승인처분 당시부터 존재하였던 것이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하자를 시정하기 위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의 효과는 이 사건 승인처분 당시로 소급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원고는,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68조 제6항 각호의 규정 중 제1호인 ’사용자가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승인기준을 위반한 경우‘는 승인 처분 이후 사후적으로 발생한 승인기준 위반행위를 규정한 것이므로 승인 취소의 효과는 장래에만 발생하고, 제2호인 ’사용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받은 경우‘는 승인 처분 이전 이미 존재했던 사유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인데,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위 제1호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이 사건 승인처분 당시로까지 소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승인처분에는 처분 당시부터 하자가 있었고, 피고는 위와 같은 하자를 바로 잡기 위하여 이 사건 승인처분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주장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시정지시를 한 때로부터 약 1년 7개월이 경과한 후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제재처분이 장기간 지연되었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처분과 같은 행정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관하여
앞서 본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 즉, 이 사건 승인처분으로 인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제한 규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연장·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는바,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가 큰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침해받는 이익은 미지급 수당의 지급에 관한 금전적인 것에 불과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헌행(재판장) 장태관 박서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