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방산업체인 피해자 B(주)[변경후 C(주)] 소속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다가, 2019. 3. 말경부터 약 2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회사에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한편, ㈜D은 2018. 3.경 피고인의 E대 지도교수인 F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회사로, 피고인 역시 500만원을 출자하고 처 명의로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9. 12.경 종전에 사내에서 직접 생산해오던 위성신호분배기 생산방식을 외주업체를 통한 사내하청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되, 위 ㈜D을 외주업체로 선정하여, 그때부터 2020. 3.경까지 ㈜D 인력을 사내로 파견받아 G 위성신호분배기를 생산하도록 하고, 2020. 3.경부터 2020. 5.경까지 같은 방식으로 H 위성신호분배기를 생산하도록 하였다.
이어, 피고인은 2020. 5.경 대전 유성구 I에 있는 피해자 회사 사무실에서, 경영지원 본부 원가팀 담당자인 J 과장에게 ㈜D에 지급할 용역대금을 산정하도록 한 후, 이에 J가 용역대금을 13,127,290원(이하 부가세 제외 금액)으로 산정하여 보고하자, 이를 4천만 원 이상으로 증액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결국 2020. 6. 5. ㈜D에 용역대금 명목으로 41,052,900원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자신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용역대금을 과다지급하도록 함으로써, ㈜D으로 하여금 용역대금 차액 27,925,61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업무상배임행위를 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B 주식회사(이하 ‘B’라 한다)의 대주주였던 K, 이사였던 F은 친인척관계이고,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였던 L은 F의 동생이었던바, B의 임직원들은 위와 같은 관계를 알고 있었다.
D은 B로부터 소프트웨어개발 용역을 받아 거래하던 중 2019. 9. 5.경 B와 사이에 내부용역에 관한 기본계약을 체결하였고, 천무수신기와 안테나에 관하여는 단가를 정하였으나 이 사건 위성신호분배기에 관하여는 단가를 정하지 아니한 채 D이 B로 인력을 파견하여 내부용역 형태로 생산을 시작하였다.
B가 D과 내부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외부용역업체인 M에서 천무수신기 등을 생산하였는데, M에서 생산한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여 손해배상문제로 B와 M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고, B가 M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배상받았으나, 이후 거래가 중단되었다. 한편 B는 M과 사이의 외부용역기간 동안 소속 직원을 M에 출장보냈고 출장비(6개월 동안 2,020만 원 정도)가 따로 소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B에서 제조본부장으로 근무하였던 증인 N은 당시 B의 내부인력이 부족하여 D에 내부용역을 발주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B에서 작성한 ‘유휴인력 활용시 생산가능 수량 산정(생산실적 기준)’표에 의하면 B 내부의 생산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2019년 근로기준법 기준인 주 68시간, 2020년 근로기준법 기준인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서,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주 40시간(일 8시간) 근무를 하는 점,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의 경우 추가 수당이 발생하는 점, 작업효율에 따라 로스율을 적용해야 하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아니한 것이어서, B에서 주장하는 유휴인력은 지나치게 과다하게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B는 D과 거래를 종료한 후 D에서 일하던 근로자 2명을 채용하였는바, B에 유휴인력이 충분하였다면 추가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B는 군수제품과 민수제품을 함께 생산하고 있었는데, 양 생산인력이 구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B와 D은 수년간 용역관계를 지속할 것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D은 그에 따라 복합시험기를 발주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B의 대주주의 지시에 따라 D과의 거래관계가 갑자기 중단되었고, D은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던바, B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서는 D과의 분쟁, 손해배상문제 등을 고려하여 용역대금을 정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할 것이다.
외부용역형태로 업무가 이루어지는 경우 용역을 받는 회사는 기한 내에 물품을 납품하면 되는 것이어서 기한 내라면 용역받은 일 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한데 반해, D은 내부용역계약에 따라 B의 공장으로 근로자를 파견하여 근로자들이 오로지 B의 업무만 수행하였으므로, D으로서는 파견한 근로자들의 인건비 이상을 지급받아야 할 것으로서 보이는바, B에서 당초 계산하였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용역대금 산정이 적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위성신호분배기의 판매 단가는 D에 지급한 용역대금을 포함한 원가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B에서 근무하는 J, O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강압적으로 이 사건 용역대금을 증액하도록 지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D의 설립 당시부터 출자 등 지원을 하였고, 자신의 처 명의로 D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로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피해자 회사가 D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 회사에는 유휴 인력이 존재하고 있었고, 피해자 회사가 D과 계약하기 이전에 거래하였던 업체인 M의 경우 특수공정을 받은 업체로서 대기업의 주요 협력사였던 반면 D은 위성신호분배기 조립 및 공정을 위한 장비 및 시설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해당 작업을 할 전문 인력도 전혀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D과 계약을 체결한 것 자체로 피해자 회사에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성이 충분히 있었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의 용역대금 증액 지시가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에 따른 D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손해 산정 및 배상액 계산 절차를 통하지 아니하고, 그와 관련된 회사 내부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인 지시로서 용역대금을 증액한 행위는 피해자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 혹은 실해발생의 가능성을 가져왔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업무상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던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법령의 해석과 적용을 그르치거나, 논리칙과 경험칙에 위반하여 증거판단 및 사실인정을 그르치고 이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다는 의사와 그러한 손익의 초래가 자신의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이 결합되어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4464 판결 등 참조).
