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2. 19. 선고 2023구합20773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진주시 B에서 C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의사이다.

나.

원고에 대한 수사 및 기소유예

1)

원고는 아래와 같은 피의사실로 수사를 받았다.

2)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검사는 2022. 11. 29.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해 기소유예의 불기소 결정을 하였다(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2022년 형제7188호).

다.

이 사건 처분 및 행정심판

1)

피고는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절차를 거쳐 2023. 3. 15.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사유(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 이하 ‘이 사건 처분사유’라 한다)로, 구 의료법(2023. 5.

19.

법률 제194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66조 제1항 제3호,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 행정처분기준 1. 공통기준 라. 1)항 및 2. 개별기준

가.

15)항에 따라 15일(2023. 8. 14.부터 2023. 8. 28.까지)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원고는 2023. 5. 30.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3. 11. 7.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내지 10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처분사유의 부존재

고의나 의도적으로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만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할 수 있는데, 원고는 이 사건 환자의 최초 진료 당시 진료기록부에 상병명을 전산으로 입력하면서 손목 부위 화상으로 잘못 클릭하여 사실과 다른 상병명이 기재되었고, 이후 이 사건 환자의 같은 증상을 진료하면서 다시 상병명을 입력한 것이 아니어서 계속하여 잘못된 상병명이 입력된 결과가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인바, 원고의 실수에 기인하여 진료기록부를 잘못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사유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상병명을 착오 기재하였을 뿐 진료내용과 처방내용은 사실대로 기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환자 치료에 진료기록을 이용해도 지장이 없었고, 다른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진료정보를 이용하여 진료하는 데 지장이 없었으며, 의료행위 종료 이후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함에 장애도 없었는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없거나 미미하다. 반면에 ① 원고는 건물을 신축하여 이 사건 의원을 개원하면서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가 취하하기도 하였고,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한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의원에 임직원 6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이 집행되면 매출감소로 위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 있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 의료기기 리스료 등의 납부가 어려워져 이 사건의 의원의 경영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것인 점, ③ 이 사건 의원이 위치한 장소에 비추어 대진의가 있을 수 없는 점, ④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 행정처분기준은 행정청 내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위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하여 곧바로 적법한 처분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은 막대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처분사유의 인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내지 6,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19. 5. 24.경부터 2020. 9. 7.경까지 15차례에 걸쳐 진료기록부에 진료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처분사유는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원고는 환자 D에 대한 진료기록부에 상병명을 ① ‘손목 및 손의 2도 화상, 상세불명의 부위’(별지1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4), ② ‘손목 및 손을 제외한 어깨와 팔의 2도 화상’(별지1 범죄일람표 연번 5 내지 14)으로 기재하였으나, 실제로는 환자 D은 ‘몸통(복부)화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또한 원고는 환자 D에 대한 진료기록부에 상병명을 ③ ‘다시 피부질환으로 내원(발+얼굴+몸) - 자극을 받아서 피부 전체적으로 발진되어 있음’(별지1 범죄일람표 연번 15)으로 기재하였으나, 실제로는 환자 D은 당시 ‘발’에 대한 진료를 받은 바 없다.

나)

원고는 위와 같이 진료기록부가 환자 D이 실제 진료·치료받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실수 내지 착오로 그렇게 작성된 것일 뿐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고(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등 참조), 법령의 부지나 착오 등은 그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두10780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하면, 달리 원고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구체적인 정당한 사유에 대한 주장이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나아가 원고는 환자 D에 대한 최초 진료 당시 진료기록부에 상병명을 전산으로 입력하면서 잘못 클릭하여 사실과 다른 상병명이 입력되었고, 이후 환자 D의 같은 증상을 진료하면서 다시 상병명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어서 계속하여 잘못된 상병명이 입력된 결과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처음 잘못 기재된 상병명이 15차례 내내 그대로 유지된 것도 아닌 점, 오히려 원고는 ‘몸통(복부)화상’에 대해서 처음에는 4차례에 걸쳐 ‘손목 및 손의 2도 화상, 상세불명의 부위’로, 이후에는 다시 10차례에 걸쳐 ‘손목 및 손을 제외한 어깨와 팔의 2도 화상’으로 기재한 점, 또한 원고는 발 부위를 진료한 것이 아님에도 진료기록부에 발을 진료한 것으로 기재하고 주상병명을 발백선으로 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진료기록부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만약 최초에 실수로 상병명을 잘못 입력하였다고 하더라도 도중에 이를 사실에 부합하게 수정할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두어 진료기록부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되는 것을 용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기속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와는 달리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당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하며(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두61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하여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진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1579 판결 등 참조).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의사에게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를 이후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의료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65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살피건대, 진료행위 및 관련 기록의 정확한 작성과 관련하여 의사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할 것인바, 원고가 환자의 상병명에 관하여 진료기록부에 거짓 기재하여 진료기록부 작성 취지가 훼손되었다면 설령 그와 같은 행위에 부정한 목적이 없더라도 그 위법성을 가볍게 볼 것은 아니다.

(2)

의료법 제68조의 위임에 따라 같은 법 제66조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 행정처분기준 중 ‘2. 개별기준의 가. 15)’는 ‘법 제22조를 위반하여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고, ‘1. 공통기준의 라. 1)’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은 경우’ 자격정지 처분은 ‘해당 처분기준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감경하되, 최대 3개월까지만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는 이와 같은 처분기준을 준수하여 최소한의 범위에서 원고에게 15일의 자격정지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이 확인되고,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며, 처분기준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이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3)

원고는 기존의 병원 운영의 재정상 어려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발생할 추가적인 재정상 어려움 등을 주장하기도 하나,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한 바 없고, 설령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 주장과 같은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의 업무는 일반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법 규정은 더욱 철저히 준수되어야 하고 의료인의 준법의식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 요구되며,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의 사회적 임무나 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즉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될 원고의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양규(재판장) 권종현 송현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