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11. 7. 6. 선고 2010누6724 판결

해임처분취소

판결요지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

2.

원고가 20여 년간 교사로서 성실히 근무해왔고, 불법찬조금 모집이 학부모들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불법찬조금 수수가 교육계의 오래된 관행이어서 원고로서는 개인적으로 억울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Better Life)’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하지만, 나쁜 관행은 악순환의 성격을 갖고 있고, 악순환의 고리가 매우 단단해서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 없이는 이를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 촌지나 불법찬조금의 폐해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어 왔고, 잘못된 관행이라는 점에 대하여 사회구성원들은 물론 대부분의 교사들조차 이를 수긍해 왔음에도 교육현장에서 촌지나 불법찬조금의 관행이 근절되지 않자 최근 교육계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없애겠다는 강력한 자정의지를 피력하고 있고, 그와 같은 분위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고 역시 공문 등을 통하여, 2009.2.경부터 같은 해 4. 중순 경 사이에 관내 공립고등학교에 공무원 행동강령을 숙지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행동강령을 준수해 줄 것을 독려하고,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하기도 하였는데, 원고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009.4.말경 및 2009.5. 초순경 이 사건 찬조금을 수수하였다. 피고의 지도·감독을 무시하고 사회적 분위기나 교육현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구태에 따라 잘못을 되풀이한 원고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은 정당하다.

*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 판결

* 사 건 : 2010누6724 해임처분취소

* 원고, 항소인 : 이▲▲

* 피고, 피항소인 : ○○○○○교육감

* 제1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10.11.26. 선고 2010구합3146 판결

* 변론종결 : 2011.06.08.

* 판결선고 : 2011.07.06.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7.10.19. 교사로 임용된 후, 2008.3.1. △△고등학교(공립)로 전보되어 2009.3.1.부터 2학년 부장교사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2010.2.26.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생략>로 구 국가공무원법(2010.3.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78조제1항제1호에 의하여 해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의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청구는 2010.6.7.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호증, 을 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천○○, 윤○○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징계양정이 부당하므로 재량권의 일탈 내지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1)

원고가 수령한 돈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순수한 후원금이다. 원고는 찬조금을 몇 번이고 돌려주려고 하였지만, 학부모들이 완강히 거절하여 반환이 늦어졌고, 찬조금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기 전에 전액을 반환하였다.

(2)

원고는 2학년 부장교사로서 담임교사 6명을 대표하여 찬조금을 수령한 것이므로, 원고의 수수액은 12,600,000원의 1/6인 2,100,000원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가 찬조금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으므로,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비위의 도가 가볍고 경과실만 있는 경우로서 경징계인 감봉 또는 견책 사유에 해당한다.

(3)

원고가 개인적으로 소비한 돈이 없고, 찬조금 수수과정에서 주도적 지위에 있지도 않았으며 찬조금을 담임교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만을 한 것이고, 2009년 6월 말 담임교사들에게 찬조금의 존재와 금액을 밝혔는데도 다른 교사들이 중징계를 면하고자 거짓진술을 하였다.

(4)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금품을 수수한 교사들에 대하여 피고가 3건의 징계를 하였으나 해임한 사례가 없고, 이 사건 관련 담임교사들이 감봉 3월에 그친 데 비하여 원고는 해임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형평에 어긋나며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도 반한다.

(5)

원고는 2009년도에 찬조금을 수령하고 반환하였는데, 피고는 2010년부터 시행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소급적용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원고가 24년간 교직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근무하는 동안 징계전력이 없었고, 학생 및 학부모들이 원고에 대한 선처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으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사익과 보호되는 공익을 비교형량해 볼 때도 이 사건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생략>

다.

인정사실

(1)

학부모회장 윤○○은 학부모 35명으로부터 찬조금을 모금한 뒤, 원고의 책상서랍에, 2009년 4월 말경 진학지도비 명목 10,000,000원을, 2009년 5월 초순 경 수학여행경비 명목 2,000,000원 및 스승의 날 선물 명목 주유상품권 600,000원을 넣어두는 방법으로 원고(학년부장 겸 윤○○ 아들의 담임교사)에게 12,600,000원을 지급하였다.

(2)

원고는 자신을 포함하여 2학년 담임교사 6명에게, 2009.5.12. 1인당 100,000원 및 주유상품권 100,000원 등 200,000원을, 2009년 6월 말 1인당 300,000원을 각 지급하고, 여름방학 보충수업 교사 간식비로 400,000원, 진학협의회 경비 1,200,000원을 소비하여 합계 4,600,000원을 사용하였다.

