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7. 5.부터 2025. 2.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의 항소와 원고의 나머지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 50%씩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 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광산피해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광물자원산업을 육성ㆍ지원함으로써 광산지역의 경제활성화와 광물자원의 안정적 수급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이다.
소외 B(이하 ‘소외인’이라 한다)은 2011. 4. 1. 피고 공단에 입사하였는데, 2022. 2. 16.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준강제추행 범죄로 면직되었다.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 및 탄원서 제출
소외인은 2020. 9. 24. 대전지방법원에서 아래와 같은 준강제추행의 범죄사실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대전지방법원 2020고단1412). 이에 대하여 소외인과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1. 11. 10.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고(대전지방법원 2020노3186), 이에 대하여 소외인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2. 2. 10. 상고를 기각하여, 그 무렵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이하 위 사건을 ‘준강제추행 범죄’라 한다).
소외인은 피고에서 근무하던 자신의 직장 동료 128명의 탄원서를 받아, 2020. 7. 21.부터 23.경까지 이를 소외인에 대한 준강제추행 범죄의 제1심을 담당하던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 위 탄원서에는 ‘소외인은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며, 이 사건은 원고의 오해로 비롯된 것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 발생 직후 피고가 취한 조치
원고는 2019. 11. 1. 피고의 고충전담창구에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강제추행행위에 대한 징계, 원고의 유급휴가, 가해자인 소외인과의 분리조치 및 회사 내 2차 가해방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고충조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의 고충상담원은 같은 달 8.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는 2019. 11. 11. 원고에게 특별휴가 7일을 부여하였고, 같은 달 21. 소외인에게 ‘별도 발령 시’까지 피고의 C지사 사업관리부에서 파견근무할 것을 명하였다. 소외인은 2020. 4. 8. 위 준강제추행의 범죄로 공소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는 같은 달 29. 소외인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하였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 시정지시 이후 피고의 조치
원고는 2020. 5. 25.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피고의 대표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위 고용노동청은 같은 해 6. 22. 피고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 제5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은 피고에게 ① 가해자인 소외인을 징계처분하고, ② 유사 피해의 방지를 위한 재발 방지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한 뒤 결과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였다.
피고는 위 지시에 따라 아래 각 항과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 이에 따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장은 2020. 7. 31. 피고에게 위 진정사건에서 확인된 법 위반 사항이 시정되었으므로,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회신하였다.
피고는 ‘인재개발실-1954’(20. 6. 15.)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 성희롱 방지(예방) 및 대책 알림’ 문서를 내부에서 기안·시행하였다. 위 문서에는 ① 2018. 6. 12. 개정된 피고의 「성희롱·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과, ② 피고의 2020년도 성희롱 방지(예방) 실적 및 대책이 첨부되어 있다.
피고는 2020. 7. 17. 제1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와 소외인의 의견을 청취하였고, 같은 달 20. 원고와 면담하면서 제1차 인사위원회의 논의사항을 전달하였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같은 달 27. 제2차 인사위원회를 거쳐 소외인에 대한 정직 6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원고는 위 각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피고 직원들 사이에서 탄원서가 작성되고 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와의 면담에서도 같은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피고는 ‘인재개발실-2415’(20. 7. 20.) 「성희롱·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 개정 및 성희롱 방지(예방) 실적 및 대책 알림‘ 문서를 내부에서 기안·시행하였다. 위 문서에는 ① 2020. 7. 20. 개정된 피고의 「성희롱·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과, ② 피고의 2020년도 성희롱 방지(예방) 실적 및 대책이 첨부되어 있다.
원고의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진정 제기 및 처리 결과
원고는 2020. 10. 12.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가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따돌림을 가하여 불이익조치를 하였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피고를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 혐의로 조사하였다. 위 고용노동청은 2021. 1. 7. 피고에게 ‘피고가 원고의 직장 내 성추행 발생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행정종결(법 위반 없음) 처리하였다’는 사실을 통보하였다.
소외인에 대한 유죄판결 이후 피고가 취한 조치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
소외인에 대한 준강제추행 범죄의 유죄 판결은 2022. 2. 10. 확정되었고, 소외인은 2022. 2. 16. 피고에서 면직 처리되었다.
원고는 아래와 같은 사실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 12. 27. 원고의 진정사실 중 다항 진정사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① 피고 사장에게는 G을 징계하고 직장 내 성희롱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전 소속 직원에 대해 인권교육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할 것을, ② G, H, I, J에게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각 권고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사건번호 K, 원고의 나머지 진정은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22. 3. 31. G에게 견책처분을 하였다.
