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별지2 표 기재와 같은 각 징계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설립되어 철도여객사업, 화물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며 철도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이자 피고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라 한다) 소속 조합원이다(이하 개별 원고를 지칭할 때는 별지1 원고목록의 순번에 따라 ‘원고 ○’이라 한다).
원고들의 준법투쟁 및 파업
철도노조 확대쟁의대책위원회는 2023.5.19. 서울역 앞에서 ‘국토교통부가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에 정부자금을 지원하려 하는 것은 부당한 특혜이므로 이를 규탄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2023.6.2. 아래와 같은 준법투쟁 지침을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전파하였다. 위 지침에 따라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2023.6.2.부터 같은 달 15.까지 ‘열차에 뛰어 타거나 뛰어 내리지 않기, 입환속도(25km/h) 이하 준수하기, 투쟁조끼 및 등 벽보 착용하기, 출고열차 출고점검 철저 시행, 정시출고, 정시운행, 열차지연시 휴양시간 확보 등’의 내용의 규정지키기 행위를 하였다. <아래 생략>
철도노조는 2023.6.15. 서울역에서 ‘제1차 철도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수서행 KTX 운행,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 등을 요구하였다. 이후 2023.8.12. 신용산역에서 ‘제2차 철도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였다.
피고와 철도노조는 2023.8.16. 2023년 1차 본교섭을 실시하였으나 철도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였다. 철도노조는 2023.8.17.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8.18.부터 2023.8.31.까지 양 당사자 간 조정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2023.8.31.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철도노조는 2023.8.28.부터 같은 달 30.까지 ‘2023년 임금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재적조합원 21,938명 중 19,825명이 투표하고 12,768명이 찬성함으로써 쟁의행위를 가결하였다[투표율 90.4%, 찬성률 64.4%(재적 조합원 대비 58.2%)].
피고는 2023.9.4. 및 같은 달 8. ‘철도노조는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수서행 KTX 운행과 고속철도통합 등은 원칙적으로 정부의 정책사항으로 노사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임금과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안과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시기에 파업이 강행된다면 현안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는 내용의 피고 사장 및 경영진 명의의 글(‘코레일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철도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을 각 발표하여 철도노조에게 파업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철도노조는 2023.9.13.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투쟁명령 13호를 통해 “전 조합원은 2023.9.14. 09:00부터 2023.9.18. 09:00까지 총파업에 돌입하라.”는 명령을 전 조합원들에게 하달하였다. 이에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을 제외한 철도노조 조합원 약 8,114명은 2023.9.14.부터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업에 참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파업’이라 한다).
피고의 징계
이 사건 파업이 종료되자 피고는 2024.9.경부터 같은 해 10.경까지 사이에 보통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에 대해 별지2 표의 ‘징계처분’란의 각 기재와 같이 견책, 감봉 1월, 정직 1월 등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주된 징계사유는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이 ‘수서행 KTX 운행 관철’(이하 ‘이 사건 현안사항’이라 한다)이라는 전제로, 원고들이 이러한 불법파업을 기획, 주동 내지 이에 참가하여 피고의 내규를 위반하였다는 취지이다. 이에 원고들이 재심을 신청하자 피고는 2025.1.13.경부터 같은 해 2.5.경까지 사이에 징계재심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한 후 모두 기각함으로써 이 사건 징계처분을 확정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 내부 규정
피고의 취업규칙, 인사규정 중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7,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6 내지 8, 18, 19, 21, 27, 28, 3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의 요지
이 사건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임에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징계처분을 하였는바 징계사유가 부존재하여 무효이다. 설령 원고들에 대해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징계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파업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하여는 우선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고, 그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하며, 또 그 방법과 태양이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거나 기타 고도의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판결).
