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제1호 공포
대통령은 1972. 10. 17. 19:00를 기하여 구 대한민국헌법(1972. 12. 27. 헌법 제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한민국헌법'이라 한다) 제75조에 근거하여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계엄사령관은 같은 날 구 계엄법(1981. 4. 17. 법률 제344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계엄법'이라 한다) 제13조에 근거하여 포고령 제1호를 공포하였다.
구 대한민국헌법 제75조 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같은 조 제3항에서 '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구 계엄법 제13조는 '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단 계엄사령관은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고, 제15조는 '제13조 규정에 의하여 취한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이에 배반하는 언론 또는 행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였으며, 계엄사령관이 1972. 10. 17. 공포한 포고령 제1호는 제1항에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옥내외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한다.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옥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관혼상제와 의례적인 비정치적 종교행사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위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수색, 구속한다.'고 규정하였다.
원고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과정
원고는 부산 철도청 소속 B열차사무소에서 기능직 4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1972.경 별지 기재와 같은 공소사실로 구속 기소되었고(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 72형공 제28호),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1972. 12. 6.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원고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한 72고군형항 제907호 사건에서 육군고등군법회의는 1973. 1. 11. 제1심을 파기하여 원고에게 징역 8월을 선고(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하였고, 다시 원고가 상고(73도688호)하였으나 대법원은 1973. 7. 10. 상고를 기각하여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
부산 철도청은 위 1.의 나)항과 같이 원고가 구속 기소된 이후인 1972. 12.경 계엄포고령 등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원고에 대하여 파면처분(이하 '이 사건 파면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파면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으며 그 이후로는 철도청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재심판결의 확정
원고는 2013. 12. 26.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창원지방법원 2013재노251호)하여 2015. 10. 15.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지고, 2016. 1. 7. "포고령 제1호는 구계엄법 제13조에 정한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는데에도 공포된 것이어서 위헌·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서도 위헌·무효이어서 원고에 대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계엄법위반의 점은 무죄, 협박의 점은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이하 '재심판결'이라 한다)이 선고되었으며, 그 무렵 재심판결은 확정되었다.
피고의 설립
피고는 2005. 1. 1. 한국철도공사법에 근거하여 국가가 수행하던 철도운영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인데, 국가는 철도자산관리계획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운영자산을 현물출자하고, 피고는 현물출자 받은 운영자산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를 포괄하여 승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3, 갑 제3,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파면처분은 원고가 위헌·무효인 포고령 제1호를 위반하였음을 근거로 하고 있어 당연무효인 처분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철도청 공무원의 지위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으나 파면기간 동안 철도청의 귀책사유로 인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으므로, 철도청은 원고에게 원고가 철도청에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보수와 퇴직금 전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원고는 당연무효인 이 사건 해고처분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철도청은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철도청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하여 승계한 피고는 원고에게 보수 및 퇴직연금으로 2,851,486,241원(미지급임금 169,804,2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647,324,321원, 미지급 퇴직수당 40,554,3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137,684,829원, 미지급 퇴직연금 441,702,4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1,414,416원),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00,000원의 합계 2,951,486,241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고, 2017. 1. 1.부터 원고의 사망 시까지 매월 2,557,190원을 퇴직연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파면처분의 당연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명백한 것이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유는 그 행정처분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을 뿐 당연무효사유는 될 수 없다. 그리고 이처럼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인지의 여부는 위헌결정의 소급효와는 별개의 문제로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된다고 하여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된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이미 취소소송의 제기기간을 경과하여 확정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4057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정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등 참조). 한편,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것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파면처분의 사유인 별지 기재 공소사실은 구 국가공무원법(1973. 2. 5. 법률 제24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가공무원법'이라 한다) 제56조(성실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에 위반한 행위로, 구 국가공무원법 제78조(징계사유) 제1호(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하였을 때), 제3호(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점, ② 위헌·무효인 포고령 제1호가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의 근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징계사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파면처분이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취소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당연 무효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파면처분은 이미 취소소송의 제기기간을 경과하여 확정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인 점, ④ 이 사건 파면처분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의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주장, 입증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파면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하거나 불법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지환(재판장) 김성대 최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