원고의 소외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원고는 2022. 1. 17. 소외인을 상대로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에 따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4,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대전지방법원은 2023. 2. 2. 소외인에게 위자료로 3,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2가단101646). 이에 대하여 소외인이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24. 4. 25. 소외인에게 위자료로 2,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으며(대전지방법원 2023나204291), 위 판결은 쌍방이 상고하지 않아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4, 11호증, 을 제1 내지 6, 10 내지 14, 18,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소외인은 업무상 출장 중 원고에게 준강제추행 범죄를 저질렀는바, 피고는 소외인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소외인에 대한 준강제추행 범죄 재판 과정에서 피고 직원들은 집단적으로 탄원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그 과정에서 이를 방치하였는바, 피고는 불법행위자 내지 피고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C지사 사업관리부 차장이었던 G과 피고의 고충상담원이었던 H, I, J은 피고 직원들의 집단적인 탄원서 작성 과정에서 자신들이 준강제추행 범죄 조사과정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였는바, 피고는 위 사람들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는 준강제추행 범죄 전, 후 피고에서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였고 원고가 소속된 부서도 위 범죄 전, 후 내부실적평가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위 범죄 발생 이후 원고에게 낮은 인사고과를 부여하였는바, 피고는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 단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로 인한 피고의 사용자책임
관련 법리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성희롱 등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등 참조).
민법 제756조 제1항 및 제2항의 책임에 있어서 사용자나 그에 갈음하여 사무를 감독하는 자는 그 피용자의 선임과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으나, 이러한 사정은 사용자 등이 주장 및 입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53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소외인이 원고와 함께 업무상 출장을 가던 중, 원고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원고를 추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소외인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와 을 제15,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가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을 매년 실시하여야 하고(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 제1항), 교육 내용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같은 조 제3항). 또한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 및 고충 처리에 필요한 사항, 직장 내 성희롱 조사절차,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 보호절차,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 징계 절차 및 징계 수준 등이 포함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지침을 마련하고, 사업장 내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야 한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의2).
그런데 피고는 2018년부터 2019. 10.까지 피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총 8회의 예방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그 중 일부(피고의 2018. 5. 31.자 교육, 2019. 10. 24.자 교육 등)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2018. 6. 12. 피고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을 제정하였고, 위 지침에는 ① 고충전담창구와 고충처리 업무 지원 절차, ② 직장 내 성희롱 조사 절차 및 피해자 보호 조치, ③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의 징계 절차(피고의 인사규정 제21조에 따른다)가 규정되어 있으며, 위 지침은 피고의 내부 공문으로 피고 직원들에게 공유되었다.
나아가 소외인이 원고를 상대로 가한 준강제추행 범죄의 경위, 방법, 그 내용 등을 볼 때, 피고가 기존에 취했던 조치들 이외에 어떠한 교육 내지 주의를 더 기울이는 것만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특히 소외인에게 이 사건 준강제추행 범죄 이전에 유사한 범행의 전력이 있었다거나 준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피고 직원들의 탄원서 작성을 방치한 피고의 불법행위 내지 사용자책임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형사절차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내용에 해당하고(헌법재판소 2021. 8. 31. 선고 2019헌마516 결정 참조), 형사재판에 있어서 피고인 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상을 위하여 주위 사람들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위법행위는 아닌 점, ② 당시 소외인은 형사재판에서 고의적인 준강제추행 범죄가 아니었다고 부인하며 다투고 있었던 점, ③ 위 탄원서는 소외인의 친한 직장 동료가 미리 내용을 타이핑한 각 탄원서를 피고 공단의 직원들에게 제시하여 직원들로부터 그 하단에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는 직원들의 탄원서 작성에 관하여 2020. 7. 17. 제1차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었을 당시 원고의 진술을 듣고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이에 피고가 원고 및 소외인에게 탄원서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양자 모두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아 피고로서는 구체적인 탄원서의 내용과 서명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던 점, ⑤ 이렇듯 피고는 피고 직원들 탄원서의 상당 부분이 이미 완성되어 법원에 제출되기 직전에서야 원고를 통해 탄원서의 존재를 파악하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하여 피고가 탄원서 제출을 막을 법적 권한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피고 직원들의 탄원서 작성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위법행위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한편 관련 형사판결문의 기재내용에 의하면, 소외인 측이 제출한 직원들의 탄원서는 소외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소외인이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소외인에게 불리한 양형자료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준강제추행 범죄 바로 다음날인 2019. 11. 1. 피고의 고충전담창구에 고충조사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고충조사를 실시한 다음 원고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하거나 소외인에게 파견근무를 명하는 등의 조치를 실시하면서도 2019. 11. 8. 소외인에 대하여 형사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부 조사를 중지하기로 결정한 사실, ② 소외인은 2020. 4. 8. 준강제추행 범죄로 공소제기되었고, 원고는 재차 2020. 5. 25.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피고의 대표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은 2020. 6. 22. 피고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 직원들이 소외인에 대한 탄원서를 작성하던 2020. 5. 26.부터 같은 해 7. 20. 무렵에 피고로서는 고충조사 절차를 잠시 중단한 채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 및 그 진행 경과에 대해 상당한 관심 내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고, 이에 더하여 ① 원고가 최초 고충조사를 신청할 당시 피고에게 ‘회사 내 2차 가해방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하기도 한 점, ② 소외인의 탄원서에 서명한 직원은 총 128명인데, 이는 피고 직원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인 점, ③ 비록 피고가 피고 직원들의 탄원서 작성행위를 처음 명시적으로 인지한 날이 2020. 7. 17.