항소심의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인정한 각 사정들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여기에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원심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❶ 피해자 회사의 경영지원본부 원가팀 과장으로 ‘유휴인력 활용 시 생산가능 수량 산정표’ 등 자료를 작성한 J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D과 거래를 시작할 무렵인 2019년 가을경쯤 피해자 회사에 실제로 유휴인력이 존재하는 상황인지 확인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회사의 고소대리인이자 경영지원본부장이었던 O 역시 원심 법정에서 ‘당시에 유휴인력의 존부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현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풀로 돌아가지 않고 52시간 내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또 작업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였다가, 고소 과정에서 비로소 ‘유휴인력 활용 시 생산가능 수량 산정표’ 등 자료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J 및 피해자 회사의 경영지원본부 자재구매팀장으로 근무하였던 당심 증인 W의 진술에 의하면, 생산인력은 제조본부에서 관할하기 때문에 유휴인력의 존부는 경영지원본부가 아니라 제조본부에서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 등에 비추어 피해자 회사가 제출한 위 자료 등은 2019년 가을경의 상황이 실제로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고소가 이루어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목적으로 사후적으로 작출된 것으로 보인다.
❷ 피해자 회사의 제조본부장으로 근무하였던 N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AP로부터 위성신호분배기 주문이 많이 들어와 내부인력으로 소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인력을 통하여 작업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J가 작성한 ‘유휴인력 활용 시 생산가능 수량 산정표’는 로스율 등이 반영되지 않아 공수가 지나치게 많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 회사의 제조본부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9. 12.경 D으로 이직한 AJ 역시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자료는 공수가 너무 많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다.
❸ N과 AJ의 공통적인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 회사의 내부인력이 부족하여 위성신호분배기 생산에 외부인력을 투입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외부업체에 발주하는 형태로 할 경우 발주업체에 허가를 받아야 하여(이른바 ‘포엠’이라고 불리는 절차로 보인다)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사내하도급의 형태로 투입할 경우 위와 같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당시 D이 이미 피해자 회사 내부에서 용역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D에 작업을 맡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AJ의 원심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 회사의 내부에서 용역 활동을 하는 업체는 D 하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D에 작업을 맡기게 된 경위에 대한 N과 AJ의 진술이 일치하고, 그 내용도 충분히 자연스럽고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
❹ 피해자 회사는 2020. 5.경 D과의 거래를 갑작스럽게 중단하게 되었는데, 피해자 회사는 원래 위성신호분배기를 자체 생산하여 특별히 단가를 산정하여 본 경험이 없었기에 피고인이 J에게 D 파견인력이 작업한 위성신호분배기의 임가공 단가를 산출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AJ는 J가 산정한 단가표를 받은 후 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J에게 항의를 하였고, D의 경영진 역시 별도로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실제로 D의 대표이사였던 L이 2020. 6. 1.경 피고인에게 ‘분배기 정산 전 손익이 최소 마이너스 4천이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이를 뒷받침할 관련 자료를 보내면서 정산금이 너무 낮게 책정되었다는 취지로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❺ 피고인은 D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후 J에게 “4천만 원 정도를 그 쪽에서 요구하니까 원가를 다시 한 번 검토해봐라”라고 하여 J가 이에 맞게 단가를 재산정하였는데, 만약 피고인이 D으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고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J에게 단가를 일정 금액 이상으로 산정하라고 지시하였을 것이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용역대금을 증액하였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❻ O 역시 원심 법정에서 D과 거래를 끝내는 마당에 ‘(상대방이) 4천만 원으로 맞추자고 하는데 그럼 4천만 원으로 맞춰야 되지 않겠냐?’고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바, 피해자 회사의 요구로 D과의 거래를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D에 피해자 회사와의 거래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금액인 4천만 원을 용역대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 특별히 이례적인 경영상 판단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현찬(재판장) 이소민 서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