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1. 7. 12. 공군에 입대하여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기지방호전대 B대대에서 근무를 하다가 2023. 4. 11.경 전역한 자이다.
피고는 2023. 3. 3.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비행건명 및 비행사실에 근거하여 강등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공군검찰단 제1보통검찰부는 2022. 9. 1. 원고를 제1비행사실에 대하여는 군인등 강제추행죄로, 제3비행사실에 대하여는 위력행사가혹행위죄로 기소하였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제1지역군사법원은 2023. 1. 10. '제3비행사실로 인해 피해자가 불쾌하였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제3비행사실이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위력행사가혹행위죄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군인등강제추행죄에 대하여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제1비행사실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여진 유형력의 행사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성적수치심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에 대하여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다(2022고130).
원고와 검사는 위 1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원고는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로 제1비행사실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거나, 해당 행위가 추행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항소심은 원심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다만 항소심은 2023. 7. 18. 제1심법원이 유죄의 선고를 하면서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1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고에 대하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23노205), 위 항소심 판결은 2023. 7. 26.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2023. 3. 30. 공군공중전투사령부 항고심사위원장에게 항고를 제기하였으나, 2023. 10. 10. 항고가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 6,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징계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징계사유와 관련된 피해자나 관련자들의 진술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제1 비행사실은 원고가 피해자의 손에 신체적 접촉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추행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2 내지 5 비행사실의 경우,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흔하게 할 수 있는 성적 장난이나 농담에 해당하고, 특히 제2비행사실의 경우 피해자가 소속 부대에 새로 전입을 온 상황에서 바로 윗선임인 원고가 '모르는 것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일 뿐이다. 제1비행사실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제2 내지 5 비행사실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설령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강등은 병에 대한 징계처분 중 가장 중한 처분인데 이 사건 각 비행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원고는 2022. 3. 12. 상 등병으로 진급하였고,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는 2022. 9. 12. 병장으로 진급하였어야 하는데 제1, 3비행사실로 기소되는 바람에 상등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하지 못했고,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상등병에서 일병으로 강등되어 결국 하나의 사건을 이유로 두 계급이나 강등을 당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원고의 비위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제1비행사실에 관한 판단
행정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두39611 판결 등 참조).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 판결에서 제1 비행사실과 같은 원고의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의 점이 인정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원고는 '제1비행사실과 같은 원고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한 장난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해자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를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제2 내지 5 비행행위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서(갑 제9호증의 1)를 제출하면서 제2비행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위 검사 결과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제2비행사실의 경우 피해자가 소속 부대에 처음으로 전입을 온 날 발생한 것으로 원고는 피해자와 전혀 친분관계가 없었는데, "상남자 A이다. 왕자지라고 불러달라."고 성기를 지칭하면서 한 위와 같은 표현을 '모르는 것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라'는 취지의 발언이라고는 해석할 수 없는 점, ③ 원고와 피해자는 같은 부대 선임과 후임의 관계였을 뿐 성적인 농담이나 장난을 허용할만큼의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는 원고의 후임이었던 관계로 원고가 성적인 발언을 해도 이에 대하여 쉽사리항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한 발언 내용은 "꼬추를 따먹어버린다"거나 "섹스" 혹은 "여자한테 '나랑 섹스하자'라고 성드립치면 여자가 싫어하는 척 하면서 좋아한다."는 것으로 내용 그 자체로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발언에 해당하고, 원고는 위와 같은 발언을 할 때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행위를 하거나 귓속말로 해당 발언을 한 점, ⑤ 피해자는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불쾌함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2 내지 5 비행사실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실제로 그로 인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므로 성희롱에 충분히 해당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 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1669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주장의 사정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여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수 없다.
구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2023. 6. 16. 국방부령 제11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나목 [별표 2] 8호 가목(성희롱, 성폭력)은 성희롱, 성폭력에 관하여 비행의 정도가 중한 경우에는 '강등~군기교육', 비행의 정도가 가벼운 경우에는 '감봉~휴가단축'을 징계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해자에 대한 군인등강제추행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았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소속 부대에 처음 전입을 온 첫 날부터 약 3개월 가량 수차례 피해자를 성희롱하였는바, 위와 같은 비행행위의 기간, 횟수, 행위 태양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비행의 정도가 중함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징계처분은 관계 규정에서 정한 징계양정기준에 부합하고, 이러한 징계양정기준이 그 자체로 합리성이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국가방위와 국민의 보호를 사명으로 하고, 영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다수가 모여 업무를 수행하며,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성추행을 비롯한 성적문란행위는 군 구성원이 원활하게 업무수행을 할 수 있는 복무여건을 현저히 저해하는 것이어서 엄히 징계할 필요가 있다. 설령 각각의 징계대상사실이 그리 중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임병인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후임병인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또한 원고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정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관련 형사사건에서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아니한 사정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기준을 벗어났다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병 인사관리훈령 제22조는 '병의 진급은 「군인사법 시행규칙」제32조에서 정한 계급별 진급 최저 복무기간을 복무한 병 중에서 선발하며 진급일은 매월 1일부로 발령한다. 다만, 진급 최저복무기간을 복무하였으나 전역일 임박, 인사운영상 필요 등으로 각 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진급일을 다르게 발령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제1항)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의 경우에는 진급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정하고 있는바(제3항 제1호), 원고가 상등병에서 병장으로의 진급에서 제외된 것은 위와 같은 병 인사관리훈령 규정에 따른 것일 뿐이다. 이것이 이 사건 징계사유에 대하여 내려지는 징계처분과 중복적인 제재로서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징계처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군 조직의 기강 및 질서 유지, 군 내 성폭력 근절 및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등의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개인적인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이민정 김한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