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원고는 2019. 12. 1., 피고는 2019. 7. 1. C병원에 각 입사한 직장 동료로서 동기관계이다<1>.
원고는 2021. 9.경, 피고가 C병원의 사내 메신저를 이용해 위 병원에서 근무하는 피고의 동기들과 별지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화(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메시지’라고만 한다)를 주고받아 공연히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원고를 모욕하였다는 피의사실로 피고를 고소하였다.
피고의 위 각 피의사실에 관하여 검찰은 2022. 7. 12. 피고의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모욕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였다. 이후 원고는 재정신청을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다(대전고등법원 2023. 11. 17.자 2022초재326 결정).
C병원은 2022. 10. 7. 원고가 이 사건 메시지 파일을 유출한 혐의 등에 관해 원고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정보통신망법위반의 피의사실로 고발하였고, 피고 또한 그 무렵 원고를 같은 취지로 고소하였다. 검찰은 2022. 12. 26. 원고의 위 각 피의사실에 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피고는, ① 원고가 2022. 5. 28. C병원 주요 직위자들에게 ‘피고가 원고를 괴롭히고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쪽지를 전송한 행위와, ② 원고가 이 사건 메시지 파일을 취득한 후 USB를 이용해 반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2. 10. 6. 원고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대전지방법원 2023. 6. 14. 선고 2022가단139016 판결), 위 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7, 9호증, 을 제1,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직장 동기들에게 원고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 담긴 이 사건 메시지를 발송하여 공연히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원고를 모욕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원고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명예훼손에서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9호증, 을 제3,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주장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메시지는 피고와 C병원 직장 동기들이 사내 메신저로 주고받은 대화로, 그 내용은 주로 원고의 직장 내에서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나 원고와 피고의 2020. 9.경 인사이동에 대한 피고의 불만 등에 관한 것인 점, ② 피고와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2>, 대화의 경위나 내용, 대화가 이루어진 방법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대화상대방 사이에는 상당히 높은 정도로 비밀의 보장이 기대되고, 실제 이 사건 메시지는 원고가 피고의 업무를 인계받는 과정에서 발견하여 알게 된 점, ③ 원고와 피고는 입사 동기이고 원고와 피고의 나이, 원고와 피고가 직장 내에서 담당했던 직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보다 직장 내의 지위나 관계에서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메시지를 발신한 행위에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원고보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가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낸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설승원(재판장) 윤지숙 신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