(3)

원고는 2009.10.9. 사용하고 남은 8,000,000원에 자신의 돈을 보태어 학교인근 식당에 모여 있던 학부모회 임원들에게 12,000,000원을 반환하였다.

(4)

2009.10.15. 피고에게 이 사건 찬조금과 관련하여 익명의 민원이 제기되었다.

(5)

이 사건 처분 과정에서 행해진 문답절차에서, 2학년 담임교사 중 원고 및 천○○는, “원고가 2009년 6월경 담임교사들에게 300,000원씩 지급하면서 찬조금의 존재와 금액을 밝혔다”고 진술한 반면, 박○○은 “찬조금이 있다는 사실을 10월경에야 알았고, 동료교사인 이◈◈이 원고에게 300,000원이 무슨 돈인지를 묻자, 원고가 ‘왜 알려고 하느냐’면서 안전한 돈이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궁○○ 역시 “찬조금이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하였으며, 이◈◈은 “자신이 원고에게 돈의 출처를 묻자 원고가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아니하면서 ‘그럼 돌려줄까요’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홍○○도 “10월 초 찬조금의 존재를 알았다”고 진술하였다.

(6)

피고는 2009.2.3. 공무원 행동강령의 일부 개정사실과 행동강령 준수교육을 강화하여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내용의 안내문을 관내 공립고등학교에 배포하였고, 같은 달 13.경 행동강령 교육자료를 인터넷에 올려 내용을 숙지하도록 독려하였으며, 2009.4. 중순경에는 행동강령 이행 및 운영실태를 점검하기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7호증, 을 1, 2, 4, 5,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천○○, 윤○○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6.5.11. 선고 2004두5546 판결, 대법원 2007.4.13. 선고 2006두1699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5, 6호증, 갑 10호증의 1 내지 12, 갑 11호증의 1 내지 63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24년간의 교사 생활동안 징계를 받은 적이 없으며,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과학교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과학교육 활성화에 기여하여 피고로부터 3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은 사실, △△고등학교가 학력신장 최우수학교로 선정되는데 기여를 하였고, 위 학교의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신뢰를 받아 온 사실, 이 사건 찬조금 수수에 관련된 다른 교사들이 감봉 3월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에 그친 사실, 피고는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납품업자로부터 개인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교사들에 대하여 3건의 징계를 하였는데, 그 중 사안이 중한 1건에 대하여 정직 3월의 처분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3)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주장하는 모든 사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관련 법령 및 앞서 채택한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이나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는 무관하다)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그 의결에 따라 해임한 이상,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에 반하는 처분으로서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4조제3항, 제4항에 따라 운영위원회의 위탁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는데, 여기서 기부금품이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의미한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64조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가 위 법령 소정의 목적, 절차, 방법을 준수하여 학교발전기금을 모집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위 목적, 절차, 방법의 어느 하나라도 준수하지 아니하면 이는 불법찬조금에 해당하여 역시 규제대상이 된다. 한편,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별표 징계양정기준]에는, 청렴의무 위반 중 금품수수에 대하여 ‘비위의 도가 무겁고 고의가 있는 경우 : 파면, 비위의 도가 무겁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가볍고 고의가 있는 경우 : 해임’으로 규정되어 있고,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3조 [별표 2 청렴의무위반 처리기준]에는 수수액이 3,000,000원 이상일 경우 중징계 의결 요구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교육청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아니된다(제14조제1항)’, ‘공무원은 경조사와 관련하여 50,000원을 초과하는 경조금품 등을 주거나 받아서는 아니된다(제17조제2항)’, ‘제14조 또는 제17조제2항을 위반하여 금품 등을 받은 공무원은 제공자에게 그 기준을 초과한 부분이나 수수가 금지된 금품 등을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제21조제1항)’, ‘제1항에 따라 반환하여야 하는 금품 등이 멸실·부패·변질 등의 우려가 있거나 그 제공자나 제공자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또는 제공자에게 반환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즉시 소속기관의 장 또는 행동강령책임관에게 신고한 후 소속기관의 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금품 등을 처리하여야 한다(제21조제2항)’라고 규정되어 있다.

