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03. 12. 17. 선고 2003노29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항소이유 및 판단

1.

항소이유의 요지

⑴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이 사건 항소이유로서, C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의 운영과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의 개별 노조원의 자발성과 민주성이 존중되는 ⋅

실태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노조의 임원들인 피고인들과 노조원인 D과는 ‘업무 고⋅ ⋅

용 기타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지휘 감독 하에 있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⑵

며,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들이 E정당 선거운동을 하는 노조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노조가 시행하는 각종 복지와 포상 혜택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의 중앙쟁대위 속보를 배포한 등의 행위는 이 사건 노조가 그 정치적 결정을 구성원들에게 관철시키기 위하여 불가피한 필요최소한의 강제력 행사로서 이는 현행법상 허용되는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이며, 따라서 선거의 자유방해행위를 규제하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37조 제1항 제3호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함에도, 원심은 그 판시 선거자유방해범행에 대하여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상 허용되는 노동조합의 선거운동 및 선거자유 ⋅ ⋅

방해죄에 있어서의 보호 지휘 감독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등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F 전체 직원 중 약 97% 가량이 가입하여 있는 이 사건 노조의 위원장인 피고인 A와 교육선전실장인 피고인 B가 2002. 6. 13.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 사건 노조 출신의 G정당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E정당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기로 결의하고 공모하여, 2002. 6. 7. 06:00경 울산 북구 H에 있는 F(주) 출입문에서 ‘E정당 선거운동시 강력조치’라는 제하에 ‘노조원과 가족 중 E정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할 경우, 채증활동을 벌여 노조가 시행하는 각종 복지와 포상 등 혜택을 차단하고, 신고자에 대해 포상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게재한 중앙쟁대위 속보 2만여장을 노조간부들을 통해 배포한 후, 실제로 다른 노조원을 통해 E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원으로 알려진 직원 D의 근무상황을 확인하고, 선거운동 현장을 사진촬영하거나 주변에서 욕설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치 어떤 보복조치가 있을 듯한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인터넷에 E정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하는 노조원 부인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만약 그러한 선거운동을 계속할 경우 해외여행 기회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박탈하고 징계조치를 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불이익처분에 대해 생계비지원 등 노조차원의 지원을 거절하고 전체⋅ 노조원들이 문제된 당사자를 직장에서 소외시킬 듯한 태도를 보여, 피고인들의 보호

⋅

지휘 감독 하에 있는 D으로 하여금 이에 외포되게 하여 E정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포기하거나 주저하게 함으로써 E정당 후보의 지지를 포기하고 G정당 후보자를 지지하도록 강요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들의 변명

피고인들이 임원으로 있는 이 사건 노조에서 원심 판시와 같은 내용의 중앙쟁대위⋅

속보를 제작 배포한 사실은 있으나, 그 외 피고인들이 D을 포함한 E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는 노조원들에 대하여 근무상황을 확인하거나 선거운동현장을 사진촬영하고 욕설을 하거나 인터넷에 부인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거나 노조의 지원을 거절하고 소외시킬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의 방법으로 강요한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원들 등으로 하여금 그러한 행위를 하도록 관여한 사실도 없으며, 한편 위와 같은 쟁대위 속보 배포행위는 이 사건 노조가 적법하게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의 범주에 포함된다.

다.

이 법원의 판단

⑴

공소사실 중 이 법원이 인정하는 부분

원심 판시 증거들과 이 법정에서의 증인 D, I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는 이 사건 노조 위원장, 같은 B는 교육선전실장으로서, F 전체 직원 24,000여명의 97% 가량이 가입한 이 사건 노조의 운영을 전반적으로 관장하고 그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개개 노조원들에 대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 이 사건 노조에서는 2002. 6. 13. 지방선거 직전인 같은 달 7. 피고인 A가 펴낸이, 이 사건 노조 교육선전실이 펴낸 곳으로 되어 원심 판시의 ‘E정당 선거운동시 강력조치’ 내용을 담은 중앙쟁대위 속보를 발행한 후 노조원들에게 배포한 사실, 한편 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이 사건 노조 소속 노조원 중 E정당 선거운동을 하는 일부 사람에 대한 근무상황 확인이 이루어거나 선거운동과정에서 사진촬영 및 비방 등이 있었으며, 이 사건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E정당 선거운동을 하는 노조원과 그 부인들을 비난하며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경고성 내용의 글이 게시되었던 사실 및 D은 위 지방선거 당시 E정당 북구청장 후보로 나섰던 J의 처남이자 E정당 당원으로 J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던 과정에서 위 쟁대 위 속보를 접하고 곧바로 그 다음날인 같은 달 8. 11:00경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동료 노조원 2명 및 그 가족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위 판시와 같은 속보내용 등에 터잡아, 이 사건 노조가 G정당을 지지하고 E정당을 반대하는 등으로 선거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한편 이후에도 E정당을 지지하는 내용의 ⋅

