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 경위
원고는 2021. 10. 2.부터 '주식회사 B'과 계약을 체결하고 배달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23. 5. 21. 20:10경 (차량번호 1 생략) 이륜차(이하 '이 사건 이륜차'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자신의 거주지로 향하던 중 대전 서구 탄방동 소재 숭어리샘네거리(이하 '이 사건 교차로'라고 한다)에서 정지 신호를 위반하여 보라매삼거리 방향으로 좌회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직진 신호에 따라 갈마지하차도 방향으로 주행하던 택시(이하 '상대방 차량'이라 한다)를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우측 대퇴골 간부 골절, 우측 발목 탈구 및 개방성 골절, 우측 종골 파편 골절, 우측 안와바닥의 골절, 폐쇄성, 머리의 다발성 열린 상처'의 진단을 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4. 8. 9.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신호위반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범죄행위에 해당되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다가 원고의 앞에 있던 이륜차(이하 '선행 이륜차'라고 한다)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좌회전 신호로 변경되었다고 착각하여 출발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교차로에 진입한 선행 이륜차가 있었음에도 전방 주시를 게을리하여 감속하지 아니하거나 과속한 상대방 차량의 과실도 경합하여 발생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는 발생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배달 이륜차 운전자에게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부상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 사건 교통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신호위반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부상을 입은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갑 제1 내지 5, 16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도로교통법위반 행위가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로서 원고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부상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으므로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같은 취지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5조 제1항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비록 법정형이 높지 않지만, 자동차 운전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신호의 준수는 사회구성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상적 규범으로서 중요성이 크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위험과 결과가 중대하므로, 신호위반행위는 비난가능성 및 처벌의 필요성이 작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는 선행 이륜차를 무심코 따라서 진행하였다고 하지만, 스스로 신호를 확인하지 않고 선행 차량을 따라 진행한 행위에는 신호위반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의사, 즉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갑 제16호증 및 대전지방검찰청 검사가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라 제출한 사고영상CD 등을 보면, 상대방 차량은 직진 신호에 따라 편도 5차선 도로 중 4차로를 제한 속도 내에서 정상 주행하고 있었고, 갑자기 신호를 위반하여 전방에 나타난 이 사건 이륜차를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즉,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관련하여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과실은 없다.
이 사건 사고 당시 기상상태는 '맑음' 상태로 원고의 시야 확보에 장애가 생길 여지가 없었고, 사고지점의 도로 구조나 신호체계가 복잡하지도 않다. 따라서 원고가 신호를 준수하지 않은 데 참작할 만한 객관적 사유는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는, 원고가 피로 및 상병 상태에서 선행 이륜차 때문에 신호를 착오하여 사고가 발생한 점, 배달 이륜차의 사고율이 개인용 이륜차의 1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점, 사고발생시각이 이륜차 사고가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인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한다.
갑 제5, 15호증 및 위 사고영상CD 등에 의하면, 원고가 당시 우측 족관절 염좌등으로 치료를 받던 중이었고, 선행 이륜차의 신호 위반에 영향을 받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는 이륜차를 이용하여 배달하는 행위가 주된 업무인바, 그러한 업무 종사자에게는 교통법규 준수와 관련하여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보험정책적인 의미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배달 이륜차의 높은 사고율은 노동환경 개선 및 배달노동자, 사용자, 소비자의 의식 변화 등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고, 이를 이유로 신호위반 등의 범죄행위마저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다고 폭넓게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위와 같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