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24. 5. 9. 선고 2023누10460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가입자인 부산 북구 C에 있는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대표자이고, B은 2019. 4. 30.부터 2021. 8. 15.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이다.

나.

B은 2020. 6. 6. 이 사건 사업장에서 합판 작업 중 그라인더에 우측 엄지발가락을 다쳐(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우측 엄지발가락의 원위지골 골절, 개방성'(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다.

B은 2021. 9. 1.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2021. 10. 5. 이 사건 사고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7조에 따른 업무수행 중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 전 항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①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은 재해자 B이고, 피고가 요양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 사업주를 특정하게 되나, 이는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중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판단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러한 판단이 사업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사업장은 상시근로자수가 30명 미만인 사업장으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실적요율 적용대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이 원고가 납부하는 보험료액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

③

향후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근로자의 증가로 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미리 다툴 만한 이익은 없고, 향후 증액된 산재보험료 부과 처분에 대해 별도로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두9651 판결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결정에 대하여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도 보험료액의 부담범위에 영향을 받는 자로서 그 적법여부를 다룰 법률상의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사업주에게 반드시 보험료액의 결정에 어떠한 변동이 있고 보험료 부과처분이 있은 연후라야만 정당한 이익이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누176 판결 참조).

2)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

이 부분과 관련된 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2021. 4. 13. 법률 제180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라고 한다)과 그 시행령(2021. 12. 31. 대통령령 제32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이라고 한다)의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3)

구체적 판단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과 그 시행령의 관련 규정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여전히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①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납부할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될 수 있는 등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 피고는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의 판시 내용을 원용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주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요양승인 처분에 대하여 사업주 변경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거부 통지를 하자 그 거부 통지에 대한 취소를 구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업주가 요양승인 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를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

②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과 그 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직전 3년간의 산재보험료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금액의 비율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될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근로자수가 30명 미만이어서 2021. 10. 5.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에 의해 지급된 산재보험급여로 인해 이 사건 사업장의 2022년(2022. 6. 30. 기준)과 2023년(2023. 6. 30. 기준)의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된 바 없다 하더라도, 당심 변론종결일부터 2024. 6. 30.까지 상시근로자 수가 30명 이상으로 증가되면 2024년도(2024. 6. 30. 기준)의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되어 원고의 보험료액이 상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고는 보험료액의 부담범위에 영향을 받는 자로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피고는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 되더라도 그 증액된 부과 처분에 대해 별도로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건 처분과 이 사건 처분에 지급된 산재보험급여로 인해 원고에 대한 산재보험료를 증액하는 처분은 서로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이 경우 이 사건 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되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이후 내려진 산재보험료를 증액하는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4915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B이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작업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사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는 업무상 재해의 하나로 업무상 사고를 규정하면서, 구체적 유형으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가목),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마목),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바목)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산재보험법 제37조 제5항의 위임에 따라 업무상 사고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3호는 '업무를 준비하거나 마무리하는 행위, 그 밖에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행위'를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당해 근로자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이유, 전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두10246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3~5, 15, 18호증, 을 제1~3, 6, 8~12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제1심 증인 B의 증언과 제1심 증인 E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B이 원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와 직접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준비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①

B은 2019. 4. 30.부터 2021. 8. 15.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다리차 기사로 고용되어 건축자재 상하차, 이사 등의 현장에서 사다리차를 운전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7시 30분까지이고(업무의 특성상 불특정 휴게 및 대기시간이 많으므로, 소정 근로시간은 1일 6시간, 1주 40시간으로 간주한다), 배차는 전날 또는 당일 아침 일찍 결정되어 직원들에게 통지된다. 직원들은 배차 시간이 아닌 시간에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외출하여 다른 업무를 보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②

이 사건 사고 당일 B은 14:30, F는 16:30에 배차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 사건 사고는 배차 대기 중인 13:00경에 원고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③

사다리차 작업 시 사다리에 닿는 외벽에 발생하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판 또는 아크릴판이 필요하고, 이것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제공되지 않아 개인별로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그 작업은 원고의 지시와 관계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④

B은 피고의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재해조사 과정에서 '사무실 앞에서 사다리차에 필요한 나무판 제작을 위해 동료근로자인 F와 함께 작업하다 사고 발생함. 나무판 사다리차 작업 시 사다리에 닿는 외벽에 발생하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이것은 직원이 스스로 제작하는 것이지 사업주 지시에 의해 만드는 것이 아님. 재해발생 당시 사업장에서 공상으로 처리해주겠다 하여 산재처리하지 않았으나 신청일 현재까지도 금전적 보상이 없어 산재신청하게 되었음'이라고 진술했고, 제1심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에서 'F가 사다리업무에 필요한 가로 40㎝, 세로 90㎝ 정도 되는 나무판 2개를 만들기 위해 그라인더로 절단 작업을 하면서 B에게 발로 밟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B이 위 나무판을 밟은 상태에서 그라인더 톱날이 비틀려 B의 발을 절단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⑤

원고는 2021. 9. 24. 피고에게 제출한 보험가입자 의견서에서 B과 F가 그라인드로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으나, 위 의견서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외근을 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를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 또 증인 E은 제1심 법정에서 '휴게시간에 F가 구입한 스타렉스 자동차 뒤에 있던 의자를 떼고 낚시를 위한 침상을 만드는 작업 중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의 재해조사 과정에서 F 외에 다른 목격자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고, 원고도 이를 주장한 적이 없음에도 제1심에 이르러 증인 E이 진술에 이르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고, 위 E이 이 사건 사업장에 계속 근무하고 있던 원고의 직원이라는 점에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⑥

한편 B은 2021. 1. 19. 'F의 그라인더 사고는 G협회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일이며, 본인은 산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처리하지 않았고, 이 사고로 인한 경비 일체 및 모든 제반사항들은 회사와는 무관함을 진술합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고, 이 진술서의 내용은 이 사건 사고 발생 경위에 관한 B의 위 진술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B은 위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의 재해조사 과정과 제1심 법정에서 'F가 산업재해 사고 은폐를 이유로 원고를 고발하여 이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원고가 위와 같은 내용의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여 이를 작성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위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한 B의 진술에 수긍이 가고, 그렇다면 위 진술서의 기재만으로 이 사건 사고의 업무관련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2021. 6. 23. F가 원고를 고발한 사건에서 '원고가 F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소속 근로자 B이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다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재한 점, 치료기간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 급여가 발생하지 않았고, 사업주로부터 산업재해 처리를 하지 말도록 종용이나 강요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참고인 B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B의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결정을 했다. 위 진술서가 작성되고 불기소결정이 이루어진 시기, 불기소이유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위 B의 진술서는 원고에 대한 고발 사건에 제출할 용도로, 원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중에 작성되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 ㉡ B은 원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 여전히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고용주인 원고의 부탁 내지 지시를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 B은 2021. 8. 16.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사하게 되자 원고에게 '2020. 6. 6. 산재사고 난 거 제가 접수하면 벌금 나올 건대 공상 처리해 주시면 산재접수는 안하겠습니다. 편의는 봐드리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면, B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사하게 되자 비로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자신의 법률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나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이 법원이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반병동(재판장) 이현일 장유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