선거운동을 계속한 사실, D은 위 선거운동으로 인하여 이 사건 노조로부터 제명 정권과 같은 내용의 징계를 당한 바 없고 실제로 복지와 포상 혜택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바 있는지에 대하여도 확인된 바 없으며, 종전에도 그러한 사례는 없었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더 나아가 D 그 자신에 대하여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들의 관여 하에 이 사건 노조에 의해 조직적으로 그 근무상황이 확인되고 그 선거운동현장이 사진촬영되며 비방되는 등으로 어떠한 보복조치가 있을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노조원과 부인들의 명단공개 경고가 있거나 노조 차원의 혜택과 지원이 거절되고 소외될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위 판시 각 증거들만으로는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그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

따라서, 피고인들이 발행과 편집에 관여하여 쟁대위 속보를 제작 배포하였다는 부분 외의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 또한 피고인들이 관여하였다는 취지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⑵

인정되는 공소사실 부분의 검토

㈎

이 사건 처벌법규의 내용

⋅

법 제237조 제1항 제3호는 ‘선거의 자유방해죄’란 제하에 ‘업무 고용 기타의 ⋅ ⋅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지휘 감독 하에 있는 자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

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도록 강요한 자’에 대하여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조에서 규정한 보호 지⋅

휘 감독관계는 반드시 법률상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사실상의 것으로 족하며, 그러한 ⋅ ⋅ ⋅

보호 지휘 감독의 원인은 법률 또는 계약(업무 고용 등)에 한정되지 않고 사무관리와 조리 내지 사회상규에 의한 것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고 볼 것이지만, 위 법조⋅

의 입법취지와 법정형, 병렬적인 규정들(같은 항 제1호에서는 선거인 당선인 등을 폭⋅ ⋅

행 협박 또는 유인하거나 체포 감금하거나 선거운동용 물품을 탈취한자를, 제2호에 ⋅ ⋅

서는 집회 연설 또는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를 각 규정하고 있다)들의 성격과 내용, 죄질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 ⋅

관계는 업무 고용 신분관계 등에 의하여 어느 일방이 타방에 의하여 다분히 피종속⋅ ⋅

적으로 보호 지휘 감독받거나 받아야 하는 지위에 있고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의 보⋅

호 감독 등이 그러한 관계의 유지에 불가결한 표징이 될 경우로 한정함이 상당하다고 ⋅

할 것이다. 한편 법상 강요라 함은 사람을 폭행 협박하여 의무없는 일을 하게끔 강제로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할 것인데, 협박에 의한 강요의 경우 해악의 고지에 의하여 상대방이 현실로 외포될 것을 요하며, 나아가 그러한 외포의 정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강요된 바를 행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불가피성을 가질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해악의 고지가 있더라도 실제로 외포되지 않거나 또는 고지되는 해악에 의한 외포의 정도가 회피불가능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강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

이 사건 노조 내지 임원과 D과의 관계 및 쟁대위 속보의 성격

그런데, 이 사건 노조의 경우 F 소속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 ⋅ ⋅

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참조)로서, 그 활동과 관련하여 관계 법령상 여러 가지 법적 보호를 받으며 규약 등에서 단체의 자주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그러한 목적과 관련한 활동영역에서의 구성원(노조원)간의 결속력은 여느 단체보다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개별 노조원은 규약 등에 의하여 노조 자체에 대하여 지는 의무 외에는 노조 내지 노조의 임원과의 사이에 있어서는 단⋅

체의 유지 규율 및 활동과 관련한 범위 내에서 필요최소한의 종속성을 가질 뿐이어서 ⋅

임원을 포함한 노조원 상호간의 전체적인 관계는 수평 대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

로, 이 사건 노조의 위원장과 교육선전실장인 피고인들로서는 D을 자신들의 보호 지⋅

휘 감독 하에 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위 인정과 같은 내용의 쟁대⋅

위 속보를 제작 배포한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즉시 D이 자신의 E정당 선거운동과정에서 이러한 사정을 빌미로 공개적으로 반박기자회견을 하고 선거운동을 계속하기에 이른 이상, D으로 하여금 도저히 회피불가능할 정도로 E정당 후보자의 지지를 포기하고 반대하도록 협박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D이 위 쟁대위속보 내용 등에 외포되어 E정당과 그 후보자의 지지를 포기하게끔 강요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⑶

소결론

⋅

그렇다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쟁대위속보 제작 배포 등의 사정만으로는 ⋅ ⋅

이 사건 공소사실 즉 피고인들과 D과의 사이에 보호 지휘 감독관계가 있었다거나 피고인들이 D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방해하는 강요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심 판시 증거들과 기록에 나타난 자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아도, 그 점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항소이유 및 판단 2.가.항 기재와 같은 바, 그 다.항 판시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수형(재판장) 김상국 강후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