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4. 17. 선고 2024가합201707 판결

해고무효확인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정년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3,231,939원 및 이에 대하여 2025.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21.경부터 대전 C에 있는 D대학교에서 청소용역업체인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로서 청소 및 환경미화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21. 2. 1.경부터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체결하였고, 2024. 2. 1.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근로기간을 2024. 2. 1.부터 2025. 1. 31.까지로 정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상 정년은 만 65세로, 기존 단체협약은 '정년이 달한 해의 다음해 1월 말일'로 정하였으나, 2024. 2. 23. 단체협약에 대한 보충협약으로 '정년이 달한 해의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의 말일자'로 변경되었다.

라.

원고는 E일자로 만 65세에 달하였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2024. 2. 29.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다.항과 같이 변경된 보충협약서를 전송하였고, 2024. 3. 4. 원고의 정년이 도래하여 2024. 2. 29.자로 당연퇴직되어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음을 통지(이하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이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2025. 1. 31.까지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함에도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고, 그 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 23,231,939원과 피고 회사의 부당해고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00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

3.

이 사건 소 중 정년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가.

관련 법리

해고무효확인의 소에서는 근로계약관계에 기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소의 적법요건인 이른바 즉시 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 이미 채용기간이 만료되는 등으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해고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고는 피고 회사와의 근로계약 종기가 2025. 1. 31.까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그 주장 자체로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이 사건 변론종결 전인 2025. 1. 31. 당연 종료되어 더 이상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의 지위 회복이 불가능함이 명백하다. 원고가 이미 종료된 근로관계에 따른 원래의 지위나 신분을 회복하기 위하여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확인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회복할 지위나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의 효력은 임금 지급청구의 전제가 되므로, 이하에서 살펴본다).

4.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의 법적 성격

1)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2)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은 근로계약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처리로써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근로계약관계의 자동소멸사유를 정한 취업규칙 등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처럼 원고에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정년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이상, 피고 회사가 원고를 정년퇴직처리하고 이를 원고에게 알린 것이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 D대학교에서 청소 및 환경미화 근로를 제공하여 온 사실, 피고 회사는 2024. 2. 1. 원고와 사이에 2024. 2. 1.부터 2025. 1. 31.까지를 근로기간으로 하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변경된 단체협약에 따라 2024. 3. 4. 원고에게 정년퇴직되어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였다는 취지로 통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상 근로기간은 2025. 1. 31.까지이고, 위 근로계약이 변경된 단체협약보다 우선하여 원고에게 적용되므로,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피고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종료되었고, 이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이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근로계약상 근로기간에 대한 판단

1)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상 정년을 '정년이 달한 주민등록상 생년월의 말일자'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노사 간 합의가 있었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 기타 조건 제2항에서 위와 같은 변경된 정년을 기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상 근로기간은 기재된 근로기간이 아니라 원고의 정년 도달일에 종료되는 것으로 해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2)

이 사건 근로계약서 기타 조건 제2항에서 변경된 단체협약상의 정년일자를 명시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에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근로계약에서 근로기간은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인데,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 회사는 이 기간을 특정하여 명시한 점,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피고 회사에 의하여 근로기간을 포함한 주요 내용이 모두 작성되었고, 원고는 위 계약서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자필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며,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기타 조건 제2항은 피고 회사가 여러 근로자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부동문자로 기재해 둔 것으로 보이는 등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로기간 이내라도 기타 조건 제2항에서 정한 정년이 도래하면 정년퇴직으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다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동의를 얻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③ 피고 회사는 기타 조건 제2항에 따른 원고의 정년퇴직일인 2024. 2. 29.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24. 2. 1. 원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근로기간을 2025. 1. 31.까지로 명시한 점, ④ 피고 회사가 제출한 을 제2호증은 피고 회사 내부에서 정년을 단축시키는 단체협약 변경을 추진하였다는 자료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자료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후 소급적으로 근로계약기간 단축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근로기간은 2024. 2. 1.부터 2025. 1. 31.까지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

변경된 단체협약의 적용여부

1)

피고 회사는 변경된 단체협약에 따라 2024. 2. 29. 원고의 정년이 도달하고,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원인 원고는 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은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한 부분에 한하여 인정되는바, 근로계약기간은 단지 근로계약의 존속기간에 불과할 뿐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근로계약 당사자는 이를 임의로 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6. 8. 29. 선고 95다578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변경된 단체협약에 따른 근로계약기간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아가 근로계약기간이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노동조합법 및 근로기준법의 관련 규정과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단체협약보다 개별 근로계약에서 체결한 조건이 유리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어느 모로 보나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2025. 1. 31.자로 종료됨이 타당하고, 원고에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정년규정이 적용되어 2024. 2. 29.자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

①

노동조합법이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그와 같은 교섭행위로 체결된 단체협약에 규범적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33조의 규정 역시 개별적 차원에서 형해화되기 쉬운 계약자유를 집단적 차원에서 회복하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의 기준보다 유리하여 개별적인 계약자유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국면에서 단체협약에 의하여 이를 부정하는 것은 규범적 효력을 승인한 취지에 반한다.

②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되는 근로계약은 헌법 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속에 내포된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나오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근거하고, 단체협약은 개별 근로자가 지니는 경제적 열세라는 한계를 집단의 힘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실질적 대등관계를 회복하여 노사관계를 자율적으로 조정케 하는 집단적 자치에 근거하는바, 집단적 자치는 실질적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회복하기 위한 보완적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보아야 하고, 그 범위 내에서는 단체협약 자치의 한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③

근로기준법 제97조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어,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의 문언과 상이하기는 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법률 체계에서 위와 같은 문언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정을 단체협약에서 정한 불리한 조건에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유리한 조건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규범력을 부여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문언에서 정한 '위반하는'의 의미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치거나 어긋나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라.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1)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니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2024. 2. 1.부터 2025. 1. 31.까지의 월 급여는 2,130,740원인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일인 2024. 3. 4.부터 2025. 1. 31.까지의 임금 23,231,939원(= 1,924,539<1> + 21,307,400<2>) 및 이에 대하여 근로계약관계의 종료일인 2025. 1. 31.로부터 14일이 도과한 2025.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3>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마.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위법한 가해행위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하며,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불법행위에 있어서 고의·과실에 기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및 그 행위와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2272 판결 등 참조).

2)

원고는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으로 인해 정신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손해배상금으로 100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앞에서 인정한 것처럼 피고 회사는 2024. 2. 23. 근로자의 정년을 단축시키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위와 같이 근로계약 조건보다 불리하게 변경된 단체협약의 적용 여부는 복잡한 법률적 문제로서 피고 회사가 위 변경된 단체협약을 원고에게 적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불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 사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원고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을 하는 등 그 처분이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정년퇴직처분을 한 것이 불법행위에 이른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정년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임금지급 청구는 모두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성실(재판장) 박경환 조수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