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11. 21. 선고 2023구합205080 판결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결정의 경위

가.

원고는 일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D 주식회사와 사이에 1년 단위로 배송업무 도급계약(이하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D 주식회사로부터 이 회사가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으로부터 위임받아 운영하는 온라인 물류센터의 화물배송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원고는 위 화물배송업무를 수행할 배송기사를 모집하여 배송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이하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를 ‘이 사건 배송기사’라 한다).

나.

참가인은 전국 마트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산하에 F지회를 두고 있으며, 현재 이 사건 배송기사 중 17명이 가입되어 있다.

다.

참가인 조합은 2023. 3. 17. 및 같은 달 21. 원고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2 제1항에 따라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위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서 정한대로 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도 않았다.

라.

참가인 조합은 2023. 4. 17.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2항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시정 신청을 하였고(G),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위 시행령 제14조의3 제3항에 따라 2023. 4. 25. 참가인 조합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결정’이라 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초심결정에 불복하여 2023. 6. 1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6. 26.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요구는 정당하고, 원고는 참가인 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호증, 을가 제1 내지 3, 5호증, 을나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 주장의 요지

①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외에 다른 업체들과 배송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업무를 할 수 있고, 실제로 대다수의 이 사건 배송기사가 겸업을 하고 있는 점, ② 원고가 배송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배송기사의 요청에 따라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은 점, ③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외에도 다른 경로를 통해 운송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④ 이 사건 배송기사는 겸업이 가능하여 원고에게 전속적이지 않고, 배송기사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어 근로관계가 지속적이지도 않은 점, ⑤ 원고가 배송기사 업무를 지휘·감독하지 않고, 배송정보는 E의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배송기사에게 전송되며, 배송기사는 배송업무를 완료하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는 점, ⑥ 배송기사가 상품운송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는 없는 점, ⑦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는 대등한 계약관계에 있어 근로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이 사건 재심결정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제2조 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한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그 목적과 규율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⑦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와 을나 제5,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따라 사용자인 원고에게 참가인 조합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본 이 사건 재심결정은 적법하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 사이에 체결한 운송계약(갑 제3호증, 을나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에 따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기본운행일수인 월 26일 근무 시 기본운송비로 월 3,120,000원을 받고, 위 기본운행일수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경우 일당 120,000원을 가감하며, 기타 인센티브와 제수당을 지급받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또 이 사건 배송기사는 매일 4시간(1일 1회전의 경우)의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그 전후로 배송준비 등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본운행일수를 제외하면 월 4회의 휴무일이 남을 뿐이어서, 설령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 외에 다른 배송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겸업을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업무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의 소득은 주로 원고로부터 받는 운송비 등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측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정형화된 양식의 운송계약서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서에는 기본운송비를 비롯하여 운송계약의 주요내용이 모두 정해져 있고, 이 사건 배송기사는 위 계약서의 개별 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다만 운송계약의 체결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일방적으로 원고에 의해 그 내용이 결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휴일이나 배송구역 등의 경우 배송기사와의 협의 하에 정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계약에서 배송기사에게 일정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위 계약의 내용을 실현하는 것에 불과해 보이고, 나아가 배송기사가 운송계약의 내용 자체를 변경·결정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원고와 D 주식회사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내용, 원고의 사업구조 및 인력수급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화물(상품) 배송이라는 노무는 원고의 사업수행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또, 온라인쇼핑 업체 및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현재의 유통구조를 고려할 때,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와 같은 운송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개별적으로 온라인쇼핑 업체 등과 배송계약을 체결하거나 상품 배송을 취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물류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다.

한편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 외에 다른 운송업체와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 경유하여야 하는 운송업체를 변경하는 것에 불과하고, 배송기사가 독자적인 능력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은 다르지 않다. 또, 현재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다른 운송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거나, 일부 겸업이 가능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종속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4)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도록 하고 있으나, 한편 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재계약 포기 또는 해지 통보가 없을 경우 자동연장 된다고 정하고 있는 점(제11조), 근속기간 증가에 따라 운행유지수당을 차등지급함으로써 운송계약을 장기화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점(제10조), 상당수의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1년 이상의 장기로 원고와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의 법률관계는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이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D 주식회사는 1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므로 이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계약도 해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는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 사이의 법률관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불과해 보이고, 원고가 실제로는 D 주식회사와 도급계약을 계속 갱신함에 따라 이 사건 계약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가능성만을 이유로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 간 법률관계의 지속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또, 이 사건 배송기사가 운행하는 차량의 도색은 E에서 지정하는 시안으로 하여야 하고, 원고가 지정한 안전운행 스티커 등을 제외한 어떠한 부착물도 차량에 부착하여서는 안 되며(이 사건 계약 제5조), 유니폼도 E의 것만 구입·착용하여야 한다(제7조).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에게 상당한 정도로 전속된 상태에서 배송업무를 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설령 일부 겸업을 하더라도 그 업무 범위나 내용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5)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운송 업무에 대한 원고의 지시사항이나 요구사항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제8조). 또,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차량의 외관을 E의 전용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제1조, 제5조), 배송기사의 복장·용모, 고객응대 태도, 배송차량 관리상태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준수 여부를 확인하며(제9조), 배송기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 배송기사는 어떠한 이의제기도 할 수 없다(제15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 사이에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배송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원고가 아니라 E의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배송기사에게 직접 전송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고와는 지휘·감독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들에게 여러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배송업무 자체에 대하여도 단체대화방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나 제8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6)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이 사건 배송기사의 수입은 기본운송비, 인센티브, 초과운송비, 제수당 및 운행유지수당 등으로 구성된다(제10조). 그중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본배송비인데, 이 금액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배송기사가 하루에 4시간 이상 노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야 얻을 수 있다. 또 인센티브는 배송건수에 따라 차 등으로 지급하는 것과 달리, 기본배송비는 기본운행일수(26일)를 근무할 경우 배송건수와 관계없이 정액이 지급되므로, 업무량에 구애받지 않는 고정급 내지 기본급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운행유지수당은 노무 제공기간(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액수가 결정되므로 노무의 제공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점, 인센티브 및 초과운송비도 초과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로부터 얻는 수입은 그 전부가 노무 제공의 대가라고 봄이 타당하다.

7)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송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배송수수료의 산정기준을 비롯한 전반적인 계약조건이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있고,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업무내용은 배송기사별로 거의 다르지 않다. 또한, 이 사건 배송기사들이 경제적으로 원고에게 종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원고의 지휘·감독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 당할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하면, 이 사건 배송기사가 배송계약의 내용이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원고와 교섭할 충분한 능력이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배송기사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배송계약의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5.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선오(재판장) 김성하 박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