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16. 6. 1. 선고 2015나1963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 이 사건에 관하여 쓸 이유는, 피고가 당심에서 일부 사유를 보완하고 추가 증거들을 제출하면서 강조하여 다투고 있는 '신의칙 위반 주장'과 관련하여 제1심판결 중 해당 부분을 아래 2.항과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피고는 당심에서도,「'통근수당' 및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다투는 한편, 설령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를 포함하여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재산정한 원고들의 추가임금 소급청구는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기본적으로 제1심에서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바, 피고가 일부 보완한 주장과 사유를 고려하고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보태어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판단은 모두 그대로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2.

고쳐 쓰는 부분

제1심판결문 제14면부터 제16면에 걸친 '3의 다.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부분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다.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피고와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여 왔는데, 원고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여 10억 원이 넘는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2)

판단

가)

법리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건전한 재정은 기업에 있어 생명줄과도 같다. 재정의 악화는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심화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임금은 기업의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노사는 임금협상을 하면서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얼마만큼의 금품을 어느 시기에 어떠한 형태와 조건으로 지급할 것인지를 정하게 된다. 이러한 임금협상은 기업의 경영실적,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물가상승률, 동종 업계의 일반적인 임금인상률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이루어지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존립과 성장은 노사 양측이 다 같이 추구하여야 할 공동의 목표이므로 기업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기반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임금을 인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의 인상은 기업이 생산·판매 활동 등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에 기초하여 노동비용 부담능력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적 한계가 있고, 이는 노사 상호 간에 양해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협상을 할 때에는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기초로 하여 상호 적정하다고 합의가 이루어진 범위 안에서 임금을 정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실태는 임금협상 시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 인상 폭을 정하되, 그 임금 총액 속에 기본급은 물론,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이하 '정기상여금'이라 한다), 각종 수당, 그리고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 등의 법정수당까지도 그 규모를 예측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의 임금협상에 따르면, 기본급,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등과 통상임금에 기초하여 산정되는 각종 법정수당은 임금 총액과 무관하게 별개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에 합의된 임금 총액의 범위 안에서 그 취지에 맞도록 각 임금 항목에 금액이 할당되고, 각각의 지급형태 및 지급시기 등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상호 견련관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방식의 임금협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앞서 본 임금협상의 방법과 경위, 실질적인 목표와 결과 등은 도외시한 채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이상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을 본다.

(1)

우선, 갑 제1, 2호증, 을 제1, 9,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은 원고들의 이 사건 추가임금 소급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일견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즉, ①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08. 4. 1. 및 2012. 4. 1. 각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이 사건 상여금이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입에서 제외하였는데,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그 이전에도 이와 같이 단체협약으로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 제기 전까지는 상여금 제외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법정수당이 산정·지급되어 온 것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한편 위 단체협약에 따르면 짝수 달에 지급되는 상여금은 연간 기본급의 600%인바, 위와 같은 통상임금 및 상여금의 산정방식과 그 규모 등에 비추어 보면, 단체협약에서 당초 통상임금 산정시 기초로 삼은 임금에 더하여 이 사건 상여금을 산입할 경우 통상임금의 액수는 단체협약에서 예정한 통상임금의 액수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③

피고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한온시스템 주식회사(이하 '한온시스템'이라 한다. 한라공조 주식회사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 주식회사를 거쳐 한온시스템으로 회사명이 순차 변경되었다)의 울산공장에 피고의 작업인력을 투입하여 한온시스템이 요구하는 생산공정 즉, 차량 앞부분의 FEM(Front End Module) 부품의 생산·조립 공정을 담당하는 자본금 1억 원의 영세한 업체이다.

④

피고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도 180,751,648원, 2012년도 293,180,666원, 2013년도 458,130,262원이고, 2014년 말 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466,314,818원이나 그 중 412,808,291원 상당이 임차보증금, 단체상해보험예치금 등으로 묶여있는 상황이라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은 53,506,527원 정도에 불과한 반면, 이 사건 제1심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된 추가임금액은 지연손해금을 포함하여 합계 약 10억 원을 상회한다.

(2)

그러나 한편, 갑 제4, 8호증, 을 제1, 8, 12 내지 16, 29호증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BJ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앞서 (1)항에서 본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또는 그와 무관하게, 원고들의 이 사건 추가임금 소급청구로 인하여 사용자인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한 이상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하게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권리행사임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즉, ① 피고의 원청업체인 한온시스템은 차량에 장착되는 공조기 관련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로서 국내 시장점유율이 52%에 이르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2위에 이르며, 2015년 기준으로 반기 매출액이 약 1조 원, 2016년 기준으로 반기 매출액이 약 1조 4,000억 원에 이르는 대기업이고, 피고는 2001년경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한온시스템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납품하는 FEM 부품 생산·조립 공정의 임가공 용역을 전담해 온 업체이다. 피고의 2011년 및 2012년 연간 매출액은 각 140억 원 정도이고, 그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가량이며, 근로자 수는 약 200명 남짓이다.

②

피고의 공장 부지와 건물 및 생산설비 등은 모두 한온시스템의 소유이고, 실제로 FEM 부품의 생산·조립 공정을 총괄하는 관리자들 역시 한온시스템 소속이다. 피고는 원청인 한온시스템으로부터 근로자들의 인건비와 운영경비 일체를 지급받으면서, 한온시스템의 생산설비와 기술, 생산지시에 따라 위 FEM 부품의 생산·조립 공정을 전담하는 회사로서 원청업체인 한온시스템의 주도하에 전략적으로 설립되어 사실상 한온시스템에 전적으로 종속되어 운영되는 하도급 업체인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총액 기준으로 2010년에는 6억 7천만 원, 2011년에는 5억 7,900만 원, 2012년에는 7억 2,700만 원, 2013년에는 7억 7,100만 원 상당의 임금을 인상하였는바, 이는 앞서 본 피고의 전년도 연간 당기순이익의 2배에서 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피고는 한온시스템과의 위와 같은 특수한 관계에 기초하여, 매년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에 따른 임금인상분을 한온시스템과 사이의 도급단가 인상을 통하여 그대로 보전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와 한온시스템 사이의 2013년도 도급계약 합의서에는 '도급액 산정방식과 기타 발생비용에 대한 처리 기준'과 관련하여 "통상임금 판결시 별도정산"이라고, 2014년도 도급계약 합의서에는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서는 별도 협의한다"라고 각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피고와 한온시스템 사이의 앞서 본 바와 같은 특수한 관계 및 그동안 도급단가 인상을 통한 인건비 보전 관행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건 소송결과에 따라 피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임금 상당액을 원청인 한온시스템이 별도로 부담하기로 한 것임이 그 문언상 명백하고, 달리 볼 여지가 없다(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당심 증인 BJ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⑤

위와 같은 합의 내용에 더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한온시스템의 연간 매출 규모 및 자금력, 피고와의 특수한 관계 등에 비추어 피고는 실제로도 한온시스템으로부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일부 인용됨으로써 향후 추가로 부담하게 될 임금 상당액의 전부 또는 거의 대부분을 그대로 보전받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이상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추가임금 소급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각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손지호(재판장) 박준용 문상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