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6. 5. 12. 선고 2025가단7488 판결

주문

1.

원고 A의 소를 각하한다.

2.

원고 B, C, D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일반화물 운송사업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원고 A은 2022. 3.경 피고에 입사하여 컨테이너를 쌓고 운반하는 대형 하역 장비인 리치스태커 차량의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던 사람이며, 원고 B은 그 배우자, 원고 C, D은 그 자녀이다.

나.

원고 A은 2022. 8. 20. 09:20경 작업장에서 리치스태커 차량(아래 [사진] 참고)의 뒤쪽 스프레더 장비를 점검하고 차량을 내려가던 중 넘어지면서 두손으로 펜스를 잡고 바닥에 떨어져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이하 '이 사건 사고').

[사진 - 리치스태커 차량]

다.

원고 A은 이 사건 사고로 중골(발뒤꿈치뼈) 폐쇄성 골절, 요추 및 골반의 염좌등의 상해를 입었고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았다.

라.

원고 A과 피고는 2023. 8. 8.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여기에는 피고 회사 인감이 날인되었고 원고 A이 자필로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기재하고 서명하였으며, 그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위 합의서에 따른 돈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 내지 18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원고 A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배되어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하는 이른바 부제소 합의가 있는 경우 이에 위배되어 제기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한편 부제소 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21760 판결,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참조).

2)

원고 A이 이 사건 합의서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위로금을 지급받고 이에 관하여 민 · 형사상 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부제소합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A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만약 원고 A에게 발생한 후유장해가 이 사건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면 이 사건 합의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후유장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증거 및 을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이 사건 합의서가 이 사건 사고로부터 약 1년이 경과한 후에 작성된 점, ② 원고 A은 이 사건 사고로 좌측 중골폐쇄성 골절, 요추 및 골반의 염좌 등의 상해를 입고 2022. 8. 20.부터 2022. 9. 8.까지 20일간 입원하여 관헐적 정복술과 내고정술 수술을 받았고, 이후 통원 치료를 받다가 2023. 7. 20.부터 2023. 8. 2.까지 14일간 입원하여 좌측 중골 외상성 관절염 및 와상성 골편에 대해 골편 절골술 수술을 받았는데,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치료가 종결되는 과정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들이 구하는 손해는 족관절강직(한시장해 3년간)의 노동능력상실에 따른 일실수입과, 목발 1쌍 비용의 향후치료비 및 위자료인데 이를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예상하지 못한 후발손해라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A의 이 사건 청구가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후발손해라고 볼 수 없다.

3)

원고 B, C, D의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위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서의 당사자가 아니고, 사고의 피해자 본인이 합의금을 수령하고 가해자 측과 나머지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등의 약정을 맺었다 하더라도 그의 친족이 합의당사자인 피해자 본인과 가해자 사이에 합의가 성립되면 그들 자신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아니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나타내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포기 등 약정의 효력이 당연히 고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 그의 친족에게까지 미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3. 9. 28. 선고 92다42606 판결 등 참조), 결국 피고의 위 원고들의 소에 관한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원고 A에 대하여 이유 있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이유 없다.

3.

원고 B, C, D(이하 3.항에서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1)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또는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근거하여 발생된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그 성격이 전혀 다른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2)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 A(이하 3.항에서 '원고')에게 안전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사용할 안전모나 안전장구를 지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보건규칙'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 제1호, 제42조 제4항에서는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는 안전모를 지급, 착용하게 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하나, 그 설치가 곤란할 경우 추락방호망을, 그마저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동식 사다리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중장비 기사로서 기본적으로 중장비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므로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리치스태커 차량이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여 작업발판 등의 설치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리치스태커 차량에서 하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앞서 안전교육을 어떻게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이 없고, 가사 피고의 안전교육이 다소 미흡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소결론

이처럼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고의 주의의무위반 또는 해당 주의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이상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원고 A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 B, C, D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최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