②

원고는 고등학교의 학년부장으로서 학부모 회장이자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학생의 학부모인 윤○○이 주도하여 모집한 12,600,000원을 받고도 이를 즉시 돌려주지 아니한 채 담임교사들에게 분배하거나 소비하였고, 민원이 제기될 무렵 이를 반환하기까지 전적으로 찬조금을 보유·관리하면서 사용처와 사용방법 및 사용액수를 결정하였으며, 담임교사들에게 찬조금을 반환할 것인지 여부를 묻기도 하는 등 거액의 찬조금 수수 과정에서 주도적 지위에 있었다. 따라서 원고의 금품 수수액을 12,600,000원의 1/6이라고 볼 수 없고, 비위의 정도 역시 무겁고 최소한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언론보도에 의하면, 최근 3년간(2009년부터 2011년 4월까지) 불법찬조금의 적발 건수는 모두 46건에 찬조금 액수는 32억 7,700여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불법찬조금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불법찬조금의 모집실태는,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모집하는 경우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가 찬조금을 종용하거나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걱정되어 내키지 않으면서도 억지로 찬조금을 내거나, 반대로 자녀에게 돌아올 이익을 기대하고 자발적으로 찬조금을 내기도 한다. 스승의 날이 촌지받는 날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일부 교사들은 혼자만 거부할 수 없어 마지못해 촌지나 불법찬조금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찬조금을 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은 심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며, 아이들의 정의감은 무력화된다. 학부모나 아이들은 찬조금의 다과에 따라 학교생활 등에 있어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게 마련이고,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이는 더 이상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에 다름 아니다. 불법찬조금이 존재하는 이상,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교사는 더 이상 신뢰나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촌지나 불법찬조금 등 잘못된 관행이 우리 공교육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고, 이는 사교육의 활성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④

원고는 “불법찬조금을 수수한 행위로 아무도 중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왜 나만 중징계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촌지수수나 불법찬조금 모집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지 못한 것은, 잘못임을 알면서도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교육계와 우리사회가 이를 용인해 왔기 때문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듯이 과거 잘못된 관행이 용인될 당시와의 형평을 들어 이를 용인한다면, 이러한 관행은 고착화되어 영원히 고쳐질 수 없다.

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특권적 관행의 부당함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고치려 하지 않고, 나쁜 관행이 만든 현실의 틀에 안주한 채 오히려 어떻게 하면 그 틀 안으로 편입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렇게 획득한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몰두하기도 하였다. 촌지나 불법찬조금 역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관행의 하나로서 그 폐해와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해묵은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오랜 기간 근절되지 못한 이면에는, 관행이라는 것이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율의 영역이고,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행위자 본인이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특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속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한계 때문에 촌지나 불법찬조금과 같은 잘못된 관행을 사회적으로 계속하여 용인한다면, 우리의 교육현장은 날이 갈수록 황폐해 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 불의를 가려내고 이를 바로잡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주역인 아이들을 훈육하는 교사가, 관행이라는 핑계 뒤에 숨을 수 없는 이유이다.

⑥

잘못된 관행임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일부 교사와 학부모, 이를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촌지나 불법찬조금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고, 교사들 사이에서조차 이를 둘러싼 의견충돌과 반목이 있어왔다. 그럼에도 교육계 자체적으로는 누구도 섣불리 촌지나 불법찬조금의 폐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책임추궁을 주장할 수 없었다. 그간 우리 교육계는 교육현장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자정 기능을 상실해 온 것으로 보인다.

⑦

원고가 20여 년간 교사로서 성실히 근무해왔고, 불법찬조금 모집이 학부모들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불법찬조금 수수가 교육계의 오래된 관행이어서 원고로서는 개인적으로 억울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Better Life)’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하지만, 나쁜 관행은 악순환의 성격을 갖고 있고, 악순환의 고리가 매우 단단해서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 없이는 이를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 촌지나 불법찬조금의 폐해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어 왔고, 잘못된 관행이라는 점에 대하여 사회구성원들은 물론 대부분의 교사들조차 이를 수긍해 왔음에도 교육현장에서 촌지나 불법찬조금의 관행이 근절되지 않자 최근 교육계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없애겠다는 강력한 자정의지를 피력하고 있고, 그와 같은 분위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고 역시 공문 등을 통하여, 2009.2.경부터 같은 해 4. 중순 경 사이에 관내 공립고등학교에 공무원 행동강령을 숙지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행동강령을 준수해 줄 것을 독려하고,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하기도 하였는데, 원고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009.4.말경 및 2009.5. 초순경 이 사건 찬조금을 수수하였다.

피고의 지도·감독을 무시하고 사회적 분위기나 교육현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구태에 따라 잘못을 되풀이한 원고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⑧

교육자가 제자의 원망의 대상이 되고 학부모에게 조소의 대상이 되어버린 교육현실을 바로잡아, 잘못된 관행이 횡행하는 교육현장에서도 올곧은 자세를 견지하며 관행을 바꾸기 위하여 고뇌하고 노력하는 대부분 교사들의 노고를 헛수고로 만들지 않고, 이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서라도 불법찬조금을 수수한 교사에 대한 징계는 엄정할 수밖에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용달

판사 박주영

판사 박운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