이 사건 파업의 목적 및 정당성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 제17, 2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철도노조가 2023.9.1. 국토부의 부산~수서 열차 감축 정책을 비판하며 ‘국토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9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 2023.9.17. ‘이 사건 파업의 원인은 국토부의 수서~부산 노선 감축이다.’는 내용의 철도노조 파업속보를 발표한 사실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의 목적에 2023년 임금협상 외에 이 사건 현안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갑 제9, 1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2023년 임금협상 등 임금안건이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의 하나임이 분명하고, 이 사건 현안사항이 이 사건 파업의 목적에 포함된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으나, 만약 이 사건 현안사항을 제외하였다면 원고들이 이 사건 파업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파업목적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
철도노조는 2023.7.18.부터 2023.8.1.0까지 총 6회에 걸친 실무교섭, 2023.8.16. 본 교섭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원고에게 2023년 임금협상을 요구하였고, 본 교섭이 결렬된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이 사건 파업에 나아갔다. 이 사건 파업 종료 이후 철도노조와 피고는 2023.10.19.부터 2023.12.4.까지 제7차 내지 제16차 실무교섭 및 제3차 본 교섭, 실무 집중교섭 과정을 통해 임금요구안 및 총인건비 전망 등 임금 및 현안 주요 의제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그 결과 2023.12.11. 철도노조와 피고는 2022년 총액 대비 1.7% 내에서 2023년도 임금을 인상하고, 호봉제의 기본급은 정액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임금협약 및 합리적 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TF 구성, 임금피크제 전환자에 관한 단계적 직급 전환, 급식비, 승무수당, 조정수당 지급률 등에 관한 부속합의를 체결하였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은 2023년 임금협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위 노동쟁의조정신청서에 의하면, 철도노조의 요구안은 크게 근로조건과 직접 관계있는 사항(기본급 인상, 임금협약서 작성·체결, 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 개선, 군경력 근속 인정, 통상일근자 주 4.5일제, 퇴직연금제도 도입, 승진문제 해결 등)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상의 결정사항(수서행 KTX 등 고속철도 통합으로 경영·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임금·복지 증진, 철도 공공성 확대, 민영화 추진 중단하여 고용안정 확보 등)로 구분된다. 따라서 철도노조가 이 사건 파업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고에게 이 사건 현안사항을 요구한 사정 등을 이유로, ‘2023년 임금협상’이 이 사건 파업의 실제 목적이 아닌 명목상의 것에 불과하다거나 이 사건 현안사항을 제외하면 이 사건 파업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철도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이다. 따라서 철도 안전 및 공공성 또한 이 사건 파업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이다. 철도노조와 피고는 이전부터 노사합의 단계에서 철도의 공공적 발전, 대국민 철도서비스 증진, 철도의 안전과 공공적 가치 및 국민 편익 증진, 철도 공공성 강화 등을 노사합의의 목적으로 포함시켜 왔다(갑 제13 내지 16호증). 이 사건 파업의 목적 중 일부인 ‘수서행 KTX 운행’, ‘철도 민영화 중단’ 등과 같은 이 사건 현안사항은 고속열차 좌석 부족 해소, 철도 안전성 강화 등 철도운행 사업의 공공성과 관련되어 있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제5호는 노동쟁의의 정의에 관하여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도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되었고 그 개정이유가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화하기 위함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파업이 위 노동조합법의 개정 전에 발생하였더라도 이 사건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위 개정 취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개정 이유에서 예시로 든 ‘정리해고,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만 한정된다는 피고의 주장 또한 타당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에 가입하였고, 2021년 4월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기본협약(제87호 및 제98호)을 비준함으로써 위 비준협약을 국내적으로 이행할 국제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헌법 제6조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것으로서 조약이나 국제법규가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5.13.자 2005초기189, 2005도1936 결정). 다만 위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국내법으로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의 경우도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인정되게 된 점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파업권 행사를 통해 옹호하는 직업적·경제적 이익은 근로조건 개선이나 직업적 성격을 가진 집단적 요구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관심사항인 기업이 직면한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결정 및 ‘파업의 권리가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노동분쟁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되며, 필요하다면 근로자와 노조는 좀 더 넓은 맥락에서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경제 사회적 사안에 대한 그들이 불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갑 제17호증) 또한 이 사건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하나의 고려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건 파업의 절차상 위법 여부
철도노조는 2023.8.28.부터 같은 달 30.까지 2023년 임금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2023.9.14.부터 2023년 임금협상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파업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파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은 목적 및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적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파업에 기획하거나 참여하였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모두 징계사유가 부존재하여 무효이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임성실
판사 정양순
판사 김인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