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는 위 탄원서 작성이 모두 완료된 상황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법원에 제출되지도 않았던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가 피고 직원들의 탄원서 작성을 제지할 권한은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메일이나 내부 통신망 등 여러 방법을 통하여, 당사자 본인들의 진술 이외에는 제3의 객관적 증빙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의 특성상, 소외인과 원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 수 없는 제3자로서는 탄원서 작성에 있어 단순히 직장 동료로서 소외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의견의 범위를 넘어서 소외인과 원고 사이에 다툼이 되고 있는 사실관계에 영향을 주는 사항까지 언급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등 주의를 촉구했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와 같은 의무를 게을리 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방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의무 위반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G, H, I, J의 비밀누설행위로 인한 피고의 사용자책임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하 ‘조사참여자’라 한다)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여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는 G, H, I, J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참여자로서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탄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누설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G, H, I, J이 원고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참여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그 전제를 달리하는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G은 원고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의 조사에서 ‘소외인과 2014년부터 친분이 있었고, 소외인이 C지사로 대기발령 받은 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적 연민을 느껴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작성하였다’라고만 진술하였을 뿐이고, G이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에 관하여 피고 공단에서 직접 조사를 담당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H는 원고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의 조사에서 ‘2019년경 피고의 고충상담원으로 지정되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활동한 횟수는 한 번뿐이며,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에 관한 조사를 담당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I, J 또한 같은 조사에서 ‘고충상담원으로 지정되기는 하였으나, 직접 고충상담원으로 활동한 적은 없고, 소외인의 개인적인 사정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탄원서에 서명하였다’는 취지로만 진술하였다. 피고의 성희롱․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에 의하더라도, 고충조사 신청 시 고충상담원이 신속하게 조사를 실시하고(제10조 제2항) 조사 완료 시 결과를 이사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제12조 제1항) 정하고 있는데, H, I, J은 원고의 고충조사 신청을 조사한 상담원이 아니다. 달리 H, I, J이 소외인의 준강제추행 범죄에 관한 피고 공단의 조사를 담당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피고의 불이익조치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전 예방의무와 사후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도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오히려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가 그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 위 규정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2차적 피해를 염려하지 않고 사업주가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리라고 신뢰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데,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관련 분쟁의 해결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30조),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분쟁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6다202947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가 원고에게 2018년에는 A등급, 2019년에는 B등급, 2020년에는 C등급의 고과점수를 부과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또한 갑 제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2018. 7.부터 2020. 10. 5.경까지 피고의 D지사 사업관리부(광해사업팀)에서 대리로 근무하면서 같은 내용의 업무를 담당한 사실, ② 피고의 D지사는 피고가 실시한 내부경영실적평가에서 2018년에는 91.92점으로 ‘S등급’을, 2019년에는 95.24점으로 ‘S등급’을, 2020년에는 93.39점으로 ‘우수’ 등급을 받은 사실, ③ 원고는 2018년 A등급, 2019년 B등급, 2020년 C등급의 고과점수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준강제추행 범죄가 발생한 2019년부터 원고에 대한 고과점수 등급이 낮아진 것은 준강제추행 범죄의 발생 및 그 이후 원고의 신고 등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먼저 불이익조치의 내용을 특정하면 이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피고 D지사의 부서조직점수(표준화점수)가 낮아지면서 원고의 고과점수가 함께 낮아졌다고 주장할 뿐 위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2019년 피고 D지사의 부서조직점수(표준화점수)는 86.352점으로, 2018년의 그것(86.020점)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D지사의 부서조직점수(표준화점수)로 인하여 원고의 고과점수가 낮아졌다는 피고의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2020년의 경우도 피고 D지사는 5개의 지사 중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 그럼에도 피고 D지사의 부서조직점수(표준화점수)가 낮아 해당 직원들이 모두 하위 등급의 고과점수를 받아야 했다는 것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우며, 이에 관해 원고는 원고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다른 직원들은 오히려 인사고과가 상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준강제추행 범죄 피해를 이유로 원고에 대한 성과평가를 차별하거나, 원고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불이익조치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액의 산정
사실심법원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고, 여기에서의 ‘여러 사정’에는 불법행위 성립 당시의 사정뿐만 아니라 이후 가해자 측의 태도,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와 예방의 필요성 등 불법행위 성립 이후에 발생한 사정들도 포함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640 판결 등 참조).
소외인이 준강제추행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피고에서 면직된 점, 피고의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피고의 불이익조치로 원고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불이익조치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위자료를 6,000,000원으로 정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6,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2. 7. 5.부터 그 중 4,000,000원에 대하여는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3. 6. 22.까지, 이 법원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2,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2. 20.까지는 각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되, 피고의 항소와 원고의 나머지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일수(재판장) 설승원 윤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