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 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에다가, 적법하게 채택되어 조사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2020. 9. 21. 피해자와 충남 부여군 E에 신축할 단독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고 한다)의 설계도를 작성하는 계약을 대금 2,000만 원에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설계계약'이라고 한다), 2021. 1. 26. 피해자와 이 사건 주택의 신축공사를 대금 3억 1,300만 원(부가가치세 미포함), 공사기간 2021. 2. 18.부터 2021. 9. 15.까지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이라고 하고, 이 사건 설계계약과 통틀어서는 '이 사건 각 계약'이라고 한다).
피고인은 피해자 또는 그 배우자인 AE으로부터 2020. 9. 21. 2,000만 원,2020. 12. 7. 500만 원, 2020. 12. 9. 500만 원, 2021. 1. 29. 5,000만 원, 2021. 1. 30.3,000만 원, 2021. 3. 10. 1,000만 원, 2021. 3. 16. 1,000만 원, 2021. 3. 22. 4,000만 원, 2021. 4. 9. 6,000만 원을 피고인의 계좌 또는 피고인이 지정하는 R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계약 후 지반공사 및 옹벽공사를 일부 진행하다가 2021. 5. 말경부터 공사를 중단하였고(피고인은 우수관 이설 문제를 탓하고 있으나, 우수관 이설은 2021. 5. 12.경 완료되었으므로 그것이 공사 중단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피해자의 연락도 회피하였다(피고인은 피해자의 대금 지급 지체도 탓하고 있으나,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계약에 따른 대금 중 약 70%를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만일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대금 지급을 지체하였다면, 그 독촉을 위해서라도 피해자와 적극적으로 연락을 할 필요가 있는 피고인이 오히려 피해자의 연락을 회피하였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 사건 공사계약 당시 작성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는 '수급인은 선금을 계약목적 달성을 위한 용도 이외의 타 목적에 사용할 수 없으며, 노임지급 및 자재확보에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은 위 조건도 지키지 않았다(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계약은 턴키계약이므로 자신이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턴키계약은 도급인이 수급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계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위 계약서의 조항을 형해화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은, 자신이 이 사건 설계계약에 따라 디자인 및 설계업무를 하였으므로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순번 1의 2,0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① 이 사건 설계계약의 내용은 피고인이 이 사건 주택 건축을 위한 기본설계도, 실시설계도, 기타 공사실시에 필요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완성된 설계도서 3부를 피해자에게 제출하는 것인데도 피고인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②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건축사사무소 AF'가 작성한 이 사건 주택의 설계도를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가 2021. 2. 2. '건축사사무소 AF'와 별도로 체결한 설계 및 감리계약에 따라 도출된 결과물인 점, ③ 피고인이 2021. 1. 30. '건축사사무소 AF'의 실장 S에게 "부여E F님 관련 설계비 600만 원, 감리비 400만 원 중 금일 600만 원 입금함"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S의 AG은행 계좌로 6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은 있으나, 위 600만 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설계계약 후 피해자로 하여금 '건축사무소 AF'와 설계 및 감리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2020. 12. 7. 및 2020. 12. 9.에 지급받은 돈(각 500만 원씩 합계 1,000만 원)의 일부이고, 따라서 위 1,000만 원은 애초에 고소 및 기소의 대상에서도 제외된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무렵에 자력이 충분하였다고도 주장하나, ① 피고인은 2020. 11.경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던 사무실의 관리비를 미납하고,2020. 12.경부터 거주지의 월세를 미납한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각 계약 전후로 임금 등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수회 처벌을 받은 점, ③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무렵인 2020년경 피고인의 신용점수는 최저 312점 내지 최고 569점 수준에 불과했던 점, ④ 피고인의 소유였다는 공주시 AH 전 1,230㎡는 이 사건 각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2020. 5. 28. 이미 경매개시결정이 되어 있었던 점, ⑤ 피고인 소유의 세종 AI대 492.8㎡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약 20억 9,400만 원이라는 2021. 11. 24. 자 감정평가서가 존재하나,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전후로 위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등을 감안하면 그 실질적인 가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점, ⑥ 피고인이 AJ, AK로부터 2019. 1.부터 2028. 12.까지 매월 4,166,000원씩 분할하여 각 5억 원씩을 변제받기로 하는 내용의 공정증서가 존재하나, AJ과 AK가 위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판결은 2021. 11. 23.에야 확정된 점, ⑦ 피고인의 배우자인 AL가 충남 부여군 AM 학교용지 11,506㎡와 그 지상 건물 및 충남 부여군 AN 임야 17,840㎡를 소유하고 있으나, 위 각 부동산은 피고인의 소유가 아닐뿐더러 위 각 부동산에는 2021. 2. 21. 근저당권자 AO조합, 채무자 AP, 채권최고액 705,6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점, ⑧ 피고인 소유의 부동산이나 채권의 유무나 그 가치가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른 설계나 공사를 수행할 의사나 능력 유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에 특별한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유(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음, 피해 미회복, 피해자의 엄벌 탄원, 동종 전과는 없음 등)를 기록과 대조하여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준범(재판장) 강주리 김진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