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3. 1. 14. D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같은 날 자신의 명의로 등록한 (차량번호 1 생략) 영업용 중형 화물 자동차를 이용해 화물 운수업에 종사하였다.
망인은 2018. 1. 1. 유한회사 E(이하 ‘E’라 한다)와 망인이 E가 지정한 제품을 지정하는 장소 및 시간에 맞추어 운송하고, E로부터 매월 1회 운송료를 정산하여 지급받기로 하되, 계약기간은 2018. 1. 1.부터 2018. 12. 31.까지 1년으로 정한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운송계약은 갱신되어 그 계약기간이 2020. 12. 31.까지 연장되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 한다)은 골판지 상자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참가인 회사는 2019. 12. 31. E와 사이에, 참가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운송에 관련된 업무를 E에 위탁하고 매월 운송비를 지급하되, 계약기간은 1년으로 정한 화물 운송 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망인은 2020. 5. 11. 08:10경부터 09:10경까지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서 제조․판매한 감자 박스 2,500개를 경북 고령군 개진면 F에 있는 농가(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 운송하였다. 망인은 같은 날 09:15경 이 사건 현장에서 감자 박스 하역작업을 하면서 지게차를 운전하던 중 후진을 하다가 지게차 우측 부분으로 벽면을 충돌하여 전도된 지게차 밑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였고, 이로 인해 같은 날 10:16경 기흉, 두개저부 골절 등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 11. 25.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1. 3. 4.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1, 2, 4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가 있는 서증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오직 참가인 회사로부터 운송 업무를 위탁받은 운송회사들을 상대로 하여서만 매출을 얻으며 참가인 회사의 화물 운송 업무에 전속되어 있었고, E를 통해 참가인 회사로부터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받는 등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 망인은 주위적으로는 참가인 회사와 예비적으로는 E와 근로관계에 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련 법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2. 6. 10. 법률 제189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제2호 본문). 따라서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두51460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판단
갑 제5호증, 을 제3∼7, 9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I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참가인 회사 또는 E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을 비롯해 이 사건 운송계약과 동일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화물차주들은 따로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았고, 참가인 회사나 E가 화물차주들의 출퇴근을 지시하거나 관리하지 않았다. E는 참가인 회사의 운송 지시를 받고 화물차주들이 배차를 희망하는 경우에만 배차를 할 수 있었고, 배차 이후 운송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참가인 회사도 E에 운송 지시를 한 이후 운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는지 확인하였을 뿐, 화물차주들의 운송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한편, 참가인 회사가 E를 통해 망인 등 화물차주들에게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 내 주차 문제, 안전조끼 착용, 상차 작업 방법 등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위탁계약 및 이 사건 운송계약의 적절한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화물운송 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참가인 회사 및 E가 운송 업무 전반에 관련된 사항 외에 화물차주들의 개별 운송 업무에 관하여서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는 증거나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망인은 화물 자동차를 직접 소유하여 운송 업무를 하였고, 운송 업무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을 E가 비용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직접 부담하였으며, 운수사업자로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한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망인은 매월 실제 운송한 물량을 정산하여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정한 운송비를 지급받았고, E와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운송사업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대가 명목으로 매월 10만 원(3.5t 이하, 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장기용차계약을 체결하여 매월 E에 정액의 알선 수수료를 지급했다. 망인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E로부터 적을 때는 450여만 원(2018년 7월 운송비), 많을 때는 820여만 원(2019년 1월 운송비)의 운송비를 받았고, 평균적으로는 월 500∼600만 원에 상당하는 운송비를 받았다. 망인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거나 다른 업체의 화물 운송 업무를 하는 것도 금지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망인은 운송 업무에 따른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망인이 E를 통해 참가인 회사의 화물만을 운송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직접 영업을 하여 거래처를 물색하는 부담을 안는 대신에 E에 알선 수수료를 지급하며 참가인 회사와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기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 사고는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이 아니라 화물의 배송이 완료된 후 참가인 회사 거래처의 사업장에서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위탁계약 제4조는 E에 위탁하는 운송 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차량 상차 작업은 E가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고 화물 도착지에서의 하차 작업은 운송 업무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당심 증인 I의 증언에 의하면 도착지에서 화물을 하차하는 작업은 원칙적으로 화물을 배송받은 업체가 할 업무로 볼 여지가 있다. 참가인 회사가 E를 통해 화물차주들에게 지게차 면허를 취득하도록 요청하고, 지게차 관리 및 상하차 작업에 관한 사항을 알린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참가인 회사의 사업장에서 참가인 회사 소유의 지게차를 이용하여 상하차 작업을 하는 경우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 참가인 회사나 E가 망인을 비롯한 화물차주들에게 화물이 도착한 이후 거래처의 사업장에 있는 지게차를 이용해 하차 작업을 수행하라고 지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참가인 회사가 망인의 화물 자동차 유리에 참가인 회사의 로고를 부착하게 하고, 화물차주들에게 참가인 회사의 근무복을 착용하도록 요청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망인을 비롯한 화물차주들이 이러한 요청 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참가인 회사나 E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물론, 참가인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망인의 행동에 사실상 제약이 가해졌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이는 근로관계가 아닌 도급, 위임 등 다른 계약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손철우(재판장) 이현일 장유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