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금속포장용기, 기계, 장비의 제조 및 판매업, 가스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D은 2012. 8. 1. 'E'이라는 상호로 운수업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물품을 운송하면서 피고로부터 운송비를 지급받았다.
원고는 중개인을 통해 D으로부터 (차량번호 1 생략) 포터Ⅱ 내장탑차를 매수하고, 2016. 7. 18. 'F'라는 상호로 운수업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이후 원고는 피고가 지정한 물품을 피고가 지정한 장소 및 시한에 맞추어 운송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로부터 그 대가를 지급받았다.
원고는 2019. 1. 31. 17:40경 피고의 배차 요구를 받고 피고 사업장에서 물건을 트럭에 상차하던 도중 두통, 어지럼증, 좌측의 마비 증상으로 C병원에 이송되어 진료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척추동맥의 상세불명 폐쇄 또는 협착에 의한 뇌경색증을 진단받았다(이하 '이 사건 상해'라고만 한다).
원고는 2020. 8. 11. 이 사건 상해에 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의 지급을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 사건 상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3,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원고는 피고에서 근로자로 근무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가 과로로 이 사건 상해를 입는 것을 방치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에 따른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에 따라 원고에게 발생한 이 사건 상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운송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다. 설사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상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상해에 피고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판단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계약의 법적 성격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따져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9두3931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47 판결 참조).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 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을 제5, 10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드는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운수업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화물운송사업의 가장 중요한 영업자산인 화물차량을 직접 소유하였으며, 차량의 유지·보수, 통행료 등 운행에 수반되는 대부분의 비용을 직접 부담하였다(을 제5-1호증 제6쪽, 제5-2호증 제12쪽).
원고는 D으로부터 화물차량을 매수하고 자신의 명의로 운수업 사업자등록을 마치면서 피고의 화물을 운송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D이 원고에게 화물차량을 매도하는 과정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즉,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는 원고가 D의 사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운송장소, 운송시한, 운송물 등 원고의 업무 내용은 피고에 의해 결정되었으나(을 제10호증 참조), 원고가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① 오히려 원고가 피고가 발주한 내역에 따라 운송 업무를 마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별도로 제재를 가한 적은 없고(을 제5-1호증 제3쪽, 5-2호증 제12쪽), ② 원고는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도 피고에게 알리지 않고 여러 차례 외과 등을 방문하기도 하였다(제1심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의 2024. 4. 18.자 회신).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운송 업무를 지정하지 않은 날에도 피고 회사에 출근하여 업무 지시를 기다렸다고도 주장하나, 원고가 드는 갑 제15, 16호증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그 밖에 피고 회사의 요청으로 업무 용역이 아닌 다른 일을 수행하기도 했다고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원고에게는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으며, 통상적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4대 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원고가 피고 회사의 운송업무를 전담하였고, 피고 회사의 유니폼을 착용하는 등 원고에게 일반적으로 근로자성을 나타내는 일부 요소들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운송물량을 위탁받아 일정 수준의 운송수익을 보장받는 대신에 독립적인 운송사업자로서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사업 방식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소결론
결국 원고가 피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설승원(재판장) 윤지숙 신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