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6. 1. 15. 선고 2024노3844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가.

피고인들이 당진시 D에 있는 A당진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대한 특별감독 과정에서 '안전작업표준서' 관련 주장을 하지 않은 점, 특별감독을 담당하였던 근로감독관들도 '안전작업표준서'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범행 당시 '안전작업표준서'가 이 사건 사업장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나.

설령 '안전작업표준서'가 이 사건 사업장에 비치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안전작업표준서'에는 중량물 취급 작업 관련 사항이 통합적, 개괄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작업계획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원심의 판단

원심법원은, 기록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B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중량물 취급 작업시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및 별표 제4호 제1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추락위험, 낙하위험, 전도위험, 협착위험, 붕괴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에 관한 규정으로서,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의 상태 등을 사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며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 작성되어 있던 '안전작업표준서'에는 '작업장의 상태 확인', '대차 재원'에 관한 내용이 있고, 작업 절차에 관하여 '1. 코어취출, 2. 품질검사(제품외관검사), 3. 이동대차 적재, 4. 대차이동'의 순서로 나누어 기재하고 있으며, '작업 전 확인 사항'으로는 '안전보호구 착용, 대차 바퀴상태와 스토퍼 확인'이, '이동대차 적재' 단계에서는 '1단과 5단 적재금지, 적정적재량 60~70% 수준, 여유 있는 적재로낙하 방지'가 주의사항으로, '대차이동' 단계에서는 '2인 1조 이동, 지게차, 근무자 부딪힘 주의'가 주의사항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밖에 대차이동 동선에 관한 간략한 도면과 코어 적재와 운반 작업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는 사실, 이 사건 작업은 생산된 코어를 이동대차에 싣고 20m 정도를 이동하여 미니항습룸(습기 제거, 보관하는 장소)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코어의 개당 무게는 종류에 따라 대략 0.85kg에서 7.13kg까지 사이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위 '안전작업표준서'에는 중량물의 취급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작성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작업계획서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인다. 검사는 위 '안전작업표준서'에는 중량물 취급 작업 관련 사항이 통합적, 개괄적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개별 중량물의 제원과 작업 과정, 작업계획도, 예상가능한 위험 및 예방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작업계획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작업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상시 이루어지는 작업이어서 위 '안전작업표준서'는 일반적인 대차이동 작업에 관한 사항을 일반적, 포괄적으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작업에 관한 내용을 특정하여 기재한 것이고, 그래서 사진이나 이동 동선도 나타나 있는 점, 이 사건 이후 새로 작성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에는 추락위험, 낙하위험, 전도위험, 협착위험, 붕괴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으로 '안전통로 확보, 통로구간 운행 준수, 운행구간을 지정하고 해당 운행 구간에 표지판 부착, 시야 확보, 2인 1조 작업, 화물 과다 적재 금지, 불안전한 화물 적재 금지, 물건 적재 상태 확인, 대차 정차 시 바퀴안전장치(스토퍼) 사용, 마모가 심한 대차바퀴 교체'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이 기존의 '안전작업표준서'의 기재 내용과 비교하여 더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2)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3)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 ·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산업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 · 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 · 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빈도, 안전 · 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기록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까지 더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 당시 '안전작업표준서'가 이 사건 사업장에 비치되어있었는지 여부

가)

피고인들에 대한 특별감독을 담당하였던 근로감독관 F은 수사단계에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안전작업표준서가 현장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본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나, 당심의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담당자 근로감독관 F)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F은 '감독점검 당시 현장에 안전작업표준서가 비치되어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는 종래와 다른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나)

당심의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담당자 근로감독관 J)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J는 '중량물 취급 작업자가 작업계획서가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현장에서 작업계획서를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나, 이는 앞서 본 당심의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담당자 근로감독관 F)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다.

다)

위와 같이 근로감독관 F의 답변이 변경된 점, '안전작업표준서' 비치 여부에 대하여 근로감독관들 사이의 답변이 서로 상이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F의 수사단계에서의 진술, 사실조회 결과 중 J의 일부 답변은 그대로믿기 어렵다.

라)

한편, 근로감독관이 특별감독 기간인 2023. 8. 16.부터 같은 달 18.까지 이 사건 사업장을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안전작업표준서'가 부착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사업장의 2022. 7. 1.자 '작업표준 · 절차서'에 '안전작업표준서'가 포함되어 있는 점, '안전작업표준서'의 '변경 이력'란에 각 개정일로 2021. 1. 7., 2022. 7.1.이 기재되어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2021. 1. 7.경 이전부터 위 '안전작업표준서'가 작성되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 당시 '안전작업표준서'는 이 사건 사업장에 비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안전작업표준서'가 작업계획서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중량물 취급 작업은, 약 0.83kg 내지 7kg 상당의 코어를 2개의 이동대차를 이용하여 미니항습룸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으로, 그 이동거리는 각 17m, 20m 가량이다. 위와 같은 작업의 내용과 방식, 취급 중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작업은 비교적 단순하여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공정에 해당하지 않고, 이동대차 사용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예상 가능한 제품낙하나 이동대차 간의 충돌 위험 등의 일반적인 위험 이외에 위 작업에만 내재하는 특수한 위험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작업에 관한 주의사항 역시 이동대차 사용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안전 수칙을 중심으로 다소 개괄적이고 포괄적으로 기재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나)

'안전작업표준서'가 산업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의 작업계획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당심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F은,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지휘자의 배치등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작업 조건에 맞춘 실질적 위험요인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아 작업계획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다)

그러나 '안전작업표준서'의 '작업라인 안전목표'란에 '4. 이동대차 안전확보 1) 대차간 부딪힘, 2) 지게차 근무자 충돌, 3) 협착, 낙하 주의'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 이 사건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작업절차'란에는 '코어취출', '품질검사(제품외관검사)', '이동대차 적재', '대차이동'의 순서로 기재되어 있고, 각 절차에서 요구되는 주의사항이 '작업내용과 주의사항'란에 기재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안전작업표준서'의 내용과 F이 2023. 9. 11. 시정이 완료되었다고 보고한 2023. 8. 24.자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의 내용을 비교해 보더라도, 2023. 8. 24.자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가 '안전작업표준서'에 비하여 더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라)

검사는, '안전작업표준서'가 2023. 8. 24.자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와 달리 중량물 대차 제원 중 일부만 기재되어 있거나 사업장의 상세한 도면 등의 내용이 누락되어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 규칙에서 정한 작업계획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이 이 사건 사업장의 사고 예방이나 안전 확보를 위하여 필수적인 내용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실제로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하여 최근 5년간 지도감독 및 신고사건 조치내역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안전작업표준서'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작업계획서의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결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홍은아(재판장) 이현정 박은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